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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첸코 “팔짱 세리머니, 음바페 보고 배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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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전북 현대의 ‘화공’을 이끄는 일류첸코. 리그·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목표다. [사진 전북 현대]

전북 현대의 ‘화공’을 이끄는 일류첸코. 리그·챔피언스리그 우승이 목표다. [사진 전북 현대]

프로축구 전북 현대는 올 시즌 화려하고 화끈한 공격, 이른바 ‘화공’을 보여주고 있다. 10경기에서 23골(평균 2.3골)이다. 3분의 1에 가까운 7골(2도움)을 터트린 스타니슬라프 일류첸코(31, 등록명 일류첸코)가 ‘화공’의 선봉이다. 팬들은 등록명에서 앞 두 글자를 따 ‘일류’ 공격수라고 부른다. 일류첸코도 그 뜻을 안다. 그는 “포항 스틸러스에서 뛸 때 어느 기자가 ‘한 분야의 최고’라는 뜻이라고 알려줬다. 그 이후 사진 찍을 때 검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는 포즈를 취한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전북 공격 선봉장 #팀 23골 중 혼자 7골 ‘화공의 신’ #‘일류’ 의미로 검지 세리머니도 #”리그 5연패, 챔스 우승 다 할 것”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일류첸코는 러시아 혈통이다. 독일 국적도 갖고 있다. 독일과 러시아 이중국적자다. 그는 “아버지는 러시아계 독일인, 어머니는 러시아인이다. 난 러시아에서 태어났고, 러시아어를 쓰며 자랐다. 더 나은 삶의 기회가 생겨 가족이 독일로 이주했다. 학교에서 독일어를 배웠다. 내 아이도 양국 언어를 다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독일과 러시아 대표팀이 만난다면”이라고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대답하기 어렵다. 러시아인처럼 러시아를 응원하고, 독일인처럼 독일을 응원한다. 다만 경기는 전력이 강한 독일이 이길 것 같다”며 웃었다.

일류첸코는 23세에 독일 3부리그에서 프로에 데뷔했다. 그 전에는 9부리그(직장인 축구리그 수준)에서도 뛰었는데, “당시 IT 회사에서 근무하며 물품 주문 넣고 재고 관리하는 일을 배웠다.”고 말했다. 2부리그 뒤스부르크에서 뛰던 2019년 포항으로 이적했다. 뒤스부르크 동료였던 서영재(현 대전)가 한국행을 추천했다. 일류첸코는 “독일에서 알고 지내던 유일한 한국인이 서영재였다. 한국에 관해 그에게 많이 물어봤다. 지금도 연락한다. 시간이 되면 밥도 한번 사고 싶다”고 말했다.

포항 팬들은 독일어로 ‘포항의 자랑, 일류첸코, 높이 날아올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 포항]

포항 팬들은 독일어로 ‘포항의 자랑, 일류첸코, 높이 날아올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사진 포항]

포항에서 뛰던 지난해 일류첸코는 22골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전북으로 이적했다. 그는 6일 포항 원정경기에서 2골을 넣었다. 하지만 아무런 골 세리머니도 하지 않았다. 포항 팬들은 독일어로 ‘포항의 자랑, 일류첸코, 높이 날아올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었다. 그는 “인생에서 잊지 못할 특별한 날이었다. 독일어 배너에 감동했다. 세리머니를 안 한 건 포항을 존중해서다. 포항에서 뛴 1년 반, 구단과 서포터스가 많이 도와줬다. 지금도 응원해준다”고 말했다. 매사에 진지한 그는 “가정에서 그렇게 배웠다. 부모님이 ‘원하는 게 있다면 최선을 다해 노력해라. 축구장 밖에서는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서 대하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일류첸코는 개막 후 3경기(1~3라운드) 동안 침묵했다. 이후 5경기(4~8라운드)에서 7골을 몰아쳤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불가리아)처럼 페널티 박스에서 우아하게 골을 넣는다. 그는 “베르바토프는 페널티 박스 내에서 매우 뛰어난 선수였다. 비교 자체가 영광”이라고 했다. 그는 “시즌 초 커뮤니케이션 등에 문제가 있었지만, 서로 적응하면서 골을 많이 넣고 있다. 전북은 훈련부터 공격적이라서 ‘화공’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식(45) 전북 감독에 대해 그는 “그라운드 안에서는 ‘독사’에 가깝지만, 밖에서 장난도 많이 치고 코미디언(김 감독 별명은 ‘식사마’) 같다”고 귀띔했다.

일류첸코는 18일 성남전에서 한교원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전북은 개막 후 10경기 연속 무패로 선두를 달렸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일류첸코는 18일 성남전에서 한교원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전북은 개막 후 10경기 연속 무패로 선두를 달렸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일류첸코는 골을 넣으면 양손을 겨드랑이에 끼는 ‘팔짱 세리머니’를 종종 한다. 그는 “팀 동료 구스타보, 바로우 등과 축구 온라인게임을 하면서 ‘실제 골을 넣으면 함께 하자’고 약속했다. 게임 속 킬리안 음바페(프랑스) 세리머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오른팔 문신에 대해서는 “사자는 내가 태어난 달(10월)을 뜻하고, 아래 시계는 아이가 태어난 시간이다. 아이 생년월일도 새겼다”고 설명했다. 새 연고지 전주는 ‘철강 도시’ 포항과 영 딴판이다. 그는 “전주는 전통적인 느낌이다. 한옥마을에도 가봤고, 비빔밥도 먹어봤다”고 말했다.

일류첸코는 전북과 우승 경쟁을 벌이는 울산 현대에 강하다. 그는 “포항에서 뛰던 2019시즌 최종전에서도 (울산을 꺾어 우승 경쟁하던) 전북을 도왔다. 울산이라고 특별하지는 않다. 모든 경기를 완벽하게 준비한다”고 말했다. 전북은 올 시즌 K리그 5연패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그는 “두 대회 모두 우리의 우승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하지만 시즌은 길고, 축구에서는 앞날을 알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하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따라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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