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여권, 코로나 차별 부른다" 美플로리다 사용 금지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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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는 지난달 27일 스마트폰을 통해 백신 접종 여부와 코로나19 검사 결과 등을 다른 사람에게 입증할 수 있는 이른바 '백신 여권' 앱을 선보였다. 그러나 플로리다주에선 백신 여권의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백신 여권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뉴욕주는 지난달 27일 스마트폰을 통해 백신 접종 여부와 코로나19 검사 결과 등을 다른 사람에게 입증할 수 있는 이른바 '백신 여권' 앱을 선보였다. 그러나 플로리다주에선 백신 여권의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백신 여권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증명하는 '백신 여권'을 도입하는 논의가 한창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게 나온다.

플로리다, 백신 여권 금지 행정명령 서명 #"다 안맞은 상황서 차별 초래할 수 있어" #사생활 침해, 소외계층 더 소외 될 수도

백신 여권은 백신 접종자가 별도의 검사나 자가 격리 없이도 다른 지역으로 여행할 수 있게 하고 스포츠 행사, 콘서트 등에 참석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고안됐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저장하는 방식도 이미 개발됐는데, 여기에는 백신 접종 여부뿐 아니라 코로나19 유전자증폭검사(PCR) 결과, 항체가 생겼는지 등도 담긴다.

3일(현지시간) NBC는 론 드산티스 플로리자 주지사가 주 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여권의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행정명령에선 주정부 기관이 백신 여권을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는 한편, 주 내의 어떤 사업자도 백신 여권을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예를 들어 식당이나 공연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입장객에게 백신 여권을 보여달라고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이런 조처를 한 이유로 아직 모든 주민이 백신 접종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맞은 사람과 맞지 않은 사람 사이에 차별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강상 혹은 종교상의 이유로 백신을 맞지 못한 사람뿐 아니라, 심지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회복돼 항체가 형성된 사람까지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 기록은 개인적인 건강 정보이며 의무적으로 공유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행정명령을 통해 강조했다.

시민단체와 전문가 사이에서도 백신 여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미 시민자유연합(ACLV)의 제이 스탠리 선임연구원은 특히 스마트폰 등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한 백신 여권의 부작용을 걱정했다. 개인 정보가 유출돼 사생활이 침해될 가능성이 높고, 노인 등 디지털 시스템에 접근하기 힘든 계층은 점점 더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공중보건협회 조지스 벤자민 회장은 자칫 백신 여권이 정치 쟁점화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정치 성향에 따라 보건 불평등 정도가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접종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안도감을 줘, 여전히 필요한 마스크 쓰기나 사회적 거리 두기 등에 태만해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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