황 교수, 서울대에 조사 요청… "의혹 조기 해소" 정면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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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줄기세포 진위 논란에 대해 대응을 자제해 왔던 황우석 교수팀이 서울대에 자체 조사를 요청한 것은 현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을 해소할 자신이 있다는 황 교수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 정면 대응 배경=황 교수팀은 지난달 24일 연구원 난자 제공 등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줄기세포 진위 문제로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주 중반까지 "과학은 과학으로 검증해야 한다" "후속 논문으로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다 8일 서울대의 생명공학부 소장파 교수들을 중심으로 재검증 요구가 나오고, 10일 프레시안이 미국 제럴드 섀튼 연구실에 파견된 김선종 연구원의 녹취록을 공개하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다.

황 교수의 핵심 측근은 "황 교수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연구에 전념하겠다'고 밝힌 뒤 우리 연구팀은 이에 충실하려 했으며 '후속 논문 검증'이라는 원칙을 견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쏟아지는 의혹들에 대해 침묵을 지켰더니 '뭔가 있는 게 아니냐'는 억측이 난무해 '조기 복귀, 조기 의혹 해소'라는 정면 대응 전략으로 전환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피츠버그대 제인 더필드 대변인이 1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황 교수팀 사건 조사를 시작하면 김선종.박종혁씨 등 한국인 연구원 세 명을 조사하고자 한다"고 밝힌 것도 정면 돌파로 전환한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또 황 교수가 논문을 게재했던 미국의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입장 변화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사이언스는 그동안 연구원 난자 제공이나 줄기세포 사진 중복 등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황 교수 논문의 성과는 변함없다"고 수차례 밝혀 왔다. 하지만 사이언스는 10일 황우석 교수 논문의 진위 논란과 관련, "제3 기관의 검증을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저 핀홀스터 사이언스 대변인은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황 박사가 언론의 문의에 응답하지 말도록 만류한 적도 없고, 황 박사가 자신의 발견물에 대해 독립적인 복제를 의뢰하는 것을 만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겠다"=황 교수의 핵심 측근은 11일 "황 교수는 '결코 덮고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몸 상태가 70% 정도밖에 회복되지 않았지만 의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기에 복귀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복귀한 뒤 연구실 정상화에 우선 전념할 예정이다.

황 교수의 핵심 측근은 "황 교수는 복귀 뒤 ▶연구진을 안정시키고 ▶각종 연구 과제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며 ▶섀튼 연구실에 파견된 세 명 연구원의 거취를 결정하고 ▶국제협력 관계를 복원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혹 해소를 위해 현재 서너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혹 해소 방법의 세 가지 원칙도 내놨다. 첫째 국제 과학계를 만족시키되 부작용이 없어야 하고, 둘째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며, 셋째 재연성(논문의 연구를 다시 실험하는 것)의 원리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서울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되 과학계의 재검증 요구, 외국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독자적인 의혹 해소 방안을 내놓겠다는 것이다.

가령 루게릭 환자의 체세포를 떼 난자에 이식하고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전 과정을 공개하는 방안을 검증 방안의 예로 제시했다. 그는 "연구실을 정상화시키고 의혹 해소에 나선다고 해서 의혹 해소 방안 마련이 그리 늦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여론에 떠밀리는 형식으로 방안을 내놓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동안 의혹 해소 방법의 하나로 제시된 DNA 검증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황 교수 핵심 측근은 "DNA 검증 방법이 들어갈지, 그렇지 않을지 아직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DNA 검증은 결코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약간 달라진 것처럼 보인다. 황 교수 측은 그동안 "줄기세포의 진위를 의심하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DNA 지문 검사 요구에는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DNA 검증 요구의 배경에 2005년 5월 논문 자체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시각이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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