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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마다 청산작업, 사회통합·국민화합 요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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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심지연의 『33편의 서문』. [사진 백산서당]

심지연의 『33편의 서문』. [사진 백산서당]

“서문을 모아놓은 책에 또 서문을 쓴다는 것이 어색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시작하는 책이 나왔다. 심지연(73)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의 『33편의 서문』(백산서당)이다.

자신의 책 서문 묶어 책 낸 심지연 #40년간 한국 정치·정당·인물 연구 #“엄중한 시기, 적잖은 시사점 제공”

저자 본인도 “생소한 시도”라 부른 이 책은 1982년부터 자신이 쓴 책들의 서문을 묶은 결과다. 심 명예교수는 한국정당학회,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한국정치학회의 회장을 차례로 지낸 정치학자다. 주된 관심은 역시 정당이었다. 『한국민주당연구』두 권, 『조선신민당연구』『인민당연구』가 대표저서다. 정당의 틀 안에서 활동한 인물도 집중 조명해 『허헌 연구』『김두봉 연구』를 남겼다. 1948년 발족한 한국민주당을 다룬 『한국민주당연구』(1982년) 부터 2013년 이명박 정부까지 포함한 『한국정당정치사』3차 증보판(2017년)까지 한국 정치에서 정당의 역사를 포괄하는 책들이다.

‘위기와 통합의 정치’라는 가설을 제시하고 이를 토대로 해방 이후의 정치사를 분석하기도 했다. 『민족주의 논쟁과 통일정책』(1985년), 『미·소공동위원회 연구』(1989년),『남북한 통일방안의 전개와 수렴』(2001년) 등의 이념, 논쟁, 현안 연구가 그런 인식에서 나온 책들이다.

이번 책에 수록한 33편의 책 중에는 학회활동에서 나온 것들도 있다. 자료집도 포함됐다. 특히 우사 김규식 선생의 일생을 조명한 자료집 세 편을 넣었다. 저자는 “한반도 정세가 어느 때보다 엄중해진 이 시기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제공하리라 본다”고 했다.

정당정치를 학문으로 들여다본 40여년 끝에 그는 “지금의 풍토가 지속하는 한 정치발전은 없다”고 했다. 심 명예교수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조선조 사화 수준의 청산작업이 반복되는 풍토였고,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어떤 변고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시대를 살았다”고 했다. 본인은 학회 일에 열중하면서 정치권에 들어가지 않은 일이 다행이라는 뜻이다. 그는 “이런 풍토를 종식하지 않으면 사회통합이나 국민화합은 요원하다”고 덧붙였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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