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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취소에도 ‘인증샷’ 인파···매화꽃 만개 광양 9만명 몰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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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21일 오후 경남 진해시 경화역. 여좌천과 안민고개와 함께 진해군항제 3대 벚꽃 명소인 이곳은 입구에 ‘군항제가 취소됐으니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현수막이 붙어 있었지만, 상춘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은 경화역 옛 철로변 양쪽으로 늘어선 벚꽃 나무 아래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광양 매화축제 취소하고 주차장 폐쇄해도 상춘객 수만명 몰려

창원시 의창구에서 온 이모(45·여)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군항제는 열리지 않지만 벚꽃명소를 지난해와 달리 통제하지 않는다고 해 가족과 함께 봄꽃을 보기 위해 나오게 됐다”며 “여좌천과 안민고개를 지나 이곳으로 왔는데 꽃은 한 50% 정도밖에 개화를 안했는데도 꽃 보러온 사람들로 발 디딜틈이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일대에 벚꽃이 활짝 펴 시선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여좌천 일대에 벚꽃이 활짝 펴 시선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축제 취소해도 ‘북적북적’

벚꽃보다 앞서 매화꽃으로 절정을 맞았던 광양 매화마을도 상춘객들이 타고 온 차량 때문에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 14일 매화마을 인근 교통통제에 나선 광양시 직원들은 쉴새 없이 경광등을 흔들면서 교통 체증을 풀어보려 안간힘을 썼다. 갓길에 불법주차를 막으려는 단속 차량도 쉼 없이 도로를 오갔다.

지난 10일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은 평일인데도 봄꽃을 찾아 온 상춘객이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0일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은 평일인데도 봄꽃을 찾아 온 상춘객이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프리랜서 장정필

광양 매화마을에선 매년 3월이면 봄꽃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 축제인 ‘광양매화축제’가 열린다. 지난 2019년 축제 기간에만 134만명이 찾아 지역 특산물 판매, 숙박업, 요식업 등 분야에서 439억원의 경제 효과를 냈다.

광양시는 코로나19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백억원 수익이 예상되는 효자 축제를 취소했다. 상춘객을 막으려 매화마을 앞에 수백여 대를 주차할 수 있는 규모의 주차장도 폐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매화 보러 왔는데 왜 주차장을 닫았느냐”는 민원까지 폭주해 상춘객이 몰렸던 지난 14일까지 주중 주차장을 개방할 수밖에 없었다.

주말에 최대 9만명 인파 몰려 

지난 10일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 입구 도로가 상춘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막혀 교통난을 빚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0일 전남 광양시 매화마을 입구 도로가 상춘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막혀 교통난을 빚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해 3월 매화축제를 취소했을 땐 인적이 뚝 끊겼지만, 올해는 다르다. 광양시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상춘객이 몰릴 것 같아 일찌감치 방역대책을 마련했는데 밀려드는 상춘객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광양시가 집계한 지난 13~14일 주말동안 매화마을을 찾은 방문객은 약 9만1500명. 전주(6~7일) 주말 7만8000여명보다 늘어난 숫자다. 일부 상춘객들은 매화꽃 옆에서 마스크를 벗고 ‘봄꽃 인증샷’을 남겼다. 광양시와 방역당국이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다. 방문객은 매화 개화기가 지나고, 비가 내려 꽃이 진 뒤인 지난 주말(20~21일)에서야 2만6000여명으로 줄었다.

‘축제 찬반’ 설문 조사하는 지자체들

봄꽃 축제 취소는 광양시만의 일은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꽃 축제 취소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 최대 봄꽃 축제라 불리는 진해군항제를 취소한 경남 창원시는 지난 2월 진해구민을 상대로 개최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까지 진행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667명 중 85%가 개최에 부정적이었다.

지난 10일 전남 광양 매화마을 앞 주차장이 상춘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10일 전남 광양 매화마을 앞 주차장이 상춘객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가득 차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충남 서산시도 해미면 해미천변에서 열던 ‘해미벚꽃축제’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취소했다. 하지만 축제위원회는 많은 사람이 벚꽃 구경을 하러 올 것을 예상해 오는 4월 5일부터 7일간 ‘벚꽃 거리두기’를 하기로 했다. 해미면 사무소 직원과 사회단체 회원이 벚꽃 길에 나가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을 안내하고 소독 활동을 한다.

충북 진천 대표 축제로 매년 5월 말에 열렸던 ‘생거진천농다리축제’도 주민과 공무원 등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개최 반대 의견이 90%를 넘기면서 일찌감치 취소됐다. 축제 예산 3억원은 소상공인 지원에 투입하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봄꽃 구경도 ‘드라이브 스루’

충남 서산시 대표 봄꽃축제인 해미벚꽃축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취소됐다고 22일 서산시가 전했다. 축제는 취소됐지만, 벚꽃 개화기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다음 달 5일부터 11일까지 '벚꽃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서산 해미천 벚꽃. 연합뉴스

충남 서산시 대표 봄꽃축제인 해미벚꽃축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취소됐다고 22일 서산시가 전했다. 축제는 취소됐지만, 벚꽃 개화기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다음 달 5일부터 11일까지 '벚꽃 거리두기'를 시행한다고 덧붙였다. 사진은 서산 해미천 벚꽃. 연합뉴스

벚꽃이 하나둘씩 피기 시작하면서 만개한 꽃을 다른 방식으로 즐기자는 아이디어도 속속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에 지쳐 찾아오는 상춘객을 막을 수 없다면 ‘비대면’으로 봄꽃을 즐기자는 취지다.

대구시는 팔공산 벚꽃축제·달성군 옥포 벚꽃 축제 등 5곳의 지역 축제를 취소한 대신 자동차를 타고 봄꽃을 즐기는 ‘드라이브 스루’라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대구시 관계자는 "팔공산 순환로와 수성유원지,대구스타디움 등 대구지역 15곳의 벚꽃 길을 출·퇴근 시간과 주말에 시민들이 벚꽃 가득한 길을 차로 달리면서 비대면으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군은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벚꽃 명소인 화개면 '십리벚꽃길'에 투광등 309개와 컬러 레이저 조명 58개를 설치해 야경 명소를 만들었다. 매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불을 밝힌다. 화개장터 벚꽃 축제는 취소했지만, 벚꽃을 찾는 ‘드라이브 스루 관광객’을 위한 조치다. 대전 동구도 올해 대청호 벚꽃 축제를 취소한 대신 꽃길에 경관 조명을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 영등포구는 여의도 봄꽃축제를 다음달 1일부터 12일까지 열되, 온라인 축제로 꾸미기로 했다. 봄꽃 산책도 가능하다. 오는 4월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 매일 오전 11시부터 밤 9시30분까지 하루 7회로 한정해 한회당 99명만 입장할 수 있다. 사전신청을 받아 7일간 봄꽃 산책을 할 수 있는 인원은 3500명으로 제한했다.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은 “방역수칙을 준수해 개최하는 봄꽃축제에서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광양·창원·하동·대구·서산·진천=황선윤·김방현·위성욱·김윤호·최종권·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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