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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통령 탄핵시킨 판사…조국은 왜 그 다큐 올렸나 [정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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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 사진 넷플릭스

최근 여권 인사들이 자주 언급하는 다큐멘터리가 있다. 브라질 정치 상황을 소재로 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The Edge of Democracy)’ 다. 지난 3월 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이 다큐에 대한 감상평을 올렸다.

사진 조국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사진 조국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이재명 경기지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 다큐를 언급했다. 추 전 장관은 "법을 가장한 쿠데타"라는 표현을 썼고, 이 지사는 "기득권 카르텔"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위기의 민주주의’는 메시지가 분명하다. 브라질의 한 연방 판사가 강압적인 방식으로 무고한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고 당시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끄는 등 민주주의를 위기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여권의 대치 상황이 브라질 상황과 비슷하다며 감상평을 올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다큐는 브라질 정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는 걸까.

사진 추미애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사진 추미애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사진 이재명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사진 이재명 페이스북 페이지 캡처.

브라질과 한국의 평행세계

얼핏 보면 한국과 브라질의 현대 정치사는 평행세계인 듯 닮았다.

우선 두 나라 모두 군사 독재를 겪었다. 우리가 1961년 5ㆍ16 군사 쿠데타로 군부 독재가 시작된 것처럼, 브라질 역시 1964년 쿠데타 이후 군사 정권이 1985년까지 나라를 지배했다. 1980년대 국민의 민주화 열망이 휘몰아쳤고, 군사 정권이 무너지고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 것도 비슷하다. 최근 정치 상황도 쌍둥이 같다. 2017년 첫 여성 대통령인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됐던 우리 상황과 비슷하게 브라질도 2016년 역사상 처음으로 선출된 여성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브라질과 한국, 두 나라 모두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핵당한 공통점이 있다. 사진 중앙포토(왼쪽), 로이터=연합뉴스(오른쪽)

브라질과 한국, 두 나라 모두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핵당한 공통점이 있다. 사진 중앙포토(왼쪽), 로이터=연합뉴스(오른쪽)

나란한 길을 걸은 두 나라의 역사는 또 한 번 비슷한 곳에서 만난다. 여권 핵심 인물을 수사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비슷한 행보를 걸은 인물이 브라질에도 있는데, 두 사람 모두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된다는 점이다. ‘위기의 민주주의’에서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 장본인으로 지목된 세르지우 모루 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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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호세프 vs. 모루

다큐에서 과도한 수사로 탄압받는 주인공은 룰라 전 대통령이다. 룰라는 2003년 1월부터 2011년 1월까지 8년간 재임했던 대통령이다. 젊은 시절 노동 운동에 투신했으며, 4차례 대선에 출마해 결국 당선된 브라질 민주화 운동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연설가로 유명한 그는 퇴임까지도 지지율 87%에 이르는 큰 인기를 누렸다. 브라질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 정책 ‘보사 파밀리아’를 성공적으로 운영했고, 브라질 경제 성장도 이끌면서 좌우 빈부 할 것 없이 사랑을 받았다. (※보사 파밀리아는 기초생활 수급제도와 비슷하게 저소득층에게 매달 일정한 돈을 주는 대신 자녀의 교육을 의무화한 정책이었다.)

룰라는 재임 기간 큰 사랑을 받았던 대통령이었다. 사진 AFP=연합뉴스

룰라는 재임 기간 큰 사랑을 받았던 대통령이었다. 사진 AFP=연합뉴스

룰라의 후계자는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다.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2011년 1월부터 2016년 8월 탄핵당할 때까지 재임했다. 그 역시 젊었을 때부터 노동 운동을 이끌었다. 군사 독재 시절 고문 등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꺾이지 않았던 강단을 잘 표현한 젊은 시절 사진이 유명하다.

지우마 호세프가 군사독재 시절 심문당하는 와중에도 꼿꼿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담긴 사진. 사진 중앙포토

지우마 호세프가 군사독재 시절 심문당하는 와중에도 꼿꼿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담긴 사진. 사진 중앙포토

정치적으로 승승장구하던 두 사람을 무너뜨린 이가 소위 ‘브라질의 윤석열’이라 불리는 세르지우 모루 판사다. 윤석열 전 총장과 달리 모루는 판사다. 판사지만 모루는 막강한 권한을 이용해 속전속결로 피의자들에게 유죄선고를 내리고, 수사팀에 방대한 수사의 자유를 부여하면서 부패 수사를 사실상 이끌었다. 그는 다큐에서 ‘빌런(악당)’에 가깝게 묘사된다. 룰라를 증거도 없이 가두고, 무고한 자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는 인상을 준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브라질을 위기에 빠뜨리는 표독스러운 인물로 묘사된다.

