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구미3세 바꿔치기에…병원장 "그게 가능한가, 미치겠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26 17:20

업데이트 2021.03.28 12:39

17일 오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인 석모씨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경북 구미경찰서에서 3세 여아 사망사건의 친모인 석모씨가 호송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아이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된 경북 구미시 한 산부인과 의원에서 당시 근무했던 관계자들을 상대로 공모 여부 수사에 착수했다. 이 산부인과는 숨진 채 발견된 3세 아이의 친모로 드러난 A씨(48)가 ‘아이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경찰이 지목한 곳이다.

3년 전 병원 직원들, 대부분 바뀌어

26일 수사기관에 따르면 경찰은 A씨의 딸 B씨(22)가 여아를 출산했던 2018년 당시 근무자들의 신상을 파악해 A씨와 친인척, 지인 관계가 있는지를 수사 중이다. 아이를 바꿔치는 일에 도움을 준 ‘공모자’를 찾기 위해서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병원에서 신생아를 몰래 바꿔놓는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출산 하루 전 야간에 병원에 몰래 들어가 아이를 바꿔치기한 것이 아닌 이상 내부 공모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 역시 “아이를 낳으면 씻긴 다음 바로 손목에 이름과 출생일 등이 적힌 밴드를 채운다. 이후 신생아실에 가서 채혈을 하는데 그곳에 간호사 등 병원 근무자 외엔 출입이 어렵다”며 “이 과정에서 아이가 바뀌었다면 공모 없이는 절대 불가능하다”고 했다.

경찰의 공모 여부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진행된다. 우선 해당 산부인과에서 근무한 직원들의 소재 파악이다. 3년 전 출산이 이뤄졌을 당시 병원 근무자 가운데 A씨와 친인척 관계이거나 지인이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당시 근무자의 지인이나 가족 중 A씨와 알고 지내는 관계자가 있는지를 찾는데 초점이 맞춰진다. 현재 해당 산부인과 근무자 중 상당수는 지난 3년새 바뀐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출산 하루 전 야간에 몰래 들어가 아이를 바꿔치기 한 정황 증거들이 있는지도 조사 중이다. 병원 폐쇄회로TV(CCTV) 영상 등 확보에 나섰지만 출산 시기가 오래돼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앙일보 취재진이 직접 살펴본 산부인과 역시 B씨 출산 당시 근무했던 직원들은 거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

아이 바꿔치기가 이뤄진 것으로 지목된 산부인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산부인과 병원장은 중앙일보와 만나 “우리도 미칠 노릇이다. 아이가 바뀌는 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출산이 이뤄졌을 당시 아이의 혈액형은 A형, 아이 엄마는 B형으로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아이 아빠는 병원에서 별도로 혈액형을 기록하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다”고 했다.

경북 구미서 3살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B씨가 지난달 19일 살인 등의 혐의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경북 구미서 3살 딸을 방치해 숨지게 한 20대 B씨가 지난달 19일 살인 등의 혐의로 대구지검 김천지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경찰이 해당 산부인과에서 아이 바꿔치기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한 데는 혈액형이 결정적 단서가 됐다. 산부인과 기록에 적힌 신생아 혈액형은 B씨(B형)와 전 남편 혈액형(AB형)에서는 나올 수 없는 혈액형(A형)이었다. B형과 AB형의 자손이 A형이 나올 확률이 있긴 하지만, B씨의 혈액형 유전인자가 BO형이 아닌 BB형으로 알려져 자손이 A형이 될 확률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경찰은 A씨가 산부인과에서 혈액형 검사를 하기 전 자신이 낳은 아이를 병원에 데려다 놓는 바꿔치기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은 숨진 여아의 혈액형 등 유전인자에서도 B씨와 전 남편 사이에서는 나올 수 없는 아이였다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숨진 여아와 B씨, B씨의 전 남편 사이의 유전인자와 혈액형을 검사한 후 일치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A씨는 경찰이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유전자(DNA) 검사 결과 모두 숨진 여아와 일치하고, 아이 바꿔치기와 관련한 정황들이 연이어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자신의 혐의는 물론 출산 사실까지도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구미 여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사건 관계자들의 혈액형이나 아이 바꿔치기 시점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는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사건 관계자의 혈액형이나 아이 바꿔치기 시점 및 장소에 대해서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에 있어 자세히 설명드리지 못한다”고 했다.

검찰은 A씨에 대한 구속 기간을 다음달 5일까지로 연장했다. 연장한 구속 기간 동안 사라진 여아의 행방과 숨진 여아의 출산 경위 등을 캐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숨진 여아의 친부를 찾는 수사도 이어갈 계획이다.

B씨는 지난 10일 살인과 아동복지법·아동수당법·영유아보육법 등 4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재판은 다음달 9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첫 공판이 열린다.

구미=김정석·백경서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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