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의 철저한 현지 검사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7일 오후 충남 천안시의 성환배 대미수출단지. 수출용 배를 선별.세척.포장하는 작업원들 사이로 외국인 한 명이 배의 꼭지 부분 등을 돋보기로 세심히 살피고 있었다. 미국 농무부 산하 동식물검역소의 검역관 세자르 칼데론은 "미국 농산물에는 없는 병해충류가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한국 측 협력 검역관에게 정밀검사를 의뢰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천안지역에서 5~6건을 검사했지만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 국내에서 수입 식품 파동이 잇따르면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의 철저한 현지 관리 등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농수산물 수입량이 많은 미국은 세계 각국과의 개별 협상 등을 통해 이렇게 직접 생산지 관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정부도 미국이나 필리핀 등에 식물검역관을 파견하고 있지만 내용 면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연간 7000t의 배를 수입하는 미국은 올해 7명의 검역관을 파견해 검역하고 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연간 11만t의 오렌지를 수입하는 미국에 올해 5명의 검역관을 보내 조사했다. 우리 검역관은 1인당 2만2000t으로 미국(1인당 1000t)의 22배에 해당하는 물량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연간 700t가량의 냉동 굴을 미국에 수출하는 경남 통영굴수협에도 양국 간 협의에 따라 2년에 한 번씩 미 식품의약국(FDA)의 패류 위생 전문가들이 파견된다. 지난해 4월에도 3명이 다녀갔다. 통영굴수협의 수출 담당자는 "수질검사 결과는 물론 바다 주변에 축산장이나 골프장이 없는지 등을 확인하고 간다"며 "그들이 직접 확인해 지정한 특정 해역의 굴만 미국에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굴 냉동공장도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이 미국 측의 생산 공정이나 환경 기준 등에 적합한지를 따져 '대미수출패류 가공시설'로 등록시켜 주면, 미 FDA에서 현지 확인을 한다.

일본의 경우 정부보다 민간 차원에서 엄격히 현지 관리를 한다. 위해성 논란이 생기는 경우에도 일본 정부는 대개 검사명령제에 따라 수입업자나 유통업자에게 1차적 책임을 지게 하기 때문이다. 연간 1000만 달러어치의 김을 일본에 수출하는 삼해상사의 김인택 주임은 "전북 부안 공장에 매년 한 번 이상 일본 구매담당자가 온다"며 "원료 김은 생산철인 3~4월께 전량을 무작위 검사하고 조미 김은 새로운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1~3일간 생산 전 공정을 입회 조사한다"고 말했다.

국내 김치 수출업계도 일본 수입.유통업자들의 철저함에 혀를 내두른다. 웅천 농협의 정병수 진해식품공장장은 "일본 수입업자들이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나 판매처 관계자들을 데리고 매년 10회 이상 방문한다"고 말했다. 올 9월에도 일본 생협 측 품질담당자가 10쪽 이상의 점검 목록을 가지고 와서 사흘간 꼼꼼히 확인하고 갔다. 이를테면 포기 배추를 덮어놓은 비닐은 염소산나트륨액으로 두 번 씻어 사용하고, 공장 직원들이 작업장에 들어갈 때는 접착식 먼지떨이로 눈썹까지 문지르도록 요구한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