룰라와 호세프의 반대편에 서 있는 판사 세르지우 모루. 사진 EPA=연합뉴스

룰라와 호세프의 반대편에 서 있는 판사 세르지우 모루. 사진 EPA=연합뉴스

‘악역’ 모루의 실체

하지만 모루는 다큐의 평가와 달리 브라질에선 국민 영웅으로 대접하는 이가 많다. 윤석열 전 총장처럼 유력 대선 후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브라질 역대 최대 부패 수사 ‘세차 작전’은 브라질 역사에서 유례가 없다. 2014년 시작된 세차 작전은 올 2월 종료될 때까지 295명을 체포했고, 278명을 유죄 선고했다. 명망 있는 기업인ㆍ정치인을 줄줄이 수감했다. 뇌물의 총 규모만 약 3조7000억 원이었다. 그중 1조 원이 국고로 환수됐다. 브라질 최대 기업 페트로브라스를 포함해 16개 회사가 연루됐다. 페트로브라스의 피해액은 50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수사로 인해 국가 경제가 휘청일 정도였다.

브라질 내부의 일로 그친 게 아니다. 전 세계 43개국 183개 기관과 협조 수사했다. 베네수엘라ㆍ콜롬비아ㆍ에콰도르ㆍ페루ㆍ파나마 등 주변 국가 전직 대통령도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페루에선 알란 가르시아 전 대통령이 체포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영향은 우리나라에도 미쳤다. 삼성중공업이 이 수사로 인한 소송에 휘말려 브라질 정부에 1600억 원을 지급하고 관련 건을 마무리하는 일도 있었다.

브라질은 2017년 세계은행 조사에서 정치인 신뢰도가 세계 137개국 중 137위로 꼴찌를 차지한 국가다. ‘세차 작전’은 부패에 넌더리 치던 국민의 답답함을 한 번에 씻어줬다는 평가를 받은 초대형 기획 수사다. 이 세차 작전에 대한 구체적인 스토리가 다큐에는 나오지 않는다. 다큐에선 모루가 룰라 한 명을 잡으려고 일을 벌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과 거리가 멀다. 이미정 한국외대 중남미연구소 연구 교수는 “모루의 수사에 대해 룰라 측에서는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했지만, 이는 당파적 관점이고, 브라질에선 정치권에 만연한 부패를 척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모루 판사와 함께 세차 작전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수석 검사 데우탄 달라뇰.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모루 판사와 함께 세차 작전 수사를 성공적으로 이끈 수석 검사 데우탄 달라뇰.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세차 작전을 성공시킨 건 모루 판사의 집념이었다. 모루는 이전의 브라질 판사들과 달리 재판을 속전속결로 진행하고, 수사당국의 다소 무리한 수사를 자유롭게 허용함으로써 피의자들을 집요하게 몰아붙였다. 정치인ㆍ기업인들의 통화 감청을 폭넓게 허용했다. 비리 혐의 기업인들이 붙잡히면 연루자를 실토할 때까지 구금하는 걸 허락했다. 실제로 모루가 검사에게 수사를 사실상 ‘지시’하는 듯한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와 재판 결과를 지지하는 대다수 국민 여론이 뒤를 받쳐줬다.

당시 세차 작전을 이끈 수석검사 데우탄 달라뇰은 “이전까지 브라질에선 부패 사건으로 기소된 이 중 97%가 처벌받지 않았다”며 “비리 기업인들을 예비 구금하고 처벌을 가볍게 하는 조건으로 플리 바겐(사전형량조정제도: 유죄를 인정하거나 증언을 하는 대가로 형량을 낮추거나 조정하는 협상제도)을 한 것이 이번 수사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다”고 하버드대 강연에서 말했다.

