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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들에 안옮기려…” “화이자라서…” 104세 어르신도 맞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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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만 75세 이상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1일 시작됐다.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수원 지역 첫 일반인 접종자로 104세 김모 어르신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만 75세 이상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1일 시작됐다. 이날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수원 지역 첫 일반인 접종자로 104세 김모 어르신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뉴스1]

1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예방접종센터. 만 75세 이상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날 시작됐다.

75세 이상 백신 접종 첫날 표정 #“긴장해 밤잠 설쳤다”는 80대도

이날 첫 번째 접종자로 나선 박양성(85)씨는 미리 와 열을 재고 예진표를 작성했다. 그는 취재진을 향해 “(지병으로) 당뇨·고혈압이 있지만 컨디션이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긴장을 해서인지 전날 밤잠을 좀 설쳤다고 한다.

의료진이 박씨의 어깨 삼각근에 화이자 백신을 놓았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5도의 초저온 유통·보관이 필요하다. 첫날 접종을 위해 전날 오후 4시40분에 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박씨는 접종 뒤 “다른 주사랑 똑같다. 아프지 않다”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말이 많아 염려했었다. 지나 봐야 (접종 후 이상 반응이 나타나는지) 알겠지만 맞고 보니 괜찮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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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이 일반인으로 확대돼 전국 예방접종센터 46곳에서 만 75세 이상 노인에 대한 접종에 들어갔다. 지난 2월 26일부터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종사자와 입원·입소자, 코로나19 치료병원 종사자, 1차 방역대응 요원, 의료기관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이 진행됐다.

만 75세 이상(1946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인구는 총 350만8975명으로, 모두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조사 대상 204만1865명 가운데 86.1%(175만8623명)가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했다.

이날 접종한 박씨는 “(주위에서) ‘화이자가 안전하다’고 해 더 안심된다”고 말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접종 후 희귀 혈전 사례가 보고돼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영향으로 보인다. 독일은 전날(현지시간) AZ를 60세 이상만 접종하기로 결정했다. 아직 백신 접종과 혈전 생성 사례 간 연관성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화이자 백신도 혈전 사례가 나왔지만 국내 접종자에게서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날 센터를 찾은 서정옥(86)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혹여나 가족에게 코로나19를 감염시킬까 봐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서씨는 “(나로 인해) 손자·손녀·자식에게 전염될까 봐 맞았다”며 “경로당에서 ‘(백신이) 위험하다’고 해 (처음엔) ‘안 맞는다’고 했다. 화이자라고 해서 맞았다”고 말했다.

서씨는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의 기저질환자다. 허리 통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날 열이 나 병원을 갔다 왔다”며 “오늘 아침에 혈압약을 먹고 해열제 2알을 먹었다”고 말했다. 서씨는 발열 체크 때 문제가 없었다.

박씨와 서씨 모두 접종 후 이상 반응을 살피기 위해 센터에서 30분간 대기했다. 다행히 특이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박성수 송파구청장은 “거동이 불편한 접종 대상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버스 4대를 준비했다”며 “만일의 돌발 상황에 대비하려고 안전요원도 배치해 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거여2동에 사는 접종 대상자의 80%가 동의했다. 일부 연락 안 된 분들도 있다. 동의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강미애 송파구보건소 건강기획팀장은 “접종 후에는 이상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안내문자 메시지를 보낸다”며 “염려되는 것은 혼자 사는 노인들인데, 동 주민센터 복지팀에서 통·반장을 통해 안부 전화를 할 예정이다. 만일 전화 연결이 안 되면 통·반장이 집으로 찾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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