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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日 대사에 '우려' 전달했는데…정부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없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수협중앙회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수협중앙회 관계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지난해 한국 정부가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를 비롯한 정부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는 지난해 10월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현황」이란 제목의 대책 보고서를 작성했다.

당시 상황을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내에 보관 중인 오염수 처분 방안 결정을 완료하고 발표 시기 결정만 남았다”고 평가한 보고서에서 정부는 일본이 방출할 오염수가 우리 국민과 환경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취지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전문가 간담회를 일곱 차례 열고 “오염수를 정화하는 일본의 다핵종처리설비(ALPS)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는 유엔방사능피해조사기구(UNSCEAR)의 방법을 사용해 일본 해안가 인근 지역의 방사선 영향을 평가한 결과 방사선 수치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냈다.

국내 연안 해역을 대상으로 한 방사능 농도 조사에선 지난 2019년 기준 0.892~1.88m ㏃/㎏이 검출됐는데, 이는 후쿠시마 사고 이전의 평균치(2006~2010년 0.864~4.04m ㏃/㎏)와 유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밖에 우려가 큰 삼중수소 노출 가능성에 대해선 “생체에 농축·축적되기 어려우며 수산물 섭취 등으로 인한 유의미한 피폭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오염수의 국내 해역 확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해양 방출 수년 후 국내 해역에 도달하더라도 해류에 따라 이동하면서 확산·희석돼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해양수산부가 안병길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후쿠시마 인근 6개 현에서 선박 평형수를 주입한 뒤 국내로 돌아와 이를 배출한 선박은 모두 118척이었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선박 평형수 방사능 조사 및 해양 방사성 물질 조사를 통해 우리 해역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국민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작 정부가 평형수의 방사능 조사를 한 선박은 10척에 불과했다.

안병길 의원은 “정부가 과학적으로 피해 입증을 하지 못하면서 일본의 오염수 방출을 막지 못했고 국민의 불안 심리만 키웠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도 “TF의 결론은 정부와 청와대 간 엇박자가 또 다시 드러난 셈이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더욱 증폭될 수 밖에 없다”며 “정부는 오염수 방출을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은 “일부 전문가의 의견이 정부의 입장이 될 수는 없다”는 입장 자료를 냈다. 해당 보고서와 정부 입장은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을 단호하게 반대하며 국민 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어떠한 조치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 때문에 청와대를 방문한 아이보시 고이치(相星孝一) 주한 일본대사에게 “일본의 결정에 대해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바다를 공유하는 한국의 우려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13일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기로 공식 결정한 데 대한 문 대통령이 직접 우려를 전달한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주한대사 신임장 환담 발언으로선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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