룰라는 죄가 없을까

룰라가 세차 작전의 수사망에 걸려든 과정도 드라마틱하다. 한 대기업 임원에게 돈을 받은 상원의원을 수사하다가 드러났다. 2015년 브라질 최대 기업 페트로브라스의 전직 임원 네스토르 세르베로가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붙잡혔다. 세스베로가 돈을 준 정치인 중에는 거물 정치인 데우시지우 두 아마라우 상원의원도 있었다. 아마라우는 브라질 상원의 노동당 대표로 룰라의 최측근이었다. 아마라우는 최근 30년 동안 처음으로 체포된 브라질 상원의원이 됐다. 이후 상원 의원직에서 제적됐다. 재판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다.

세차 작전을 통해 밝혀진 부패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페트로브라스의 네스토르 세르베로 전 이사. 사진 Senado Federal

세차 작전을 통해 밝혀진 부패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페트로브라스의 네스토르 세르베로 전 이사. 사진 Senado Federal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부패 스캔들, 그 서막을 연 아마라우 상원의원.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브라질 역사상 최악의 부패 스캔들, 그 서막을 연 아마라우 상원의원.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아마라우는 체포된 이후 폭탄 발언을 했다. 룰라와 호세프가 이번 비리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룰라와 호세프는 아마라우가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모루 역시 검찰 수사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검찰은 룰라가 건설업자에게서 상파울루에 있는 고급 복층 아파트를 뇌물로 받았다는 것을 비롯해 4건의 비리 혐의를 잡아냈다.

룰라가 궁지에 몰린 것은 녹취 테이프가 공개돼서다. 호세프가 룰라에게 “제가 도움될 만한 문건을 보내드릴게요. 필요할 때만 쓰세요. (수석 장관) 임명장 사본이에요”라고 한 육성이 언론에 그대로 흘러나온 것이다. 전직 대통령인 룰라가 후임자 정부의 장관으로 들어가는 굴욕을 무릅쓰는 이유가 수사를 피하기 위한 ‘면책 특권’을 얻으려는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룰라와 호세프는 궁지에 몰렸다. (룰라는 호세프 정부에서 정무 수석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수석 장관'을 지냈다.)

룰라와 호세프의 몰락

당시 브라질 경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2015년 브라질 GDP는 전년 대비 4%포인트 줄었고, 실업률은 2.6%포인트 늘었으며 물가는 8% 올랐다. 국가 채무는 1년 만에 21%가 느는 등 경기 침체가 이어지며 국민의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부패 혐의가 드러나면서 여론이 폭발했다. 2016년 3월 호세프 탄핵을 위한 시위엔 브라질 전국에서 300만명이 모였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브라질 시위. 사진 AP=연합뉴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브라질 시위. 사진 AP=연합뉴스

호세프는 국영 은행에서 돈을 끌어다 복지 예산으로 쓴 뒤 이를 갚지 않아 재정회계법 위반 혐의를 받았다. 2014년 재임을 위해 경제성적표를 좋게 보이려 이런 편법을 썼으며 그 결과 재선에 성공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호세프는 “탄핵 시도는 쿠데타다. 나는 관용과 대화와 평화를 원한다. 하지만 이건 민주주의가 지켜질 때만 가능하다”고 버텼지만, 법 위반에 여론의 악화가 겹쳐 2016년 8월 탄핵당했다. 이미정 교수는 “호세프의 탄핵은 재정회계법을 명백히 어긴데다, 이러한 위법을 통해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이 등을 돌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룰라 대통령도 2018년 2심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12년 선고를 받으면서 다음 대선 출마가 불가능해졌다. 룰라는 이전에도 부패 의혹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2004년 브라질을 떠들썩하게 한 ‘멘살렁 스캔들’이다. ‘멘살렁’은 포르투갈어로 ‘매달 받는 많은 액수의 용돈’이라는 뜻이다. 룰라는 당시 국정을 이끌기 위해 다른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협조를 구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그들에게 정기적으로 1000만원 정도를 매달 뇌물로 지급했다.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에 손을 벌렸다. 룰라와 노동당은 국정을 이끌기 위해선 불가피했다고 변명했지만, 노동당의 도덕성에 치명적인 상처가 생겼다. 룰라의 재임 시절 브라질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국민 지지를 얻었기 때문에 탄핵을 당하는 등 정치적 수모를 겪지는 않았지만, 그의 도덕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됐다.

