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문의 알약 6개…동부구치소 '양반다리 사망'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2021.03.24 05:00

업데이트 2021.05.03 14:52

1월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연합뉴스

1월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용자들의 집단감염 사태를 일으켰던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한 독방 수용자가 양반다리를 한 채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유족 측은 "지병이 있거나 특별한 질환도 없었다"며 "사망에 이르는 과정부터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구치소 직원들의 대응이 미흡했고 의심스러운 정황이 존재한다"며 구치소장 등을 경찰에 고소했다.

유족, 구치소장 등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고소

CCTV "새벽 5시부터 전신 경련"→6시 22분 의식불명 발견

2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동부구치소 독방에 수용된 임모(47)씨가 지난 8일 오전 6시 22분 양반다리를 하고 앞으로 상체를 숙인 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발견한 직원들은 곧바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임씨는 오전 6시 47분 심정지 상태로 강동성심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응급실에서도 심폐소생술 조치가 이뤄졌지만, 5분 뒤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

유족들이 CCTV 화면을 확인해보니 구치소 측의 응급대처가 미흡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유족들은 동부구치소장과 성명 불상의 CCTV 관제실 근무자, 임씨 수감 독방과 복도 순찰 근무자 등 관련자들을 23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직무유기 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소했다. 법무부에 진상조사와 감찰을 요구하는 민원도 접수했다.

당초 구치소 측은 직원들이 임씨를 최초로 발견한 오전 6시 22분경부터 병원 이송 전까지 CCTV 영상만 공개했다. 유족 측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자 구치소 측은 뒤늦게 사망 전날부터 사망일까지의 CCTV 열람을 허가했다.

1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재소자가 ‘무능한 법무부,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창살 너머로 꺼내 보이고 있다.뉴스1

1월 6일 오후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서 한 재소자가 ‘무능한 법무부, 무능한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를 창살 너머로 꺼내 보이고 있다.뉴스1

"전날 밤 구치소 직원이 준 불상의 알약 6정 복용"

유족들은 CCTV에서 임씨가 사망 전날 구치소 직원으로부터 불상의 알약 6정을 받아 복용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건강보험공단 확인 결과 임씨는 수감 전 특별한 질병이나 사망에 이를 병이 없었던 상태였다. 유족 측 박세희 변호사(법무법인 민)는 "만약 망인의 사망이 이 알약과 관련된 질병으로 인한 것이라면 구치소 직원들은 망인의 건강상태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다면 망인의 건강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주의 의무가 있는데 관찰을 게을리했다"고 주장했다. 임씨의 부검 결과는 이르면 다음 달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임씨는 사망 전날인 오후 7시 40분경 약을 먹은 뒤 새벽 내내 엎드린 자세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유족 측 설명이다. 그러다 사망 당일 오전 5시 11분 절하는 자세로 팔과 몸을 떨었다. 이후 8분간 심한 경련과 멈춤을 반복하다 이후에는 움직이지 않았다. 유족 측은 "1시간마다 순찰을 하며 독방 수감자의 이상 여부를 확인하는 게 구치소 규정인데, 직원들이 발견하기 전까지 아무도 망인의 상태를 확인하지 않았다"며 "임씨의 이상 상태를 발견한 뒤에도 동부구치소 인근에 가까운 의료시설을 두고 더 먼 강동성심병원으로 이송해 적절한 조치를 받을 수 있는 골든타임도 놓쳤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이 밖에도 유족들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임씨의 부검을 한다고 통보한 점, 구치소 직원이 장례비 지원을 제시하며 시신의 화장을 종용한 점 등에 대해서도 수사해달라고 했다.

구치소 "수용 중 말썽 많이 피워 정신과 약 먹였다"

동부구치소 측은 "임씨는 평소에도 엎드려 취침하는 습관이 있었다"며 "직원이 당일 밤 순찰했는데 평소처럼 웅크리고 있어 이상증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복용한 약에 대해서는 "임씨가 수용 생활을 하면서 말썽을 많이 피웠다"며 "때문에 정신과 약을 복용시켰다"고 했다. 거리가 먼 병원으로 이송한 이유에 대해서는 "협력 체계를 구축한 지정병원이었다"고 설명했고, 장례 종용 의혹에 대해서는 "일반적 절차를 설명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유족의 동의를 받지 않고 부검을 한 점에 대해서는 "구치소에서 발생한 원인 불명의 사망 사건은 검찰의 지휘를 받아 의무적으로 부검한다"고 설명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임기 첫 일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 도착해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8일 오전 임기 첫 일정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방역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에 도착해 청사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28일 임기를 시작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첫 공식 일정으로 동부구치소를 방문했다. 동부구치소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었던 때였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재소자의 인권을 개선할 방법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명숙 전 총리 사건에서 검찰의 수십여차례 재소자 출정 조사 등을 재소자 인권 침해 사례로 들며 부적절한 수사관행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상태다.

강광우·정유진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수정 :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따라 2021년 5월 3일 애초 기사의 “양반다리로 앉아 의식이 없는 상태로 구치소 직원들에게 발견됐다”는 구절을 “양반다리를 하고 앞으로 상체를 숙인 채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라고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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