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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카르텔 해설서’ 주도한 檢팀장, 개인 명의로 먼저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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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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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찰 간부가 대검찰청 반독점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으면서 수집한 내부 자료를 토대로 대검보다 먼저 개인 명의의 실무 해설서를 시중에 출간해 법조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내부 정보와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는 점에서 부적절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해당 검찰 간부는 "내가 출간한 책은 (공개될 예정인) 대검 해설서와 내용과 분량 등이 다르다"며 "직접 쓴 책이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개 해설서 내려던 대검, 뒤늦게 책 출간 알고 진상 파악 #구상엽 팀장 "대검 해설서와 달라…직접 써 문제 안 돼"

12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검은 구상엽(47·사법연수원 30기) 창원지검 마산지청장이 지난 3월 중순 『카르텔 형사집행 가이드라인』(박영사)을 출간한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책의 내용이나 출판 과정에 부적절한 점이 없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구상엽 마산지청장이 지난 3월 출간한『카르텔 형사집행 가이드라인』 [사진 박영사 홈페이지]

구상엽 마산지청장이 지난 3월 출간한『카르텔 형사집행 가이드라인』 [사진 박영사 홈페이지]

구 지청장이 출간한 책은 지난해 12월 제정된 대검의 '카르텔(담합) 사건 형벌 감면 및 수사절차에 관한 지침'에 대한 실무 해설서다. 해당 지침은 검찰이 담합 사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에 대비한 것으로 '형사 리니언시(leniency)'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리니언시 제도는 담합행위를 한 기업이 자진신고할 경우 처벌을 경감하거나 면제하는 제도로, 현재로썬 전속고발권을 가지고 있는 공정위가 단일 신고 창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법무부와 공정위의 합의로 40여년 만에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검찰도 선제적으로 '형사 리니언시'를 도입했다.

논란이 되는 점은 대검이 공식적으로 지침에 대한 해설서를 마련해 공개할 예정인 상황에서 2019년부터 반독점 TF 팀장을 맡아온 구 지청장이 개인 명의로 먼저 출간을 했다는 점이다. 당시 TF 소속의 한 관계자는 "구 지청장이 TF에서 관련 자료를 수집하라고 지시하는 등 해설서를 만드는 작업을 주도했다"며 "대검의 공식 해설서가 나오기 전에 개인 명의로 출간한 점에서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 분야에 정통한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외부로 공개하면 안 되는 정보까지 공개가 됐다면 업무상 비밀 누설로 감찰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구 지청장은 본인 서적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저작권 관련 문제의 핵심은 출간 시기가 아닌 표절 여부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개인적으로 출간한 서적은 2019년도에 발간된 내 박사학위 논문을 토대로 직접 집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대검 해설서가 공개되고 내 논문과 책을 서로 비교해보면 내용과 분량 등에 차이가 있고 저작권에 문제가 없음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지청장은 검찰 내부에서 공정거래 분야 전문 검사로 통한다. 그는 공정거래 분야 수사의 전문성을 인정받아 2급 공인 전문검사인 '블루벨트' 인증을 받았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과 대검 반부패부 반독점 TF 팀장, 국제협력담당관 등을 지냈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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