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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관 기자의 아하! 그렇군요] '기둥'이 흔들리면…

중앙일보

입력

바른 자세의 중요성은 옛 선인들이 더 잘 알고 있었던 듯싶다. 무도를 하는 무예인이나, 다도.서도.참선 모두 자세는 같다. 하나같이 가슴을 펴고 등 근육을 바르게 세우며, 좌우균형 잡힌 자세를 강조했다.

척추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둥 역할이다.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며, 몸의 무게를 두 다리로 전달한다. 그러면서도 척추는 허리를 젖히거나 굽힐 수 있도록 유연하다. 낱개의 척추뼈가 블록처럼 쌓여 있고, 이를 인대.힘줄.근육이 붙들고 있기 때문이다. 척추뼈는 목뼈 7개, 등뼈 12개, 허리뼈 5개로 구성되며, 그 아래 골반과 합쳐진 선골과 미골이 있다.

척추의 또 다른 기능은 통신망이라는 신경 다발(척수)을 보호하는 것이다. 신경 다발은 대나무처럼 비어 있는 척추뼈 가운데를 지나고, 여기서 신경가지가 뻗어나간다. 간선도로에서 지방도로로 이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다시 자세로 돌아가 보자.

나쁜 자세는 척추를 굽게 하거나 휘게 만든다. 어느 한 곳이 바르지 못하면 보상작용에 의해 다른 뼈도 뒤틀린다. 뼈가 변형되면 그 안을 지나는 신경이 자극되고, 그 결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우선 신경 다발이 눌리면서 해당 부위에 통증이 생기는 것은 물론 근육이 뭉친다. 예컨대 어깨근육이 뭉치면 뇌로 올라가는 경동맥이 압박을 받아 혈류가 떨어진다. 그 결과 두통이 생기거나 만성 피로가 나타난다. 신선한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되니 학생들은 집중력과 기억력이 떨어진다.

골격근과 감각기를 연결하는 운동신경.지각신경, 내장의 활동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교감.부교감 신경)도 척수에서 뻗어나간다. 따라서 척추가 틀어지면 운동과 지각 이상이 나타나고, 자율신경 부조화로 장기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한다. 소화도 안 되고, 왠지 가슴이 답답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나쁜 자세는 균형된 자세를 무너뜨린다. 척추가 휘면서 몸이 한쪽으로 기운다. 거울을 통해 어깨를 보면 한쪽이 올라가 있다. 엎드려서 다리를 접어 두 다리의 길이를 비교해 보면 한쪽이 짧다. 당연히 짧은 쪽 다리에 무게중심을 두다 보니 퇴행성 관절염이 먼저 온다. 한쪽만 많이 사용한 결과 턱관절증으로 고생을 하고, 여성의 경우 골반의 불균형 성장으로 난소.자궁 등 산부인과 기능이 떨어진다.

자신의 몸이 올바른 자세를 취하고 있는지를 알려면 거울을 보고 인체 좌우를 비교하는 것이다. 두 눈, 양 어깨, 골반이 수평이 돼야 한다. 또 몸의 정중선이 미간, 양 유두, 치골, 두 다리 사이를 지나가야 한다.

옆에서 보면 목은 C자형을, 허리는 목에서부터 시작해 S자형을 유지하고, 양 귀는 어깨와 수직이 돼야 바른 자세다. 다른 사람이 볼 수 있다면 허리를 숙여 엉덩이 높이를 비교해봐도 좋다. 허리가 휘었다면 한쪽이 올라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세 교정이다. 목을 숙이고 오랜 시간 일하거나, 다리를 꼬고 앉는 것, 등이 구부정한 걸음걸이는 척추를 망가뜨리는 대표적인 자세들이다.

척추를 바르게 하는 방법으로 예로부터 내려오는 운동이 있다. 일명 금붕어 체조로 등뼈가 좌우로 휜 사람에게 권한다. 방법은 똑바로 누워 금붕어가 헤엄치듯 몸을 좌우로 구부리는 것이다. 하루 2.3회, 한두 달 꾸준히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틀어진 척추는 가능하면 어렸을 때 잡아줘야 교정도 쉽고, 평생 건강할 수 있다. 전문의의 도움을 받거나 자세 교정 운동법을 익혀 틈틈이 시행토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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