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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혹시 ´사이버콘드리아´?

중앙일보

입력

사이버콘드리아(cyberchondria)라는 신종병을 아시나요. 이는 컴퓨터 정보망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건강 염려증을 가리키는 '하이포콘드리아(hypochondria)'의 합성어다.

사이버콘드리아 환자는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유포된 의학 정보를 읽은 뒤 자신의 질환명을 스스로 진단한다. 심지어 어떤 치료를 받을 것인지까지 미리 결정한 뒤 병원을 방문한다. 이들이 의사를 찾는 것은 단지 자기가 내린 진단에 대한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다. 의사가 "진단이 잘못됐다"고 해도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진단에 고개를 끄덕여줄 다른 의사를 찾는 '닥터 쇼핑'에 나선다.

지난주 분당 C병원을 찾은 Q씨(42). 그는 인터넷 의학.건강 웹사이트를 샅샅이 뒤진 뒤 '천식에 걸렸다'고 자가진단했다. 그는 자신의 증상과 일치한다고 생각되는 항목에 동그라미 표시까지 한 인터넷 출력 자료를 내과 의사에게 내밀었다. 여러 검사를 거친 뒤 담당 의사는 "별 이상이 없다"며 "천식약 복용을 중단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Q씨는 "검사 결과를 믿을 수 없다. 더 큰 병원에서 확인해봐야겠다"며 발길을 돌렸다.

사이버콘드리아는 공식 병명은 아니다. 그러나 상당한 고통을 준다. 이 환자들은 "중병에 걸렸다"는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사이버콘드리아는 성격적으로 참을성이 적고 예민한 사람이 잘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보통 사람이 가벼운 불편 정도로 느끼는 것도 이들에겐 심한 통증이 될 수 있다. 일부는 스스로 환자라고 믿음으로써 일상의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려 한다. 관동대 명지병원 정신과 천근아 교수는 "자가진단표 등 각종 의학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건강 관련 사이트의 상당수가 모호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사이버콘드리아 증세가 심한 경우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아 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나 치료는 쉽지 않다. 환자가 치료에 비협조적이기 때문이다.

일산백병원 신경정신과 이강준 교수는 "의사와 신뢰관계를 쌓는 것이 환자의 안정을 돕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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