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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담금 6000억 밀렸는데…인니 국방장관, 9일 KF-X 출고식 참석

중앙일보

입력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시제기 출고식이 9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다.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 지 11년 만이다. 이번 출고식에 참석하기 위해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이 방한하면서 그동안 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해온 인도네시아 측의 분담금 연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서욱 국방장관·문재인 대통령 연쇄 회동 #구체적인 분담금 해결 방안은 미지수 #"장관회담 모두발언조차 공개 꺼릴 정도"

2026년 양산 목표인 KF-X는 총 개발비용만 8조8000억원에 이른다. 액수로 따져 건국 이래 최대 규모의 국책 무기개발 사업이다.

지난 2월 24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항공분야 국가정책사업 미디어데이'에서 완성 조립 단계의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시제기가 공개됐다. [사진 국방일보]

지난 2월 24일 경남 사천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항공분야 국가정책사업 미디어데이'에서 완성 조립 단계의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KF-X) 시제기가 공개됐다. [사진 국방일보]

문제는 수요다. 공군이 운용할 120여대만 갖고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정부는 처음부터 국제 공동개발로 추진키로 하고 동남아시아 방산 수출 교두보인 인도네시아를 전략적인 개발 파트너로 삼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적극 호응해 개발비용의 20%인 1조7300억원 정도를 분담키로 약속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낸 돈은 착수금을 포함해 2200억원뿐이다. 인도네시아는 2년 전부터 재정 악화를 이유로 분담금 지급을 완전히 중단해 현재 연체금만 6000억원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 측은 지난해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한국에 파견한 기술자 110여명을 모두 본국으로 소환했다. 이후 이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가 프랑스 라팔 전투기를 도입한다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KF-X 공동개발에서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프라보워 장관의 이번 방한은 의미가 깊다는 풀이가 나온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인도네시아가 우리의 초조한 입장을 잘 간파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방한을 놓고도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였다"며 "인도네시아 측이 검토 끝에 일단 방한했으니 일단 한숨은 돌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프라보워 장관은 출고식 전날인 8일에는 국방부와 청와대를 잇달아 방문해 KF-X 개발을 비롯한 방산 협력을 논의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측이 분담금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부에 어떤 입장을 밝혔는지 미지수다.

서욱 국방장관(오른쪽)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라보워 장관은 이번 방한 기간 경남 사천에서 개최되는 KF-X 시제기 출고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사진 국방일보]

서욱 국방장관(오른쪽)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프라보워 장관은 이번 방한 기간 경남 사천에서 개최되는 KF-X 시제기 출고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사진 국방일보]

일각에선 인도네시아 측이 분담금을 줄이거나 한국 정부에 차관을 요청했을 것으로 본다. 또 인도네시아산 원유 등 현물로 분담금을 대체하는 방안을 거론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날 국방부는 회담 내용과 관련해 "KF-XㆍIF-X(인도네시아 측 사업명) 공동개발 등 방산 분야 협력이 굳건한 신뢰 관계를 상징하는 만큼, 앞으로도 상호 호혜적인 방산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라고만 밝혔다. 소식통은 "인도네시아 측이 강하게 주장해 이례적으로 양국 국방장관 회담 모두발언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을 정도로 철저히 보안에 신경을 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정부가 인도네시아에 공을 들이는 다른 이유도 있다. KT-1 기초훈련기, T-50 고등훈련기, 나가파사급 잠수함(1400t급, 장보고급 잠수함의 수출형) 등 한국 무기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동남아 국가라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한국 측은 양국 방산협력의 '키맨(key man)'인 프라보워 장관에 주목한다. 그가 2024년으로 예정된 차기 인도네시아 대선의 유력 주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두 차례 대선에도 후보로 나섰지만, 조코 위도도 대통령에게 번번이 졌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헌법상 대통령은 한 차례만 유임할 수 있어서 이번엔 프라보워 장관에게 기회가 올 것이란 현지 전망이 나온다.

이철재ㆍ김상진ㆍ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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