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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수치의 함정

중앙일보

입력

숫자로 건강을 살펴보고 관리할 순 없을까. 먼저 가장 최근에 받았던 신체검사 결과지를 찾는 일이다. 일종의 건강 성적표다. 그리고 다음의 다섯 가지를 항목별로 꼼꼼히 따져보자.

첫째, 혈압이다. 고혈압의 기준은 수축기 혈압 140㎜Hg 이상, 이완기 혈압 90㎜Hg 이상이다. 둘 중 하나만 해당해도 고혈압이다. 그러나 140/90 미만은 정상이라며 마냥 안심할 일이 아니다. 검사 수치도 칼로 무 자르듯 정상과 비정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눠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혈압에 관한 한 120/80 미만을 유지해야 '수'판정을 받을 수 있다. 종전엔 130/85 미만이 건강한 혈압 수치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혈압이 낮을수록 뇌졸중과 심장병 등 성인병 발생률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면서 건강 혈압에 대한 기준이 보다 엄격해졌다. 혈압 수치가 120~139/80~89인 사람은 비록 정상이지만 건강한 상태는 아닌 '직전 고혈압'단계로 굳이 성적표로 환산하면 '미'정도로 보면 된다.

둘째, 혈당이다. 공복시 126㎎/㎗ 이하를 정상으로 본다. 그러나 공복시 126 이하라도 안심해선 곤란하다. 이상적인 혈당은 공복시 110 미만이라야 한다. 110~126인 경우 비록 당뇨 환자는 아니지만 언제든 당뇨가 생길 수 있는 고위험 상태다. 의학적으론 내당능장애로 부르며 언제든 당뇨로 악화할 수 있는 당뇨 예비군쯤으로 보면 된다. 혈당에 관한 한 공복시 110 미만이라야 '수'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콜레스테롤 수치다. 콜레스테롤은 두 가지로 나눠 따져봐야 한다. 먼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등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이다. LDL은 가능하면 100㎎/㎗ 미만이 좋다.

반면 혈관의 기름때를 간으로 끌고가 분해함으로써 좋은 콜레스테롤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HDL은 높을수록 좋다. 기준은 보통 40㎎/㎗이다. 40 이상이면 정상이라는 뜻. 그러나 HDL은 다다익선이다. 단 1이라도 수치가 높을수록 좋다. 정상이라도 41보다는 42가 좋다. HDL에 관한 한 60 이상은 돼야 '수'판정을 받을 수 있다. 실제 평소 건강하게 살다 죽을 때 깨끗하게 숨지는 장수 노인들의 혈액을 조사해보면 HDL 수치가 80 이상으로 높은 경우가 많다.

넷째, 허리둘레다. 배꼽 주위를 줄자로 재면 된다. 남성은 90㎝, 여성은 80㎝ 이상이면 곤란하다. 옷감 치수인 인치 단위로 환산하면 남성은 35인치, 여성은 31인치가 넘으면 문제다. 복부 둘레가 중요한 이유는 내장에 기름이 쌓이는 복부 비만 여부를 가장 손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눈여겨볼 것은 손가락으로 집어본 뱃가죽의 두께다. 뱃가죽이 두꺼워 복부 둘레가 커진 경우라면 비교적 안심해도 좋다. 뱃가죽은 내장이 아닌 피하(皮下)에 낀 지방이기 때문이다. 우리 상식과 달리 뱃가죽은 얇은데 복부 둘레가 큰 경우가 좋지 않다.

다섯째, 간효소 수치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대표적인 수치가 GOT와 GPT다. 그러나 오늘날 명칭이 GOT는 AST로, GPT는 ALT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정상치는 AST와 ALT 모두 40 이하였다. 40을 넘어가면 간에 탈이 났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세대 의대 김현창.서일 교수팀이 전국 18만여명을 대상으로 8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AST 30~39일 경우가 20 미만일 때보다 간질환 사망률이 남녀 각각 8배와 18.2배로 나타났다. ALT의 경우에도 남녀 각각 9.5배와 6.6배 증가했다. 간효소 수치에 관한 한 20 미만이라야 '수'판정을 받는다는 뜻이다. 이상 다섯가지 수치가 실망스럽게 나온 분들을 위한 대책은 다음 글을 통해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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