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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당근마켓 노린 '이웃' 챙기기?…네이버의 로컬 야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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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우리 동네'를 향해 잰걸음을 내고 있다. 지난 26일 네이버카페는 이용자들이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서비스 '이웃 톡'을 출시했다. 같은 지역에 사는 이웃 주민들과 맛집, 지역 정보 등을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웃 톡에 앞서 네이버카페는 지난해 말엔 '관심 지역'으로 설정한 동네 소식을 모아 볼 수 있는 '이웃 서비스'도 출시했다.

이게 왜 중요해

지역(로컬) 기반의 오프라인 커뮤니티와 상권은 네이버가 전사적으로 강조하는 중·소상공인(SME) 커머스 시장과 맞닿아 있다. 코로나19 이후 로컬의 가치가 커지면서 네이버는 '로컬의 온라인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26일 내놓은 '네이버카페 이웃 톡'은 카피캣 논란의 소지가 있다. 동네 기반 중고거래에서 시작해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변신 중인 스타트업 '당근마켓'을 대기업 네이버가 따라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네이버 카페가 26일 '이웃 톡'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 카페가 26일 '이웃 톡' 서비스를 출시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의 큰 그림

네이버의 '로컬' 전략을 관통하는 전략 셋. ①쇼핑·금융·예약 등 네이버 핵심 서비스의 근간인 중·소상공인의 온라인 채널을 네이버로 흡수하고 ②코로나19 이후 가치가 재조명된 오프라인 시장에서 일어나는 거래를 선점하며 ③당근마켓, 배달의민족, 병원·맛집 앱 등 지역 기반 버티컬(특정 카테고리 특화) 플랫폼들이 가져간 네이버의 '검색' 파이를 방어한다는 계산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2일 기자간담회 '네이버 밋업'에서 네이버의 소상공인 사업 관련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2일 기자간담회 '네이버 밋업'에서 네이버의 소상공인 사업 관련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

· 네이버카페의 '이웃 서비스'는 지역 내 중고거래와 인기 온라인 카페 등을 소개한다. '이웃 톡'은 이들의 소통을 더 활성화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네이버 그룹앤 CIC(네이버 사내 벤처)의 김정미 책임리더는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역 중심 소비가 이뤄지면서 이웃과 소통하고 싶은 사용자들의 수요를 반영했다"고 서비스 취지를 소개했다. 이웃 서비스는 오프라인 SME에게 온라인 창구를 만들어주는 네이버 스마트플레이스(네이버 검색·지도 등에 업체를 노출하는 서비스), 네이버 예약과도 연결된다.
· 네이버는 '중·소상공인을 위하는 기업'으로 스스로를 정의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네이버 장보기'를 통해 디지털 전환에 성공한 동네시장이 전국 80곳이며, 올해 160곳으로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SME가 직접 설계할 수 있는 물류 솔루션을 선보여" 동대문 상인들의 해외 판로를 열겠다고도 발표했다. 지난 25일엔 '네이버주문'에 참여하는 SME의 결제수수료를 6월까지 전액 면제한다고 발표했다. 네이버주문은 오프라인 상점의 물건을 소비자가 네이버에서 비대면 주문·결제하는 서비스.
· 네이버가 지난 16일 신세계그룹과 25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한 것도 '네이버 오프라인 상륙 작전'의 일환이다. 신세계백화점·이마트·스타필드 등에 네이버 인공지능(AI)·로봇 등 기술을 넣고, 라이브 쇼핑·간편결제(페이)·멤버십 연맹을 구축하겠다는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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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네이버 밴드 아닌 카페일까?

네이버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서비스는 카페와 밴드. 월간 이용자 수는 밴드(2010만명, 지난달 기준)가 카페의 2.8배로 압도적이다. 지난 1월 1400만 이용자를 돌파한 당근마켓과 겨루기엔 밴드가 더 유리하다. 하지만 네이버는 '카페'를 당근마켓의 경쟁자로 택했다. 지역 기반 온라인 커뮤니티로 재정의하는 데 카페가 더 유리하다고 본 것.

네이버·당근마켓 월 이용자 수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네이버·당근마켓 월 이용자 수 비교.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 네이버카페는 올해로 18년차 서비스다.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점. 네이버 관계자는 "이웃 톡은 카페에 가입 않고도 사용할 수 있다. 가입 기반의 카페 서비스를 로컬 기반으로 다듬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 카페의 주축은 '맘카페' 등 지역 카페다. '활동지역 설정' 등 로컬을 겨냥한 기능도 갖췄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지난해 12월 지역 기반 카페의 이용횟수는 1월 대비 54% 상승했다. 콘텐트 생산량 역시 11% 늘었다.
· 반면 밴드는 학교, 회사, 동호회 등 그룹 단위 이용이 많다. 지난해 상·하반기 신학기 기간에 생긴 학교 밴드만 약 8만개. 올 신학기엔 더 늘었다. 올 3월 개설된 학교 밴드는 지난해 동기 대비 3.3배, 가입자 수는 5.4배 증가했다.

당근마켓 '카피캣' 아냐?

당근마켓의 '동네생활' 게시판(왼)과 네이버가 새로 출시한 서비스 '이웃 톡'. 사진 각사 서비스 캡처

당근마켓의 '동네생활' 게시판(왼)과 네이버가 새로 출시한 서비스 '이웃 톡'. 사진 각사 서비스 캡처

이웃 톡 이용자들 사이에선 "당근마켓의 '동네생활' 게시판을 따라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현 위치 기반으로 '동네 인증'을 받는 기능은 물론, 주민만 아는 동네 맛집·병원 등을 추천해달라는 기획의도 등이 당근마켓의 동네생활과 유사하기 때문. 맘카페는 네이버가 제공한 플랫폼에서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포맷이지만, '이웃 톡'은 네이버가 직접 출시한 서비스란 점에서 카피캣 논란 소지가 있다.
· 당근마켓은 불편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당근마켓의 성장으로 온라인 로컬 경제에 대한 수요가 입증되면서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며 "우린 아직 스타트업이지만 이용자와 함께 소통하며 당근만의 문화를 만들어왔다. 서비스는 흉내내도 우리가 만든 가치는 흉내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는 "당근마켓이 아니라 기존 카페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출시한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28일 "지역은 기존에도 카페를 대표하는 커뮤니티 단위였다. 코로나19로 지역 정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해 서비스로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카페가 새로 출시한 '이웃 톡' 서비스는 당근마켓과 유사한 '동네 인증'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사진 네이버

네이버 카페가 새로 출시한 '이웃 톡' 서비스는 당근마켓과 유사한 '동네 인증' 기능을 갖추고 있다. 사진 네이버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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