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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취소' 총대 맨 니카이? 중단 가능성 또 언급...결정은 5월 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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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이래서는 무리라는 상황이 온다면 확 포기해야 한다. 그건 당연한 거다."

일본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이 19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시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집권당 2인자가 거듭 올림픽 중단을 거론하면서, 코로나19 상황으로 취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일본 정부가 '사전 작업'에 나선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19일 회견서 "도저히 무리면, 확 포기" #'금기' 깬 발언 계속, '사전작업' 추측도 #올림픽 3개월 앞두고 다시 긴급사태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올림픽 박물관에 설치된 오륜 조형물 인근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 올림픽 박물관에 설치된 오륜 조형물 인근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AP=연합뉴스]

니카이 간사장은 이날 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누군가 (올림픽 중지를)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올 때의 얘기"라고 전제하면서 그럴 땐 포기가 당연하다고 말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지난 15일에도 한 방송에 출연해 "올림픽으로 감염이 퍼진다면 무엇을 위한 올림픽인지 알 수 없게 된다"면서 취소란 선택지가 있다고 밝혀 파문을 일으켰다.

그동안 일본 정부와 자민당 내에서는 올림픽 중단을 언급하는 게 사실상 금기시 돼 왔다. 올림픽 취소 가능성을 정부 관계자가 언급할 경우 여론을 자극하고 국제사회에 성급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공식석상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고위 관료나 자민당 의원들은 "안전·안심할 수 있는 대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 등의 회피성 답변을 이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자민당의 2인자인 니카이 간사장이 '금기'를 깨고 말을 꺼낸 데 대해 TV아사히는 "코로나19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취소 가능성을 대비해 니카이 간사장이 총대를 멘 게 아니냐"고 분석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로이터=연합뉴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 [로이터=연합뉴스]

니카이 간사장의 발언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동조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자민당의 여러 의원이 "취소도 염두에 두고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자민당 니카이파 의원 출신인 나가사키 고타로(長崎幸太郎) 야마나시현 지사는 19일 기자회견에서 "니카이 간사장의 발언은 지극히 상식적"이라며 공개 지지했다.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등 야당들도 "빨리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 개최와 관객 수용 여부를 5월 말까지 결정할 방침이다.

올림픽 3개월 앞두고 다시 '긴급사태'

이 가운데 일본에서는 이번 주 내 주요 도시에 '3차 긴급사태'가 발령될 전망이다. 하루 1000명대의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 오사카(大阪)부는 20일 정부에 긴급사태 선언을 요청한다. 하루 500명 이상의 확진자가 이어지고 있는 도쿄(東京)도 역시 이번 주 후반 긴급사태 발령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산케이 신문과 후지뉴스네트워크(FNN)의 17∼18일 여론조사에서는 올림픽을 취소하거나 재연기해도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 74.4%였다. 최근 TV아사히 조사에사도 '올림픽 7월 개최'에 찬성하는 사람은 23%, '연기' 32%, '취소' 41%로 나타났다.

18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하라주쿠 거리를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18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일본 도쿄 하라주쿠 거리를 지나고 있다. [EPA=연합뉴스]

외신에선 올림픽 강행을 비판하는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미국 뉴욕타임스는 '올림픽을 재고(再考)해야 할 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도쿄올림픽이 "대감염 이벤트(superspreader event)"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영국 가디언지도 '쇼는 계속되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올림픽 중단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14일 영국 의학지인 브리티시 메디컬 저널(BMJ) 온라인판에는 "이번 여름 올림픽 개최를 긴급히 재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제목의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은 일본 의료 현황을 근거로 "제한된 검사능력과 백신 접종 지연으로 의료종사자와 감염 위험이 높은 이들조차 올림픽 개최 전 백신을 접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 정부에 결단을 촉구했다.

앞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금 올림픽을 개최하는 건 무책임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넘어가 빈축을 샀다. 이후 귀국 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올림픽 개최를 지지했다"고 말했으나 일본 언론들은 "개최가 아니라 '개최 노력'을 지지한 것"이라고 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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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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