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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관람권’ 추첨?…“30만원에 리셀될 것” 벚꽃 축제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봄 축제가 취소되는 가운데 서울에서는 때아닌 '추첨'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 봄 축제인 여의도 벚꽃 축제에서 추첨을 통해 3500여명의 관람객을 뽑겠다는 공지가 올라오면서다.

22일 영등포구는 4월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봄꽃산책을 개최하며 매일 11시부터 21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간격으로 7회차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영등포구청 제공

22일 영등포구는 4월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봄꽃산책을 개최하며 매일 11시부터 21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간격으로 7회차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영등포구청 제공

3500명 추첨해 벚꽃 관람…1회차당 99명까지

앞서 서울 영등포구는 벚꽃 개화 기간인 4월 1일부터 12일간 국회의사당 뒤편 여의서로 봄꽃길 1.7km를 전면 통제한다고 22일 밝혔다. 통제 구간에서는 추첨에서 뽑힌 3500여명만 관람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온라인 봄꽃축제 홈페이지에 사전 신청을 해야 한다.

벚꽃 관람은 4월 5일부터 11일까지 7일간 진행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1시간 30분 간격으로 하루에 7회차씩 이뤄진다. 1회차당 행사 관계자를 포함해 99명까지 입장 가능하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구에서 자체적으로 인원 계획을 세워 서울시에 제출했고 심의를 통해 지원을 받게 됐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기준에 따라 방역수칙을 지키는 조건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인당 최대 3명의 동반인과 벚꽃 관람을 할 수 있다.

22일 영등포구는 서강대교 남단에서 의원회관 사거리까지의 여의서로 봄꽃길을(1.7km) 전면 통제한다고 밝혔다. 교통 통제는 4월 1일부터 12일까지 이뤄지며, 보행로 통제 기간은 2일부터 12일까지다. 영등포구청 제공

22일 영등포구는 서강대교 남단에서 의원회관 사거리까지의 여의서로 봄꽃길을(1.7km) 전면 통제한다고 밝혔다. 교통 통제는 4월 1일부터 12일까지 이뤄지며, 보행로 통제 기간은 2일부터 12일까지다. 영등포구청 제공

"추첨이 웬 말…공정하게 추첨할지 의문"

'벚꽃 관람 추첨'을 두고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직장인 정모(28)씨는 “연일 확진자가 여전히 300~400명대인데 닫으려면 다 닫아야지 추첨이 웬말이냐”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 A씨는 “벚꽃 축제에 오지 말라고 해도 어차피 몰릴텐데, 방역 수칙만 잘 지킨다면 아예 막는 것 보단 낫다”고 영등포구의 결정을 반겼다. 강모(30)씨는“추첨에서 떨어진 사람들만 박탈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행사와 연관된 공무원이 지인을 뽑을 수도 있고 공정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K방역에 대한 피로감 증가와 LH 등 일련의 사태가 종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반영돼 합리적인 제도조차도 믿지 못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영등포구 관계자는 "누군가에게 특혜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며 무작위로 랜덤 방식의 추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벚꽃 관람권 30만원에 팔릴 것"…"본인 확인"

한편 온라인에서는 추첨을 통해 관람 기회를 얻은 이들이 리셀(resell·희소한 제품에 웃돈을 얹어 되파는 것)을 할거라는 예측도 나왔다. 몇몇 네티즌들은 “벚꽃 관람권 30만원에 팝니다'" "당근마켓이나 중고나라에 글 올라올 듯" "벚꽃 축제 리셀합니다” 등의 댓글로 우려 섞인 전망을 했다.

이를 두고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3500명으로 제한된 인원이 희소성이란 가치를 부여해 당첨된 사람들이 웃돈을 붙여 파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판매 루트가 많지 않았는데 당근마켓 이용자 확산 등으로 공급자와 수요자의 교류가 원활해지면서 리셀이 활성화됐다”고 설명했다.

리셀 우려에 대해 영등포구 관계자는 "현장에서 본인확인 절차가 있다"며 "QR코드가 복제되지 않도록 내부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 명의나 신분증을 도용하지 않는 이상 거래로 얻은 티켓으로 입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22일 한 온라인 카페에 네티즌들이 여의도 벚꽃 축제 공지에 대한 댓글을 남겼다. 온라인 카페 캡처

22일 한 온라인 카페에 네티즌들이 여의도 벚꽃 축제 공지에 대한 댓글을 남겼다. 온라인 카페 캡처

꽃 축제 취소에도 인파 몰려

지난 21일 부산 연제구 온천천에서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 아래를 걸으며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21일 부산 연제구 온천천에서 시민들이 만개한 벚꽃 아래를 걸으며 봄기운을 만끽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매년 3~4월이면 열리던 꽃 축제는 대부분 취소됐다. 전국 최대 봄꽃 축제라 불리는 ‘진해 군항제’와 '경주 벚꽃축제'도 최근 취소 소식이 전해졌다. 하지만, 상춘객은 몰려들고 있다. ‘광양매화축제’는 올해 행사가 취소됐으나 지난 13~14일 주말에 약 9만1500명이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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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꽃놀이가 야외에서 주로 이뤄지다 보니 실내와 비교하면 감염 위험이 떨어지기는 하나, KF 마스크를 착용하고 1~2m 정도의 거리두기가 잘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교수는 또 “음식물을 먹을 경우 마스크를 내리게 되니 최대한 자제해야 하고, 20~30대 사이에서 무증상 전파가 많다는 점을 생각해 증상이 없더라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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