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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관계, 마오-닉슨 이전으로"…'첫만남 충돌'에 中 격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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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AP=연합]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미중 고위급 회담이 열렸다. 미국 측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국 측 양제츠(楊潔?)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AP=연합]

18일(현지시간)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 중국 주요 매체들은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타전하며 열띤 관심을 보였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첫 외교수장들의 만남에 '우려 반, 기대 반'이던 중국 내 여론은 시작부터 양측이 '난타전'을 벌이자 격앙되는 분위기다.

中, 회담 소식 실시간 타전...분위기 격앙 # 전인대 상무위 “내정 간섭 악랄한 행보” # 중 관영매체 “미국 압력 가하는 무대 아니다” # 전문가 “수교 이후 최악 상황...양국 관계 기로”

국영 CCTV는 "미국 측이 할당된 발언 시간을 초과하면서 중국 정책에 대해 무리한 공격과 비난을 했다"며 "이는 외교 관례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중국 대표단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 현지 중계를 통해 90여 분간의 첫 회담 이후 양국 간 예정돼 있던 외교 만찬 일정이 전부 취소됐다는 소식도 빠르게 전했다.

국영 CCTV는 ″미국 측이 할당된 발언 시간을 초과하면서 중국 정책에 대해 무리한 공격과 비난을 했다″며 ″이는 외교 관례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보도했다. [CCTV 캡쳐]

국영 CCTV는 ″미국 측이 할당된 발언 시간을 초과하면서 중국 정책에 대해 무리한 공격과 비난을 했다″며 ″이는 외교 관례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보도했다. [CCTV 캡쳐]

신화통신은 왕이 외교부장의 회담 모두 발언을 비중 있게 전했다. 왕이 부장은 “미국의 초청으로 미국과 중국의 중간에 위치한 알래스카에 왔다”고 전제한 뒤 “지난 몇 년간 중국의 정당한 권리와 이익에 대한 불합리한 억압으로 중미 관계는 전례 없는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왕이 부장은 특히 “중국이 고위급 전략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출국하기 직전 홍콩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는데 이는 정상적인 환대 방식이 아니다”라며 “미국이 이를 통해 중국에 대한 우위를 높이고자 한다면 완전한 오산이며 약점과 무력함을 드러낼 뿐”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불쾌감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이다.

중국 CCTV는 현지 중계를 통해 90여 분 간의 첫 회담 이후 양국간 예정돼 있던 외교 만찬 일정이 전부 취소됐다고 전했다. [웨이보 캡쳐]

중국 CCTV는 현지 중계를 통해 90여 분 간의 첫 회담 이후 양국간 예정돼 있던 외교 만찬 일정이 전부 취소됐다고 전했다. [웨이보 캡쳐]

이같은 분위기는 전날 이미 예고됐다. 미 국무부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최근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가결된 홍콩선거제 개편안으로 홍콩의 자치권이 크게 훼손됐다”며 이와 관련된 중국과 홍콩 공무원 24명을 추가로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례적으로 전인대 상무위가 직접 성명을 발표하고 “미국 측이 홍콩 사안을 빌미로 중국 내정을 간섭한 것은 매우 난폭하고 악랄한 행보”라고 비난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9일 지면 사평을 통해 ″이번 회담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무대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생각하는 우세는 중국의 핵심 이익에 아무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성훈 특파원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9일 지면 사평을 통해 ″이번 회담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무대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생각하는 우세는 중국의 핵심 이익에 아무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박성훈 특파원

중국 정부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관영 환구시보는 한 걸음 더 나갔다. 19일 지면 사평을 통해 "이번 회담은 전략적 소통이지 미국이 일방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무대가 아니다”라며 “미국이 생각하는 우세는 중국의 핵심 이익에 아무 영향도 미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되돌리겠나,  아니면 전인대가 결정한 홍콩 선거법을 철회하겠나”라며 “어떤 중국인이라도 이것이 미국의 꿈이라고 말할 텐데, 바쁜 고위 간부가 알래스카까지 가서 이 문제를 확인해야겠냐”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에 대해 완전히 오판하고 있다"며 "중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지정학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야망이 없으며 미국은 서구와 다른 중국의 통치 방식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8일(현지시간) 오후 회담장으로 향하는 양제츠 정치국원(오른쪽)과 왕이 외교부장(왼쪽). [AFP=연합]

18일(현지시간) 오후 회담장으로 향하는 양제츠 정치국원(오른쪽)과 왕이 외교부장(왼쪽). [AFP=연합]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양시위(楊希雨) 수석연구원은 환구시보와의 인터뷰에서 “마오쩌둥과 리처드 닉슨의 악수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며 “중ㆍ미 관계가 기로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향후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국교 수립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가는 가거나 아니면 냉전이나 전쟁”이라고 했다.  이는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시작된 양국 갈등이 벼랑 끝 상황에 달했으며 중국도 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는 중국 전문가들의 전망을 반영한다.

미국이 강경한 태도로 나오는 이유에 대해선 자국 내 중국 비판 세력의 압박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회담을 파기하면 ‘대화가 소용없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고 회담을 유지하기만 해도 최소한 대화에 반대하는 미국 내 세력에 현 정부가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양국 고위급 회담은 20일 오전까지 이어진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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