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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G 거머쥔 윤여정 "영어 별로죠?"…동료들 "퍼펙트" 엄지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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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4일(현지 시간) 비대면 개최된 미국 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미나리'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에 불리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 SAG 인스타그램]

4일(현지 시간) 비대면 개최된 미국 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미나리'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에 불리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 SAG 인스타그램]

“제가 서구에서 인정받았군요. 정말, 정말 영광이에요. 특히 배우 동료들이 저를 여우조연상에 뽑아줬다는 게요.”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74)이 한국배우 최초 미국배우조합(SAG)상 여우조연상을 차지했다. 4일 저녁(현지 시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진행된 화상 시상식에서다. 지난해 ‘기생충’의 외국어영화 최초 대상격인 앙상블상(출연진 전원) 수상을 잇는 2년 연속 한국 최초 기록이다.
윤여정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눈이 휘둥그레지며 입을 딱 벌렸다. 미국에서 열리는 시상식을 한국시간 5일 오전 서울에서 지켜보던 터. 후보 중 자신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자 두 뺨을 손으로 감싸며 “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매우 기쁘고 행복하다. 감사하다”고 영어로 소감을 밝혔다. 미국배우조합상은 배우들이 투표해서 뽑는 상인 만큼 더욱 각별하다면서다.

4일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 수상 #'미나리' 윤여정 "배우들의 선택 영광이죠"

"내 영어 맞나" 윤여정에 콜맨 "예스! 퍼펙트!" 

4일(현지 시간) 비대면 개최된 미국 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미나리'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을 차지하는 순간 다른 배우들도 큰 박수와 함께 환호했다. 특히 유력한 경쟁자였던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맨 윗줄 가운데)과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위에서 둘째줄 맨 오른쪽)가 큰 미소로 축하를 보냈다. [사진 SAG 인스타그램]

4일(현지 시간) 비대면 개최된 미국 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미나리'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을 차지하는 순간 다른 배우들도 큰 박수와 함께 환호했다. 특히 유력한 경쟁자였던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맨 윗줄 가운데)과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위에서 둘째줄 맨 오른쪽)가 큰 미소로 축하를 보냈다. [사진 SAG 인스타그램]

그가 “내 영어 실력이 별로냐”며 “내가 맞게 말하고 있냐. 모든 게 익숙하지 않다”고 머뭇대자, 화면을 통해 흐뭇하게 지켜보던 다른 후보들이 앞다퉈 격려했다. 일흔넷 동갑내기 미국 배우 글렌 클로즈(‘힐빌리의 노래’)는 양손 엄지를 치켜세우며, 영국 배우 올리비아 콜맨(‘더 파더’)은 양손 엄지와 검지로 동그라미를 만들며 “완벽하다!(Perfect)” 외쳤다. 재미교포 2세 정이삭 감독이 1980년대 자전적 가족 이민사를 그린 ‘미나리’에서 윤여정이 연기한 엉뚱한 외할머니 순자에게 다들 반한 걸까. 이날 여우조연상 경쟁자들은 윤여정을 내내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지켜봤다. 윤여정이 올리비아 콜맨, 글렌 클로즈, 마리아 바칼로바(‘보랏 속편’)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감사한다”고 했을 땐 모두 미소지으며 박수를 보냈다.
재미교포 2세 정이삭 감독이 1980년대 자전적 가족 이민사를 그린 ‘미나리’는 제작을 겸한 주연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 앙상블상 후보에도 올랐지만, 아쉽게 수상은 불발됐다.

배우조합상 유색인종 싹쓸이…'미나리' 오스카 차지할까

4일(현지 시간) 미국 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미나리'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을 차지했다. [사진 SAG 공식 홈페이지]

4일(현지 시간) 미국 배우조합(SAG)상 시상식에서 '미나리'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 여우조연상을 차지했다. [사진 SAG 공식 홈페이지]

윤여정을 비롯해 이날 미국배우조합상 영화 부문은 유색인종 배우들이 트로피를 싹쓸이했다. 남우주연상은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떠난 ‘블랙팬서’ 배우 채드윅 보스만이 유작인 넷플릭스 음악영화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로, 여우주연상도 이 영화의 비올라 데이비스가 받았다. 남우조연상은 흑표당 실화 영화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다니엘 칼루야가 수상하며, 여우조연상의 윤여정을 뺀 개인 부문을 모두 흑인 배우가 수상했다. 출연진 전원이 받는 앙상블상은 아론 소킨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주연인 흑인 배우 야히아 압둘 마틴 2세가 조셉 고든 레빗, 에디 레드메인, 마이클 키튼, 사샤 바론 코헨 등 백인 배우들과 나란히 받았다.
미국배우조합이 주최하는 이 상의 수상 결과는 아카데미 연기상까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미리 보는 오스카’로도 불린다. 이에 따라 최근 다양성에 힘써온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올해 역대 가장 많은 유색인종 수상자를 배출할지 모른다는 해석도 나온다.

25일(현지 시간) 열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 팟캐스트 '배우 언니'(https://www.joongang.co.kr/Jpod/Channel/7)가 한국배우 최초 후보에 오른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등 주요 부문 경쟁자들을 분석했다. [사진 배우 언니]

25일(현지 시간) 열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영화 '미나리'. 팟캐스트 '배우 언니'(https://www.joongang.co.kr/Jpod/Channel/7)가 한국배우 최초 후보에 오른 윤여정의 여우조연상 등 주요 부문 경쟁자들을 분석했다. [사진 배우 언니]

작품‧감독‧각본‧남우주연‧여우조연‧음악상까지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미나리’도 오는 25일(현지 시간) 비대면 개최될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다. 영화가 처음 공개된 지난해 1월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관객상부터 올 2월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지금껏 받은 영화상이 104개에 달한다. 이 중 윤여정의 여우조연상만 36개다. 그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까지 거머쥘 경우 한국 배우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미국배우조합(SAG)상 여우조연상 | ‘미나리’ 윤여정 영어 수상 소감 전문

 “I don't know how to describe my feelings, I'm being recognized by Westerners. Oh, it is very, very honored. Especially by my actor fellow, choose me as a supporting actress. I don't know. Am I saying right? My English is not good? I’m very pleased and happy. And thanks to SAG-AFTRA. I’m sorry, everything is not familiar. Thank you so much. Thank you, Olivia, and Glenn Close, Maria [Bakalova], and everybody. Thank you.
(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제가 서구에서 인정받았군요. 정말, 정말 영광입니다. 특히 배우 동료들이 저를 여우조연상에 뽑아줬다는 게요. 몰라. 내가 맞게 말하고 있나요? 내 영어실력 별로죠? 정말 기쁘고 행복합니다. 그리고 SAG(배우조합) 덕분에. 죄송합니다,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올리비아, 글렌 클로즈, 마리아 바칼로바, 그리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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