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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 최후 문턱 넘었다…남은 건 김종인과 安 ‘앙금’

중앙일보

입력

오세훈 안철수 단일화 비전발표회. 1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오세훈 안철수 단일화 비전발표회. 15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영등포 더플러스 스튜디오에서 단일화 비전발표회를 마친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오종택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 실무협상이 21일 마무리됐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 실무협상단은 이날 “모든 합의가 끝났다. 단일화 여론조사를 내일(22일)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 9일 첫 실무협상에 돌입한 뒤 12일 만의 합의로, 이제 누가 단일 후보가 되느냐만 남았다.

22일부터 단일화 여론조사 #이르면 23일 단일 후보 발표

단일화 여론조사는 2개 업체가 서울에 거주하는 유권자를 100% 무선 전화로 조사한다. 한 업체당 1600명(경쟁력 800명, 적합도 800명)씩, 모두 3200명의 조사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여론조사 문항에도 합의했다. 중앙일보 취재에 따르면 양측은 문항에 두 후보의 소속 정당을 명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또 경쟁력과 적합도를 반반씩 조사하되 문항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이름은 넣지 않기로 했다. 즉 적합도 조사의 경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중 단일후보로 누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경쟁력 조사의 경우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중 누가 더 선거에서 경쟁력이 있습니까’라는 취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는 22일 시작하고 최종 승자는 이르면 23일, 늦어도 24일에는 발표할 방침이다. 협상단 관계자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22일 응답이 완료되면 23일 발표할 수 있고, 23일에 끝나면 24일 발표한다”고 말했다. 어떤 식이든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25일) 전에 단일 전선을 꾸릴 여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사진은 김 전 위원장의 '만화로 보는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책 출판기념회가 열린 2017년 11월 2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 중앙포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는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갈등을 빚었다. 사진은 김 전 위원장의 '만화로 보는 김종인의 경제민주화' 책 출판기념회가 열린 2017년 11월 2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 중앙포토

하지만 야권 내부에선 “최종 난관은 남았다”는 말이 나온다. 협상 과정에서 극한 대립을 빚었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 후보 간 갈등의 골이 깊게 파여서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김 위원장과 안 후보는 그간의 악연 이상으로 선을 넘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안 후보 측이 부인 관련 공세를 한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안 후보는) 정신이 좀 이상한 사람 같다”고 비난했다. 앞서, 오 후보 캠프의 이준석 뉴미디어본부장이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에 대해 “여자 상황제”라고 칭하자, 안 후보가 “김 위원장의 사모님(김미경 이대 명예교수)과 착각한 게 아니냐”고 반박한 걸 두고서다. 김 위원장과 안 후보 부인은 이름이 같다.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국민의힘 일각에선 “김 위원장이 아예 이번 서울시장 선거를 안 후보의 ‘정치적 무덤’으로 삼으려는 것 같다”(국민의힘 3선 의원)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오 후보도 지난 16일 TV 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김 위원장에게)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는 표현을 썼는데, 이런 상태에서 조직과 자금 지원이 필수인 공동선대위가 원활히 작동하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왼쪽)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양당 실무협상단 회의에서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왼쪽 두 번째), 성일종 의원 등과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국민의당 이태규 사무총장(왼쪽)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오세훈-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양당 실무협상단 회의에서 국민의힘 정양석 사무총장(왼쪽 두 번째), 성일종 의원 등과 차례로 인사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런 상황에 대해 안 후보 측은 “단일후보가 확정되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김 위원장과의 갈등을 풀겠다”는 뜻을 밝혔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누가 단일 후보가 되든 김 위원장의 전폭적인 지원 없이는 단일화 시너지를 내기 힘들다”며 “안 후보도 주변에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반드시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두 후보는 이날 합의를 마친 뒤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협상단 합의 뒤 “(유선전화 조사를 포기하는) 바보 같은 결정을 했지만 홀가분하다. 단일화로 정권 심판을 한다는 각오만 남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홍대 거리 유세에서 나선 오 후보는 “단일후보가 결정되면 한 캠프, 한 몸이 돼 선거를 치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방문한 안 후보도 취재진에 “당초 시한(19일)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며 “어떤 결과가 나와도 승복하고 힘을 합쳐 단일후보가 당선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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