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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김범수의 파격인사…AI 자회사 대표에 88년생 개발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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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브레인 김일두 신임 대표. 카카오브레인

카카오브레인 김일두 신임 대표. 카카오브레인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인공지능(AI)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대표이사에 입사 10년차인 30대 초반 팀장을 낙점했다.
카카오는 12일 김일두 딥러닝 알고리즘 연구팀장(33)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고 12일 밝혔다. AI 개발자 출신인 김 대표는 88년생으로 2012년 카카오에 입사한 지 만 9년 만에 계열사 대표직에 올랐다. 카카오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중 최연소다. 김 의장의 파격 인사를 두고 기술기업의 새로운 리더십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IT업계의 세대교체 신호탄이 될 지도 주목된다.

카카오의 비밀병기, 카카오브레인

카카오 AI의 핵심 사업회사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대표 백상엽)다. 카카오워크와 클라우드서비스 등 기업 대 기업(B2B) 사업으로 2019년 12월 설립 1년 만에 기업가치 1조원의 평가를 받았다. 카카오 AI의 시장성을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검증한다면, 카카오의 AI의 미래를 준비하는 건 카카오브레인이다.

카카오브레인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직접 설립하고 대표를 맡았던 조직이다. '알파고 쇼크' 이후 AI에 몰입했던 김 의장은 2017년 2월 카카오브레인을 설립했다. 직접 자회사 대표를 맡은 건 이때가 처음이다. 이후 2년간 400억원 이상을 투자했고, 석·박사급 AI 전문 인재 60여 명을 모았다. 카카오브레인을 카카오의 '두뇌'이자 '미래 먹거리 발굴처'로 육성한 것. 김 의장에 이어 2018년 9월부터 2대 대표를 맡았던 박승기 전 대표도 카카오의 전신 아이위랩에서 카카오톡 개발에 참여한 핵심 인재였다.

그간 카카오브레인은 연구개발(R&D)에 중점을 두고 원천기술을 확보해 카카오 계열사와 협업하는 'AI 비밀병기' 역할을 해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수요 예측 모델(TGNet), 스마트스피커의 AI가 뉴스를 읽어주는 음성합성(TTS) 딥러닝 등 카카오의 여러 서비스에 기술을 제공한 것도 카카오브레인이었다. 카카오는 김 대표 선임에 대해 "카카오브레인의 AI 연구를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신사업 성장을 공격적으로 이끌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젊은 개발자의 성공 모델

김 대표 선임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70년대생(40대) 계열사 대표이사가 많은 카카오 내에서도 이례적으로 빠른 승진이다. 카카오모빌리티 류긍선(44), 카카오페이 류영준(44), 카카오재팬 김재용(45),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진수(48) 대표 등 다른 계열사 대표들보다도 10년 이상 젊기 때문. 카카오 관계자는 "내부에서 여러가지 의견이 오갔지만, 변화와 혁신을 위한 새로운 리더십의 필요성을 강조한 김범수 의장과 전임 박승기 전 대표가 추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김범수 의장이 국내 AI 인재의 해외 유출을 막고 인재를 모으기 위해 만든 곳이 카카오브레인"이라며 "IT업계 전체가 개발자로 경쟁하는 상황에서 개발자 출신 30대 초반 팀장을 대표로 선임한 것은 카카오에 들어오면 개발자도 이렇게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브레인 시즌2 키워드는 '사회적 영향력' 

카카오브레인은 김 대표의 선임과 함께 시즌2를 선언했다. 이제까지 기계학습을 위한 메타러닝, AI 비전(영상), AI 음성, 자연어처리(NLP) 등 창의적 원천기술 연구에 초점을 뒀지만, 앞으론 AI 기술의 서비스화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기술을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영향력'을 중시하는 김범수 의장의 지향점과도 일치한다. 카카오 관계자는 "연구개발에만 집중했던 카카오브레인이 올해부터 실제 서비스를 중심으로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해 김 대표를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브레인의 AI 기술 상용화는 지난해부터 서서히 시작됐다. 회사는 이미지·영상에서 사람의 자세를 분석하는 포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지난해 6월 유료 상품으로 내놨다. 이 기술은 카카오VX '스마트홈트' 앱에서 사용자에게 적절한 운동자세를 추천해 주는 서비스로 구현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대표는 원천기술 연구개발 역량과모바일 앱 기획 등 서비스·사업화 역량을 두루 갖췄다"며 "AI 언어모델 GPT-3와 같은 규모가 큰 원천기술 연구뿐만 아니라, 사회에 도움될 AI 서비스 확장에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포즈API가 적용된 카카오VX의 홈트레이닝 프로그램. 카카오VX

카카오브레인이 개발한 포즈API가 적용된 카카오VX의 홈트레이닝 프로그램. 카카오VX

김 대표가 최근까지 헬스케어 AI 를 연구한 만큼 카카오브레인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속도를 낼 가능성도 있다. 김일두 대표는 지난해 글로벌 폐암 조기진단 흉부 CT 영상 알고리즘 추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아산병원 메디컬센터와 의료 AI 딥러닝도 연구해왔다. 김 대표는 "AI로 불가능한 영역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선행 연구와 기술 개발을 진행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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