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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개 검찰청에 투기전담조직…토지 세제·대출규제 전방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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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직에 한정했던 재산 공개 대상이 전 공직자로 확대된다. 43개 검찰청에 투기 범죄를 수사할 전담 조직이 설치된다. 보유 기간이 1년 미만인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율은 70%로 올라가고, 비(非)주택담보대출에도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적용한다.

29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이런 내용의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 방지 대책’을 확정했다. 문 대통령은 “재산등록제도를 모든 공직자로 확대해 최초 임명 이후의 재산 변동 사항과 재산 형성 과정을 상시적으로 점검받는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가 29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중앙일보 김성룡 기자/ 2021.03.29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가 29일 청와대에서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중앙일보 김성룡 기자/ 2021.03.29

예방은 : 전 공직자 재산공개, 부동산 관련직 신규매입 금지

지금까지 공직자 재산등록은 정무직, 4급 이상 공무원 등 고위직 약 23만 명만을 대상으로 했다. 앞으로는 분야와 직책 상관 없이 9급 이상 전체 공직자가 재산을 등록하고 변동 사항을 주기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ㆍ서울주택공사(SH) 등 부동산 업무 전담 기관의 전 직원 7만 명도 재산등록 대상에 추가된다.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만 따져도 약 130만 명에, 직계 가족까지 더하면 수백만 명이 재산 공개 대상에 새로 추가될 수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산등록시스템 구축 기간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며 “1단계로 올해 부동산(토지ㆍ주택)만 등록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금융자산 등 여타 재산은 이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무를 하는 공직자는 소관 지역 안에 있는 땅이나 집을 새로 사들이는 게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무주택자가 집 1채를 사거나 상속, 묫자리 마련 등 사유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이때도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한 다음 취득해야 한다. LH 직원 등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기하면 해임ㆍ파면 같은 중징계 처벌을 받게 된다. 공공기관 평가 때 윤리 경영 배점이 올라간다. 공공기관이 LH 땅 투기 논란 같은 대규모 비위를 저지르면 경영평가 등급은 하향 조정될 수 있다.

부동산 세금ㆍ대출ㆍ분양 규제도 함께 강화한다. 보유 기간 2년 미만, 비사업용 토지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내년부터 40~50%에서 60~70%로 20%포인트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땅을 사서 1년 내 팔면 차익의 최대 7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또 가계의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해 LTV 규제를 새로 적용(전 금융권 대상)하기로 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를 사려면 자금조달계획서도 내야 한다. 고가 주택을 사는 것과 비슷한 규제를 받는다.

땅 투기 수단으로 변질됐던 농지취득제도도 바뀐다. 농업진흥지역 토지는 주말농장 용도로 아예 살 수 없도록 하는 등 제한 수준을 높인다. 기획부동산이 농업법인으로 신고해 ‘쪼개기 투자’를 하지 못하게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신고를 하도록 했다. 같은 목적으로 국토교통부는 부동산매매업 등록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후속 브리핑을 하고 있다.2021.3.29/뉴스1

(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반부패정책협의회 결과 후속 브리핑을 하고 있다.2021.3.29/뉴스1

적발은 : 43개 검찰청에 전담 조직, 부동산거래분석원 신설

문 대통령은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통해 도시 개발 과정에서 있었던 공직자와 기획부동산 등의 투기 행태에 대해 소속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사범을 철저히 색출하겠다”며 “검찰은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적극적으로 직접 수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43개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 수사팀’을 설치해 500명 이상의 검사와 수사관을 투입하기로 했다. 정부 합동특별수사본부 규모도 1500명으로 2배 이상 늘린다. 부동산 투기범 색출에 2000명이 넘는 수사 인력이 동원된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할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신설하기로 했다.

처벌·환수는 : 투기 재산 소급해 몰수, 위헌 소지 논란

정부,부동산투기근절대책발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정부,부동산투기근절대책발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부동산 투기 신고 포상금은 최대 1000만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린다. 자진 신고하면 처벌 수위를 낮춰주는 ‘리니언시 제도’도 도입한다. 불법 전매인지 알면서도 분양권을 판 사람(매도자)은 물론 산 사람(매수자)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향후 10년간 청약 당첨 기회도 박탈된다.

투기 재산을 어떻게 소급해 몰수할 지에 대한 진전된 방안은 이날 나오지 않았다. 28일 “친일 반민족 행위자와 같은 반열로 규정해 (재산 몰수에 대한) 소급입법이 추진될 것”(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이란 여당 내부 방침은 나왔지만 위헌 논란이 걸림돌이다.

이에 대해 홍 부총리는 “현재 부패방지권익법에 의하면 범죄에 관련되는 재물과 이득에 대해 몰수ㆍ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있다”며 “기존 규정을 최대한 활용해 부당 이득을 환수할 예정”이라고 원칙론만 밝혔다.

이날 대책은 땅 투기 논란이 재ㆍ보궐 선거 판도를 뒤흔든 데 따른 수습 방안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투기 재산 소급 몰수, 9급까지 재산 공개 확대 등 설익은 대책으로 시장에서는 논란을 키우는 분위기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급 몰수는) 법률 불소급 원칙에 어긋나는 입법으로, 헌법 소원에서도 위헌으로 판정될 소지가 크다”며 “단순히 재산 공개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제3자를 통한 투기를 막긴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가 나빠진 여론을 당장 수습하는 데만 급급해 던지기, 여론 떠보기식으로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심 교수는 “이럴 때일수록 비교적 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차분하게 살펴보면서 실효성 있는 투기 방지 대책을 단계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현 정부와 여당의 대응 방식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재산 공개 대상 확대 방침에 대해서는 사고는 LH와 정치인이 치고 불똥은 전체 공무원으로 튀었다는 불만이 나온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자 재산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사회적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부동산 거래처럼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는 일은 법 위반 시 어떤 처벌이 있는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겉보기엔 통쾌해보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결국 공직자의 직업윤리 회복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세종=조현숙ㆍ임성빈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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