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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CGV도 결제…암호화폐, 투기 오명 분기점 서다 [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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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글로벌 지급결제 서비스 페이팔(Paypal)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가상자산 결제(checkout with Crypto)'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미국 내 페이팔 사용자가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4개 주요 가상자산(암호화폐)으로 온·오프라인 상점서 결제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국내에서도 전자결제(PG) 업체 다날의 자회사 다날핀테크가 상반기 중에 국내 가맹점 7만여 곳에서 비트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다날은 국내 휴대폰 결제시장 1위(시장점유율 38%)로, 쿠팡 내 휴대폰 결제 중 절반 이상을 다날에서 처리한다.

이게 왜 중요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이 투기용이라는 오명을 벗고 실생활에 쓸모 있는 화폐로 기능할 수 있을지 분기점에 섰다.

· 페이팔 가입자는 전세계 3억 7700만명이다. 페이팔 측은 "수개월 내 전세계 2900만 가맹점서 가상자산 결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국 소비자도 페이팔 계정이 있다면 아마존에서 비트코인·이더리움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얘기다.
· 페이팔은 가상자산에 부정적이었다. 창립자인 빌 해리스는 "비트코인은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고 비판했다. 이랬던 페이팔이 변했다. 댄 슐만 CEO는 지난달 30일 "가상자산이 투자용 자산에서 일상 세계의 거래자금으로 바뀌는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 페이팔이 나서니 시장 분위기도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페이팔이 비트코인 등 가상 자산을 페이팔 앱에서 사고팔 수 있게 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1만 1600달러 수준에서 16%이상 급등했다. 최근 페이팔이 가상자산 결제를 지원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1비트코인당 5만 7000달러에서 6만 달러로 급등했다.

편의점서 결제하고, CGV서 영화보고

가상자산은 2018년 이후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가 최근 다시 꿈틀대고 있다. 달러 등 법정화폐나 신용카드처럼 일상생활에서 가상자산을 쓸 수 있는 곳이 늘었다. 박기훈 대한블록체인조정협회 이사장은 "올해 안에 암호화폐가 오프라인에서 폭넓게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테슬라는 지난달 24일부터 차량 구매 시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했다. 스타벅스도 지난달 30일부터 비트코인 선물거래소 백트(Bakkt)와 연계해 전세계 지점에서 가상자산으로 커피값을 결제할 수 있게 했다. 다만 한국은 암호화폐 지갑 백트앱이 출시되지 않아 가상자산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살 수는 없다. 일본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라쿠텐도 지난달 8일부터 가상자산으로 자사 쇼핑몰 구매를 허용했다.
· 국내에선 다날핀테크가 운영중인 간편결제서비스 페이코인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19년 등장한 페이코인은 최근 3개월간 사용자가 80만명에서 130만명으로 늘어났다. 일부 편의점과 음식점에 국한됐던 결제 가맹점이 CGV 등으로 확대된 영향이 크다. 페이코인은 무신사·마켓컬리·요기요 등과도 제휴를 논의 중이다. 다날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결제기업 유니온페이와 제휴를 맺었다"며 "현재 7만곳인 결제가맹점이 연내 20만곳 이상 추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날 측은 상반기 내에 비트코인(BTC)과 페이코인 간 연동을 추진한다. 소비자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페이코인으로 전환해 결제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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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코인은 도미노피자, 교보문고, CGV 등 국내 온·오프라인 7만여곳과 가맹제휴를 맺고 있다. 2021년 제휴처는 현재 제휴 논의중인 분야 기업도 포함되어 있다. 다날핀테크

페이코인은 도미노피자, 교보문고, CGV 등 국내 온·오프라인 7만여곳과 가맹제휴를 맺고 있다. 2021년 제휴처는 현재 제휴 논의중인 분야 기업도 포함되어 있다. 다날핀테크

페이팔·다날 vs 비자·마스터

가상자산 기반 소매결제 시장을 누가 선점할지도 주목된다. 현재는 페이팔·다날 같은 핀테크 기반 PG사가 가상자산 결제 시장에 본격 가세하고, 비자(Visa)나 마스터카드(Mastercard) 같은 신용카드 회사들이 뒤쫓는 양상이다. 누가 더 많은 사용처를 제공하고 사용자에게 편의를 제공할지가 관건이다.

· 페이팔과 다날은 손쉽게 간편 송금·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전자지갑(Digital wallet)이 강점이다. 사용자 편의성 면에서 앞서 있다.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연동되면, 사용자는 코인거래소에서 환전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없이 보유한 암호화폐를 쓸 수 있다.
· 사용처 확보는 비자나 마스터카드가 좀더 유리하다. 비자는 7000만 곳, 마스터카드는 5300만 곳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했다. 페이팔(2900만 가맹점)의 배가 넘는다. 비자는 지난달 29일 가상자산 USD코인을 비자 카드로 자사 결제네트워크에서 사용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마스터카드도 지난 2월 "올해 선별된 암호화폐를 네트워크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 윤석빈 서강대 지능형 블록체인연구소 교수는 "기존 금융권은 핀테크 업체들이 실생활에서 가상자산 사용 사례를 어디까지 찾 수 있는지 지켜보는 중"이라며 "골드만삭스나 JP모건을 비롯해 국내 신한은행·우리은행 등도 디지털 자산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팔이 금융서비스 핵심 중 하나로 지목한 차세대 전자지갑. 페이팔 투자보고서

페이팔이 금융서비스 핵심 중 하나로 지목한 차세대 전자지갑. 페이팔 투자보고서

넘어야 할 산

가상자산 결제에 변수는 남았다. 각국 정부의 규제와 급등락하는 암호화폐 가치가 문제.
· 각국 정부의 견제 : 가상자산 가치가 폭등하고 사용처가 넓어지며, 국가 주도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갈등 가능성도 높아지는 중.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2월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기관을 규제하고 책임을 지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도 내년부터 가상자산으로 물건 구매시 현금화로 간주해 시세차익에 대한 소득세(20%)를 물리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 변동성 : 비트코인 등가상자산 가격은 하루에도 변동 폭이 수십만원에서 수백만 원에 달한다. 테슬라 전기차를 가상자산으로 사려다 하루 사이에 자동차 값이 수백만 원 뛸 수 있단 얘기다. 비자가 기존 법정화폐와 연동해 변동성을 줄인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으로 먼저 가상자산 결제 시범프로그램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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