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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의 목 조를 수 없어” 미국통 양제츠가 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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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18~19일(현지시간) 미국 앵커리지에서 열린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첫 미·중 고위급 회담이 공동성명 발표도 없이 막을 내렸다.

앵커리지 회담 공동성명 없이 끝나 #주미대사 지낸 미·중 외교 산증인 #극적 변신은 양국 관계 변화 상징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담 후 “광범위한 이슈에서 힘들고 단도직입적인 협상을 했다”며 “우리가 있는 지점을 찬찬히 살펴보기 위해 워싱턴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제츠

양제츠

양제츠(楊潔篪·사진)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이번 대화는 유익했지만 일부 문제에서 중요한 이견이 있다”며 “중국은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확고히 지킬 것이며 중국의 발전은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회담이 끝나자 웨이보에 ‘두 신축년(辛丑年)의 대비’란 사진을 올렸다. 120년 전인 1901년 중국이 서양 열강과 맺었던 불평등한 신축 조약과 달리 올해(신축년) 열린 앵커리지 회담에선 중국이 당당히 맞섰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네티즌은 “중국인에게 이런 수법은 통하지 않는다(中國人不吃這一套)”는 양제츠의 발언에 대해 “호랑이 양(楊)이 왔다”며 환호했다. 그의 발언을 인쇄한 티셔츠까지 온라인 쇼핑에서 팔리기 시작했다. ‘타이거 양’은 1977년 미국의 중국 연락사무소 책임자였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16일간 티베트 여행을 같이 하면서 그에게 지어준 별명이다.

양제츠의 발언은 첫날 회담에서 미 측이 발언을 두차례 한 뒤 취재진에 퇴장을 요청하자 나왔다. 그는 “미국은 중국 면전에서 우월한 지위를 운운할 자격이 없다. 20년 전, 30년 전 미국은 지위를 말하지 않았다. 중국이 그런 수법에 넘어가지 않아서다. 중국이 서양의 쓴맛을 아직도 덜 봤단 말인가. 외국에 봉쇄당한 시간이 짧았다는 것이냐. 중국의 목을 조를 수는 없다”고 강변했다.

양제츠는 미·중 외교의 산증인이다. 아버지 부시와 인연을 맺은 후 1983년 주미 대사관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방중 당시 덩샤오핑의 통역을 맡았는데 당시 덩은 양제츠를 민첩하며 예의 바르다고 칭찬했다. 2001년 주미 중국대사에 임명됐고 2007년엔 최연소 외교부장에 임명됐다.

미국통 양제츠의 극적인 변신은 미·중 관계의 변화를 상징한다. 대만의 시사평론가 왕하오는 “양제츠가 후시진(중국의 국수주의 신문 환구시보의 총편집인)으로 변했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이번 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초청해 회담할 예정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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