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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서 미리 만나는 아카데미…'미나리' 맞수 웰메이드 영화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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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회 아카데미 영화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더 파더’(감독 플로리안 젤러)는 은퇴한 80대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의 혼란을 스릴러 뺨치는 긴장감과 먹먹한 울림 속에 그려냈다. 딸 앤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화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더 파더’(감독 플로리안 젤러)는 은퇴한 80대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의 혼란을 스릴러 뺨치는 긴장감과 먹먹한 울림 속에 그려냈다. 딸 앤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은 '미나리'의 윤여정과 함께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다툰다. [사진 판씨네마]

제93회 아카데미 영화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더 파더’(감독 플로리안 젤러)는 은퇴한 80대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의 혼란을 스릴러 뺨치는 긴장감과 먹먹한 울림 속에 그려냈다. 딸 앤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화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더 파더’(감독 플로리안 젤러)는 은퇴한 80대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의 혼란을 스릴러 뺨치는 긴장감과 먹먹한 울림 속에 그려냈다. 딸 앤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은 '미나리'의 윤여정과 함께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다툰다. [사진 판씨네마]

노쇠한 아버지의 기억 혼란(‘더 파더’), 경제 난민의 미 대륙 유랑(‘노매드랜드’), 1960년대 흑인 인권 혁명가의 암살 이면(‘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오는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미나리’(지난달 3일 개봉)와 함께 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들이다. 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국내 극장에 개봉하면서 관객들 각자가 아카데미 예비 심사를 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극장가에도 활력이 기대된다.

'더 파더' '노매드랜드' '유다 그리고…' #각각 6개 부문 후보작 잇따라 극장개봉 #오는 15일 국산 SF '서복' 구원투수 기대

‘더 파더’(7일 개봉)는 1992년 ‘양들의 침묵'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안소니 홉킨스(84)가 역대 여섯 번째로 오스카에 노미네이트(2번은 조연상)돼 두 번째 수상을 노리는 작품이다. 은퇴한 80대 노인을 연기하는 그의 극중 이름은 안소니. 먼저 연극으로 올려졌던 작품을 영화로 옮긴 원작자 플로리안 젤러 감독이 처음부터 그를 캐스팅하기로 마음먹었기에 지은 이름이다. 런던의 고풍스러운 아파트에서 클래식을 즐기며 평온하게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중년의 딸 앤(올리비아 콜맨)이 파리로 떠나겠다고 알려오면서 혼란이 시작된다.

제93회 아카데미 영화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더 파더’(감독 플로리안 젤러)는 은퇴한 80대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의 혼란을 스릴러 뺨치는 긴장감과 먹먹한 울림 속에 그려냈다. 딸 앤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화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더 파더’(감독 플로리안 젤러)는 은퇴한 80대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의 혼란을 스릴러 뺨치는 긴장감과 먹먹한 울림 속에 그려냈다. 딸 앤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은 '미나리'의 윤여정과 함께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다툰다. [사진 판씨네마]

제93회 아카데미 영화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더 파더’(감독 플로리안 젤러)는 은퇴한 80대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의 혼란을 스릴러 뺨치는 긴장감과 먹먹한 울림 속에 그려냈다. 딸 앤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화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더 파더’(감독 플로리안 젤러)는 은퇴한 80대 노인 안소니(안소니 홉킨스)의 혼란을 스릴러 뺨치는 긴장감과 먹먹한 울림 속에 그려냈다. 딸 앤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은 '미나리'의 윤여정과 함께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다툰다. [사진 판씨네마]

초반엔 자신의 집에 들어온 낯선 여인을 의심하는 아버지의 시선에 맞춰 스릴러처럼 진행되지만 얼마 안 가 진짜 의심스러운 것은 나라는 정체성, 그 존엄성을 믿지 못하는 상태란 게 드러난다. “나뭇잎들이 바스러져 간다”며 흐느끼는 안소니의 호소 뒤에 창 밖 푸르른 신록을 대비시켜 누구나 늙고 죽는다는 인생의 진리를 묵언으로 전한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메시지를 현대적으로 변주한 듯한 ‘더 파더’는 고풍스러운 아파트의 가구‧미술 등 소품이 또다른 등장인물일 정도로 영상‧음악 구성이 매혹적이다. 아카데미 작품상 외에 각색상, 미술상, 편집상 등에 후보로 올랐다. 애틋하고 담담한 눈빛으로 스크린을 채운 콜맨은 ‘미나리’의 윤여정과 함께 여우조연상 트로피를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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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이 각종 영화상을 휩쓸고 있는 ‘노매드랜드’(15일 개봉)는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송두리째 흔들린 쇠락도시민의 삶을 노매드 공동체와의 만남 속에 다큐처럼 그려냈다.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의지력 강한 주인공 펀을 연기하며 영화제작도 겸했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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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미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15일 개봉)는 앞서 제77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과 제78회 골든 글로브 작품상‧감독상 등 올 시즌 210개가 넘는 상을 휩쓴 작품이다. 미국 하류 사회에서 삶의 뿌리를 도모한다는 측면에선 ‘미나리’의 울림과도 겹치지만 자오 감독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송두리째 흔들린 쇠락도시민의 삶을 보다 관조적으로 담아냈다. 주인공 펀을 연기하며 영화제작도 겸한 프란시스 맥도맨드가 실제 유랑하는 노매드의 공동체와 일용직 노동자들의 근로현장에 스며들어가 마치 다큐 같은 현실감이 묻어난다. 맥도맨드는 노매드들의 방식대로 물물교환할 용도로 뜨개실로 만든 냄비받침을 만들어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제작진들에게 나눠주었다고 한다.

