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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은주의 아트&디자인

NFT 아트, 변혁 혹은 거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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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은주 기자 중앙일보 문화선임기자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NFT 아트는 완전히 거품 속에 있다.” 최근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한화 780여 억원)에 판매된 작품의 작가 비플(Beeple)이 22일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지난 11일 경매에서 그의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days)’이 엄청난 가격에 낙찰됐을 때 누구보다 깜짝 놀란 것은 그 자신이었다죠. 경매가가 치솟는 것을 지켜보던 그는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미쳤어”. 쿤스의 ‘토끼’처럼 조각 작품도 아니고, 호크니처럼 캔버스에 그린 그림도 아닌 JPG파일 형식의 작품 하나가 말 그대로 미술시장을 뒤집어 놓은 순간이었습니다.

‘대체 불가 토큰’으로 불리는 NFT (Non-Fungible Token)가 미술시장에 소용돌이를 몰고 왔습니다. NFT는 대상에 고유한 암호를 부여한 디지털 자산을 가리키는데요, NFT아트는 이 기술로 작품을 디지털 자산화한 것을 가리킵니다. 블록체인 기술에 의해 세상에 유일무이한 오리지널(원본)임을 증명하는 작품은 이더리움 토큰 형태로만 발행됩니다. 이번에 낙찰된 비플의 작품은 지난 13년간 온라인에 게시해온 사진을 모아 만든 콜라주였고, 구매자는 이 작품에 매겨진 토큰 값을 암호화폐로 지불했습니다.

비플, ‘매일 : 첫 5000일’의 일부. [사진 크리스티]

비플, ‘매일 : 첫 5000일’의 일부. [사진 크리스티]

그러니 세계적인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가 최근 NFT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 놀라울 것도 없습니다. 그가 영국 회사 헤니 에디션(Heni editions)과 함께 내놓을 작품 제목이 ‘통화(The Currency)’입니다. 허스트는 이 작품을 통해 “돈과 예술을 관통하는 가치 개념에 도전하겠다”고 했는데요, 새 플랫폼에 대한 격한 환영인지, 냉소적인 조롱인지 알쏭달쏭합니다.

최근 국내 대표 경매업체인 서울옥션도 자회사인 서울옥션 블루와 함께 NFT마켓에 뛰어들었습니다. 국내에서도 NFT로 작품 거래를 하겠다는 작가들이 속속 나서고 있고요. “3년 전 (블록체인 기반의) 크립토키티 게임을 접하며 NFT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요요진(37) 작가는  “4월 1일 개막하는 개인전의 출품작 일부를 NFT플랫폼 오픈씨에 내놓았다”고 22일 알려왔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작가들이나 컬렉터들에게 NFT는 눈부신 새로운 시장 같지요? 그러나 낙관은 이릅니다. 벌써 외신엔 NFT를 노리는 해커들 얘기가 오르내리고, 가격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투자자들의 흥분이 가라앉으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럼 이번에 NFT로 돈방석에 앉은 비플 얘기로 돌아가 볼까요? 그는 “인터넷 시대가 처음 열렸을 때도 거품이 끼었고 결국 터졌다”며 “그러나 인터넷이 사라지지 않았듯 NFT 기술 자체에도 강력한 힘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NFT,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변혁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광기의 ‘거품’과 함께.

이은주 문화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