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 불똥 왜 우리한테 튀나" 재산등록 확대에 뿔난 교사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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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 사진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시작 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중앙일보 김성룡 기자]

29일 열린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 사진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참석자들이 시작 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중앙일보 김성룡 기자]

정부가 LH 부동산 투기 사태 해법으로 재산 등록 대상을 전체 공무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교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29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원칙적으로 모든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공직자윤리법상 지금까지는 4급 이상부터 재산등록 의무가 있지만, 앞으로는 교사와 9급 공무원까지도 재산을 등록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31일 ‘전체 교원 재산등록 추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교총은 LH 사태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 근절에는 동의하지만, 그 해결책이 교원 재산등록으로 이어지는 건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교총은 “교원은 부동산 개발정보나 투기와 아무 관계도 없다”며 “LH 등 일부의 부동산 투기를 예방하고 감시해야 할 정부가 그 실패의 책임을 갓 입직한 교사부터 전체 교원·공무원에게 전가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했다.

교총 “정부 실패 책임을 교원·공무원에 전가하나”

교총은 “전체 교원의 재산공개 추진은 외국에서조차 그 사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과도하다”면서 “교사의 재산이 공개되면 개인 정보 노출로 범죄에 악용되거나 재산 수준에 따른 교사 평판 등 교권 침해의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교직 사회의 뜻을 무시하고 강행한다면 뜻을 같이하는 교원·공무원 단체와 함께 강력하게 반대 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이날 성명을 통해 “투기 정보를 접할 수 없는 일반교사들까지 재산등록 대상자로 확대해 일선 교사의 사기를 저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며 “일반교사까지 재산 등록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며 정부와 여당은 이 제도 시행을 재고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했다.

일선 교사들의 불만도 거세지고 있다. 교사들이 모인 한 온라인 카페에는 “교장이 교사의 재산을 다 알게 되고, 개인의 사생활이 과도하게 침해받는 것 아니냐”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교사들도 “일은 다른 데서 내고 불똥은 교사한테 튀느냐”, “교사가 월급이 많은 것도 아닌데 방향이 엉뚱하다”, “재산 공개되면 불우이웃 취급받을 것 같아 생각만 해도 부끄럽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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