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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몸매 날씬한데 근육량 적고 체지방 많다? 건강 적신호 켜졌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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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비만은 체형이 뚱뚱하고 체중도 많이 나가는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겉보기엔 날씬하고 체질량지수(BMI, 몸무게(㎏)/키(㎡))도 정상인데 비만한 사람이 있다. 체지방률이 높지만 상대적으로 근육량은 적어 신체의 구성 성분이 비만 상태가 되는 ‘마른 비만’ 얘기다. 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전숙 교수는 “마른 비만은 혈중 지질 수치를 높이고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대사 질환과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인다”며 “하지만 비만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해 경각심이 낮은 게 문제”라고 말했다. 마른 비만의 주요 특징은 내장 지방과 복부 비만, 혈중 지질 수치 이상 같은 증상이다. 내장 지방이 혈중 중성지방으로 분해되면서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같은 위험을 높일 수 있고, 이 때문에 심혈관 질환 위험도 커진다. 정상 체중이어도 비만으로 인한 여러 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전숙 교수와 함께 마른 비만의 다양한 원인과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을 알아본다.

마른 비만 예방·탈출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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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적인 저칼로리 다이어트

마른 비만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무리한 다이어트를 반복하는 것이다. 빠른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흔하게 선택하는 방법은 저칼로리 식단이다. 단시간 내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가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근육량만 감소하고 체지방이 늘어나기 쉽다. 기초대사량보다 적게 먹는 식단을 반복하면 신체는 에너지를 빨리 낼 수 있는 근육을 먼저 사용하고 지방을 최대한 아낀다. 몸의 적응 과정에서 기초대사량도 낮아져 살이 잘 찌는 체질이 된다. 저칼로리 다이어트 후 일상 식단으로 돌아왔을 때는 같은 칼로리를 섭취해도 잉여 칼로리가 많아져 지방으로 쌓인다. 음식 섭취를 지나치게 줄이면 몸을 유지하는 데 필수인 단백질·칼슘·철분·비타민 등 영양소 섭취가 적절치 못해 근육의 재료도 부족해진다.

끼니 거른 뒤 몰아 먹는 습관

단식을 반복하거나 불규칙한 식사로 공복 시간이 길어지면 우리 몸은 심장 박동과 호흡,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에너지 대사를 점점 줄인다. 에너지 대사가 낮아진다는 건 기초대사량이 낮아진다는 얘기다. 이때도 지방보다 근육을 먼저 소비해 에너지를 낸다. 공복이 길어지면 간식류를 더 먹거나 폭식·야식으로 이어질 위험도 크다. 그러면 지방이 빠질 새 없이 근육이 빠진 자리를 지방이 채우며 뱃살만 느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지방이 쌓이다 보면 지방세포가 없어야 할 공간, 즉 내장·근육·간 같은 곳에도 내장 지방 형태로 쌓인다.

중년 이후 채소·과일 위주 식단

나이가 들면서 건강에 좋다고 생각해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단으로만 먹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런 식단은 중년 이후 마른 비만 위험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다. 나이가 들면 그 자체가 근감소증의 원인이다. 근육량에 영향을 주는 성장호르몬 등의 분비가 떨어지면서 근육량 감소와 함께 마른 비만이 나타나기 쉽다. 이런 상황에서 근육의 재료인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근육량은 더 줄어들고, 에너지 소비도 둔해진다. 특히 중노년층 여성의 경우 밥을 대충 먹고 빵·떡·과일 같은 간식을 배불리 먹어 탄수화물만 과하게 섭취하는 것이 마른 비만의 주원인인 경우도 적지 않다.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습관

음식 섭취량이 많지 않아도 신체 활동이 적으면 마른 비만의 원인이 된다. 컴퓨터 사용과 TV 시청 등으로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활동량이 감소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근육을 유지하고 생성할 수 있는 활동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체지방 비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특히 식단을 조절하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운동을 병행하지 않고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만 반복하면 마른 비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방을 분해하고 근육을 생성하는 호르몬 분비는 신체를 움직일 때 활성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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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무게 말고 체지방률 숫자 확인

일반적인 비만 치료의 목표는 일단 체중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마른 비만은 체중계 숫자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체중과 BMI가 정상이기 때문이다. BMI는 체중과 키로만 측정하므로 체지방량과 근육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체지방률과 허리둘레, 혈중 지질 수치 등에 신경 써야 한다. 성인 남성은 체지방률이 25% 이상이면서 허리둘레 90㎝ 이상, 성인 여성은 체지방률이 30% 이상이면서 허리둘레 85㎝ 이상일 경우 체지방이 많고 복부비만이 동반된 마른 비만 상태로 판단한다.

규칙적 식사로 적정 칼로리 섭취

마른 비만에서 벗어나기 위해 섭취 열량을 줄이는 건 별 소용이 없다. 특히 여성은 뱃살을 빼기 위한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과자·초콜릿 같은 간식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마른 비만을 벗어나는 식습관은 근육을 만들 수 있는 양질의 단백질과 함께 적정 탄수화물·지방을 포함한 균형 잡힌 식사를 규칙적으로 섭취하는 것이다. 대사 작용이 원활하려면 연료가 제때 공급돼야 한다. 특히 정상적인 근육량 확보를 위해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전체 식사의 25~30%를 단백질로 채울 수 있도록 살코기·생선·콩류를 끼니 때마다 챙겨 먹는 것이 좋다.

식이섬유 풍부한 해조류 등 먹기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해조류 등을 충분히 먹으면 마른 비만에서 문제가 되는 인슐린 저항성을 좋게 하고 당뇨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슐린은 몸에 들어온 포도당이 근육·간·지방세포 등에 흡수될 수 있도록 돕는 호르몬이다. 인슐린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면 각 기관이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해 대사 작용에 문제가 생긴다. 인슐린이 저항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지방에서 분해된 유리지방산 증가와 관련 있다. 유리지방산은 전신 염증을 일으키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른 비만처럼 내장 지방이 많은 비만에서 유리지방산이 높아지고, 인슐린 저항성도 올라간다.

유산소 운동보다 근력 강화 집중

마른 비만에서는 체중 감소에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보다는 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근력 운동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좋다. 본인의 운동 능력에 따라 다양한 운동 중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걸 찾으면 된다. 플랭크·스쿼트 등 집에서 간편히 할 수 있는 맨몸 운동이나 아령을 들고 하는 운동도 도움이 된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도 다리 근력을 강화하므로 좋다. 강도 높은 근력 운동은 오후에 하는 것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관절과 근육이 적절하게 풀려 있고 체온이 올라가 있어 부상 위험이 줄어든다. 오후에 하면 운동 효과도 좋다. 아침·점심에 섭취한 에너지원을 써 근육이 잘 만들어진다.

이민영 기자 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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