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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에도 17명 술판 하동군수…300명 행사때도 '노마스크'[영상]

중앙일보

입력

작년 7월, 코로나에 '(윤)상기·없음·못·살아'

지난해 7월 1일 하동에서 열린 행사 당시 공무원들이 윤상기 군수의 얼굴 사진이 든 팻말을 흔들고 있다. 이들의 등에는 '상기 없음 못 살아' 라는 글이 써진 종이가 붙어 있었다. 사진 하동참여자치연대

지난해 7월 1일 하동에서 열린 행사 당시 공무원들이 윤상기 군수의 얼굴 사진이 든 팻말을 흔들고 있다. 이들의 등에는 '상기 없음 못 살아' 라는 글이 써진 종이가 붙어 있었다. 사진 하동참여자치연대

윤상기 경남 하동군수가 ‘5인이상 집합금지’를 어기고 근무시간에 술판을 벌인 가운데 지난해 7월 1일 취임 2주년에 맞춰 열린 행사때 모습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윤 군수와 일부 공무원들은 300여명이 참석한 '대면행사'를 열고도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강연과 퍼포먼스 등을 진행했다.

2일 하동군 등에 따르면 지난해 7월 1일 하동문화예술회관에서 ‘군민과 함께하는 정례조회’가 열렸다. 행사 이름은 ‘정례조회’였지만 평소에는 참석하지 않는 이장 등 군민들까지 참석해 “윤 군수의 취임 2주년 행사였다”는 말들이 군청 안팎에서 나왔다.

중앙일보가 하동참여자치시민연대로부터 받은 당시 행사 영상에서도 이같은 정황이 확인됐다. 당시 윤 군수는 300여명의 군민과 공무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채 무대에 올랐다. 진행자와 공연 출연자, 일부 객석에 앉은 사람 등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영상에는 행사 시작 부분에 하동군청 공무원 등이 등에 ‘(윤)상기·없음·못·살아’라는 글을 붙이고 윤 군수의 얼굴 사진이 들어간 팻말 등을 음악에 맞춰 흔드는 장면 등도 담겨 있었다.

이에 대해 하동군 측은 “당시 행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방역지침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난해 6~8월까지 사실상 계도기간이었고, 경남도가 행정명령을 내린 것은 8월 22일 이후여서다. 또 마스크 쓰기 강제화가 이뤄진 것도 11월 13일 이후다.

하동군 관계자는 “당시 행사는 윤 군수의 취임 2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고, 윤 군수가 군정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군민들의 건의사항을 직원들이 퍼포먼스 형태로 전달하는 등의 정례조회 였다”라고 말했다.

윤상기 하동군수가 지난해 7월 1일 행사 당시 무대에 올라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하동참여자치연대

윤상기 하동군수가 지난해 7월 1일 행사 당시 무대에 올라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하동참여자치연대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군민 등은 당시가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산 추세여서 위기 경보가 심각 단계였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동군을 제외한 당시 대다수 시·도나 시·군들에서는 자치단체장들의 취임 2주년 행사를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비대면이나 축소해 치러져서다.

송혜영 하동참여자치연대 공동대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모두가 모임을 자제하는 시기에 300명에 가까운 군민과 공무원들을 한데 모아 행사를 한 것 자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코로나 상황에서 윤 군수가 자신의 치적을 알리고 공무원들이 윤 군수를 찬양하는 듯한 기념행사를 한 것은 방역을 책임져야 할 지자체장의 올바른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또 “이런 행정을 하고 있으니 근무시간에 군수와 직원들이 술판을 벌이고, 기숙형 서당에서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등 황당한 일들이 자꾸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군수 등 하동군 공무원들이 지난 2월 19일 오후 5시 28분쯤 하동읍 내 한 식당에서 술과 음식을 나눠 먹은 일을 비판한 말이었다. 당시 경남도는 지난 2월 15일부터 28일까지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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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모임에 참석한 공무원은 윤 군수와 부군수, 국장(4급) 3명과 과장(5급) 5명 등 모두 17명에 달한다. 경남도 감사위원회는 이들이 근무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방역수칙을 위반한채 식당에 모여 행사를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지난 2월 19일 하동 한 식당에서 군수와 간부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술과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 사진 하동참여자치연대

지난 2월 19일 하동 한 식당에서 군수와 간부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술과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 사진 하동참여자치연대

이와 관련해 윤 군수는 사죄문을 내고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해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며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윤 군수는 “코로나19 시국에 누구보다 모범이 되어야 할 공무원임에도 큰 실망을 드려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군정을 책임지는 수장으로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동=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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