사탕수수 수확 농장이 있는 네브래스카, 버닝맨 축제가 열리는 네바다 엠파이어, 캘리포니아 핸디우즈 국립공원 등을 아우르는 대륙 횡단의 여정은 코로나19 시대 관객에게 뜻밖의 간접 여행을 체험케 한다. 집처럼 개조한 밴을 타고 떠도는 펀의 일상은 추위와 더위, 스스로가 만들어내는 오물과 싸워야하지만, 옹골차게 삶의 매순간에 밀착해 있다. 특별한 악인도, 경칠 만한 사건도 없이 흘러가는 108분이 “있는지도 몰랐던 낯선 감정을 이끌어내며 결국 잘한 여행이었다고 생각하게 해준다”(월 스트리트 저널)는 리뷰가 아깝지 않다. 상실의 시대 속 평범한 인간의 얼굴을 소화한 맥도맨드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아카데미 6개 부문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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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언론 시사회를 열고 오는 22일 개봉하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감독 샤카 킹)는 전원 흑인 제작팀이 만든 영화로선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1969년 당시 21세 나이로 미국 정부에게 암살당한 블랙팬서 흑표당의 리더 프레드 햄프턴(다니엘 칼루야)과 FBI의 정보원 윌리엄 오닐(라키스 스탠필드)의 배신과 비극적인 선택을 그린 실화 드라마. '블랙 메시아'로 불린 햄프턴은 마틴 루서 킹, 맬컴 엑스와 더불어 미국 흑인 인권운동을 대표하는 인물로 “혁명가는 죽일 수 있어도 혁명은 죽일 수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영화는 12년간 공방으로 이어진 암살사건을 파헤치면서 FBI첩보작전의 전말과 햄프턴의 유산을 다룬다. ‘겟 아웃’에 동반 출연했던 칼루야와 스탠필드가 각각 남우조연‧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악명높은 관타나모 수용소의 실화를 영화로 옮긴 '모리타니안'은 변호사 낸시 역 조디 포스터와 군검찰관 카우치 역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팽팽한 연기 대결 속에 실존인물을 소화한 타하르 라힘의 절제된 눈빛이 관객을 사로잡는다. [사진 ㈜디스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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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4만 관객을 모은 뒤 지난 1일부터 VOD로도 동시 공개 중인 영화 ‘모리타니안’(감독 캐빈 맥도널드)도 주목할 만한 수작이다. 오스카에선 외면당했지만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조디 포스터)을 수상했고 영국 아카데미로 불리는 BAFTA(오는 11일 시상)에서도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있다. 9‧11 테러 용의자라는 혐의만으로 악명 높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14년을 갇혀 있었던 모하메두 울드 슬라히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알제리 태생 프랑스 배우 타하르 라힘이 테러리스트로 추궁당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존엄성을 농밀하게 소화했다. 그가 뉴요커 호텔 지배인으로 변신한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 ‘타인의 친절’(감독 론 쉐르픽)도 7일 개봉한다.

지난 주말(2~4일) 극장가를 찾은 관객은 41만7000여명으로 전주(3월 26∼28일)의 57만여명보다 크게 줄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흑백 사극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는 웰메이드 호평에도 누적 16만2850명에 그쳤고 개봉 3일째 박스오피스 2위로 밀려났다. 주말 1위는 거대 몬스터 고질라와 유인원의 왕 킹콩이 벌이는 지상 최대의 싸움 ‘고질라 vs 콩’이 차지했다(누적 56만3398명). 4일 열린 제27회 미국배우조합상(SAG)에서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미나리’는 개봉 한달간 87만2959명을 모으며 장기전 중이다. 오는 15일엔 공유‧박보검 주연의 복제인간SF영화 ‘서복’이 OTT 티빙과 동시 공개돼 극장가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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