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신 넉넉한 영국, 70세 이상 고령자 3차접종까지 추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전영선 기자, 일상 복귀 현장을 가다

전영선 기자

전영선 기자

“패스, 패스, 잘했어!”

빠른 백신 접종으로 확진자 급감 #봉쇄 풀린 공원·골프장 사람 북적 #“친척들 얼굴 1년 만에 처음 본다” #올 여름 코로나 전으로 회복 기대

지난달 31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 중심부 켄싱턴 가든 곳곳에선 어린이 축구교실이 한창이었다. 꼬마 선수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지켜보던 보호자들은 일제히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지난달 29일 야외 스포츠 활동이 다시 허용되면서 볼 수 있게 된 장면이다.

영국에서 석 달 넘게 이어진 ‘3차 코로나 봉쇄’가 일부 풀리면서 활기가 돌고 있다. 한때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나라의 하나였던 영국은  ‘집에 머물기’라는 말로 대표하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동시에 백신 접종 속도전을 벌여왔다. 그 결과 이제 긴 터널의 끝에 다가서고 있다.

규제 완화 첫날, 각 지역 골프장에선 자정에 맞춰 티샷하며 봉쇄의 끝을 자축했다. 완화 사흘째인 지난달 31일엔 평일임에도 100만㎡가 넘는 켄싱턴 가든이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6개월 된 딸과 두 살 아들, 남편 등 가족과 함께 공원을 찾은 세실(30)은 이날 이모와 사촌동생도 함께 만나 피크닉을 즐겼다. 그는 “직접 얼굴을 마주한 게 1년도 더 됐다”며 “때마침 날씨도 좋아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봉쇄 기간엔 야외에서 운동 목적으로 두 명이 만나는 것까지 허용됐지만 이젠 6명 이하나 두 세대(인원 제한 없음)의 모임까지 허용됐다. 축구·골프·테니스 등 야외 운동이나 하객 6명 이하의 결혼식도 가능하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세인트 제임스 왕립공원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영국은 인구의 45%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치며 확진자가 크게 줄자 지난달 29일부터 야외 스포츠 활동을 허용하는 등 석 달 넘게 이어진 ‘3차 코로나 봉쇄’를 완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세인트 제임스 왕립공원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영국은 인구의 45%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치며 확진자가 크게 줄자 지난달 29일부터 야외 스포츠 활동을 허용하는 등 석 달 넘게 이어진 ‘3차 코로나 봉쇄’를 완화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관련기사

지난달 8일엔 초·중등학교(중학+고교)의 등교가 재개됐다. 이달 12일부턴 미용실·의류점 등이 문을 열고 식당·주점의 야외석 운영도 가능해진다. 5월엔 극장과 각종 공연장, 식당의 실내석 이용도 허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은 지난 1월 하루 확진자가 7만 명 가까이 치솟으면서 병원 중환자실 병상이 동났고, 의료 체계는 붕괴 직전까지 갔다. 결국 식료품점·약국 등 필수 점포를 제외한 상업시설을 전면 중단했다.

반전의 계기를 제공한 건 백신이다. 영국은 지난해 12월 8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속도전에 나서면서 1일까지 전 인구의 약 45%인 약 3090만 명에게 1차 접종을 했다. 앓고 회복된 사람을 합하면 국민의 절반 정도가 항체 보유자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프랑스·이탈리아·독일의 접종률이 11%대인 것과 비교된다.

최근 영국의 하루 확진자는 3000~4000명대로 떨어졌다. 하루 사망자도 지난달 29일 19명, 30일 23명이었다. 취약층인 고령자에게 백신을 고속 접종한 전략의 성공이라는 평가다.

영국 통계청은 70세 이상의 76%, 80세 이상의 86%가 각각 항체를 보유했다고 추정한다.

영국 정부는 오는 7월까지 전 국민에게 1차 접종을 마친다는 목표다. 개발 단계에서 백신 8종에 선투자해 모두 4억5700만 회분을 확보한 결과  현재 매일 20만~25만 명을 접종하고 있다. 물량이 넉넉하니 9~10월 70세 이상의 취약층에 ‘부스터 백신’으로 불리는 3차 접종을 해 변이로부터 보호하자는 논의까지 나온다.

계획대로라면 올여름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