극우파 대통령 보우소나루(오른쪽)는 모루(왼쪽)를 법무부장관에 발탁했다. 사진 AFP=연합뉴스

극우파 대통령 보우소나루(오른쪽)는 모루(왼쪽)를 법무부장관에 발탁했다. 사진 AFP=연합뉴스

룰라가 징역 선고를 받으며 2018년 대선에 설 수 없었던 상황에서, 그 반사이익으로 극우파 포퓰리스트 정치인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당선됐다. 그는 동성애 혐오 발언과 인종 차별 발언을 스스럼없이 해 ‘브라질의 트럼프’라는 별명이 붙은 정치인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놀랍게도 '세차작전'을 주도한 모루를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했다. 이 때문에 룰라 지지자들은 “모루가 ‘사법 쿠데타’를 일으켜 극우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그 대가로 장관 자리를 얻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모루는 장관 자리에 오르며 “나는 주인을 섬기려고 정부에 들어간 게 아니다. 나는 우리나라와 법을 섬기려고 들어갔다”고 말했다. 소신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하지만 모루 장관 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아들이 정권에 유리한 방향의 가짜뉴스를 퍼뜨린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되자 대통령이 경찰청장을 해임한 일이 있었다. 모루는 대통령 결정을 비판하며 장관을 사임했다. 조희문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중남미법 전공)는 “모루는 브라질 국회의원을 대상으로도 거침이 없었고, 룰라 사건에서도 성역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그의 행보 전반을 볼 때 매우 신념이 뚜렷한 인물로 평가받는다”고 말했다.

놀라운 반전과 브라질의 미래

다큐는 2018년 룰라가 구속 수감되는 장면으로 끝난다. ‘위기의 민주주의’는 영상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다큐이지만,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룰라의 뇌물 혐의 자체는 부인하기 힘들다는 점, 초대형 부패 수사가 브라질의 부패 척결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 등은 다큐에 거의 담기지 않았다.

이는 다큐를 만든 페트라 코스타 감독의 정치적 노선과도 무관하지 않다. 코스타 감독은 브라질에서 알아주는 건설업자 할아버지를 두고 있는 부유한 계층 출신이다. 그의 부모는 열렬한 노동당 지지자다. 아버지는 미국의 베트남 반전 운동에 심취했었고, 어머니는 브라질 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다. 코스타는 미국 컬럼비아대와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유학 생활을 했고, 뉴욕 맨해튼에서 영화에 빠져든 리버럴 지식인이다. 브라질의 ‘강남좌파’ 같은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브라질 정치, 과연 한국 정치도 이런 경로를 밟을까. 사진은 2018년 뇌물죄로 구속 수감을 앞두고 고뇌하는 룰라 대통령. 사진 EPA=연합뉴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브라질 정치, 과연 한국 정치도 이런 경로를 밟을까. 사진은 2018년 뇌물죄로 구속 수감을 앞두고 고뇌하는 룰라 대통령. 사진 EPA=연합뉴스

현재 브라질 상황은 이렇다. 세차 작전은 막을 내렸고, 모루도 정가를 떠났고,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은 코로나 대처에 실패하면서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막힌 반전이 하나 나왔다. 최근 브라질 연방 대법원이 법원의 자격과 권한을 문제 삼으면서 룰라에게 내린 지방법원의 2심 판결을 무효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룰라는 다음 대선에 출마할 길이 열렸다. 특이한 점은 이 판결을 내린 연방 대법원 에드송 파싱 판사가 호세프 대통령이 지명했다는 점이다. 그는 대선 당시 호세프 지지 연설을 한 적도 있는 룰라 측 인물이다. 브라질의 연방 대법원 판사는 총 11명이며 대통령이 추천하고 상원의 승인을 통해 임명된다. 임명되면 75세 정년 퇴임 때까지 자리가 보전된다. 룰라ㆍ호세프가 추천한 판사가 7명으로 절대다수다. 그래서 브라질 내부에선 "연방 대법원이 정파적 결정을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조희문 교수는 “연방 대법원은 노동당 측 판사들이 많기 때문에 룰라 측에선 3심까지 기다리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며 “판결 자체가 룰라가 무죄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다시 2심을 진행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사실상 룰라의 2022년 대선 출마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정봉 기자 mole@joongang.co.kr
영상=김지선·정수경 PD, 김지현·이가진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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