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치료보다 수발에 무게 노인수발보장법, 용어부터 잘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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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노인요양원엔 촉탁의가, 일본은 의사가 상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인수발법안엔 노인의 장애등급을 판정하는데도 의사가 빠져 있으니…."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인수발보장법 제정을 앞두고 대한노인의학회 장동익(사진) 이사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평균 세 가지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이 병을 초기에 발견해 재활을 도와줘야 노인과 가족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죠. 하지만 현재의 노인수발법안은 의료가 배제돼 있어 질병을 키워 요양시설에서 수용하자는 셈이지요."

그는 노인의학의 시발점이 된 미국 웨스트 미들섹스 주립병원 사례를 든다. 700명의 노인환자를 수용한 이 병원에서 전문인들의 협력으로 환자 평가와 재활을 시킨 결과 200명이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는 것. 하지만 우리나라 노인복지시설은 사망률이 2004년 기준 12.7%(2612명)으로 65세 이상 일반 노인 사망률의 세 배 이상이나 된다.

"관절염을 앓고 있는 환자는 운동을 못해 비만해지고, 비만은 또 당뇨와 고혈압을 유발해 복합 질환자가 됩니다. 이것이 질병 초기에 대응하자는 이유입니다."

실제 스코틀랜드 한 지역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한 결과 결핵.당뇨.영양실조.심부전증.우울증.만성 기관지염 등 숨겨진 질환이 쏟아져 나왔단다.

"노인들은 스스로 병원을 찾지 않습니다. 나쁜 질병이 발견되지는 않을까, 가족한테 누가 되지는 않을까, 또 나이가 들면 질병에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 때문이지요."

그는 우선 노인수발법이라는 용어를 원래의 노인요양법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법제정의 목적이 단순한 목욕.배설 등 일상생활 지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장애를 최소화하고 부족한 기능을 정상화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장 이사장은 "환자의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의사가 노인의 심신상태에 대한 조사, 평가, 장애 등급 판정, 수발계획서 작성과 같은 전문적인 업무 수행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노인수발법에는 수발인정 유효기간을 2년 정도로 정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일본의 경우 6개월마다 등급 재심사를 하도록 돼 있다"며 "여기에는 노인환자를 적극적으로 재활시켜 가정으로 돌려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노인의학회 장동익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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