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서당 학폭 난리인데…군수는 근무시간에 '17명 술판'

중앙일보

입력 2021.04.01 12:00

업데이트 2021.04.01 17:29

지난달 29일 경남 하동군 청학동 한 서당 입구.   해당 서당은 최근 학생간 폭력 문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경남 하동군 청학동 한 서당 입구. 해당 서당은 최근 학생간 폭력 문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경남 하동의 ‘기숙형 서당’에서 연일 엽기적인 학교폭력의 실체가 드러나는 상황에서 윤상기 하동군수와 간부 공무원들이 근무시간에 방역 지침을 어기고 술판을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경남도 감사위원회는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행정명령(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을 위반한 윤상기 하동군수에 대해 경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또 하동 부군수 등 12명의 국·과장 등의 공무원에 대해서는 경징계 처분을 내리도록 하동군에 요구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윤 군수 등 하동군 공무원들은 지난 2월 19일 오후 5시 28분에서 43분 사이에 하동읍내 한 식당에서 술과 음식을 나눠 먹었다. 앞서 오후 5시쯤 하동군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2021년 사무관 임용장 수여식’을 마친 후 열린 승진 축하 자리였다. 당시 경남도는 지난 2월 15일부터 28일까지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5명 이상 예약 및 동반 입장을 금지하는 등 5인 이상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공무원은 윤 군수와 부군수, 국장(4급) 3명과 과장(5급) 5명 등 모두 17명이었다. 이들은 근무시간이 종료되기 이전에 사무관 승진 축하 모임에 참석했지만, 출장명령 등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 없이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하는 등 복무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 경남도 감사위원회 결론이다.

이런 사실은 사무관 축하 모임을 하는 식당에 들른 한 손님이 ‘일과시간에 공무원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다’고 112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윤 군수는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자 지난 2월 24일 ‘하동군 공무원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며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립니다’라는 취지의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하동 ‘기숙형 서당’에서 지난해부터 잇따라 엽기적인 폭행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윤 군수를 비롯해 하동군 공무원들이 해이해진 공직기강이 이런 일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2월 하동경찰서에 ‘하동의 한 기숙형 서당에 다니는 딸 아이가 여자 동급생과 선배 등에게 변기 물을 마시게 하거나 청소 솔로 이를 닦게 하는 등 엽기적인 고문과 협박, 폭언과 폭행 등을 당했다’는 취지의 고소장이 접수돼 수사를 벌이고 있다.

앞서 지난해 2월에는 또 다른 기숙형 서당에 다니던 남학생들이 체액을 먹이거나 유사성행위를 하는 등 엽기적인 학교폭력이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사건은 지난해 말 기소돼 5월 재판을 앞두고 있다.

윤상기 하동군수가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경남 하동군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4차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윤상기 하동군수가 지난해 11월 21일 오전 경남 하동군청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4차 브리핑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전문가들은 “기숙형 서당에서 잇따라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은 이들 서당이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하동 청학동에만 9개의 서당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서당이 개인과외교습, 청소년 수련 시설, 미인가 시설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되면서 관리 주체가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하동군 안팎에선 “사건이 발생한 곳이 하동의 관광 명소인 청학동이라는 점에서 하동군 측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들이 나온다. 군민 김모(48)씨는 “하동군은 ‘청학동 서당’을 인구유입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면서도 지난해부터 발생한 서당 폭력 사건에 대해 사실상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윤 군수와 공무원들이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에 근무시간에 술판을 벌였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라고 말했다.

하동=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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