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와 공격 멈추라" 美 하원서 '아시아계 차별' 청문회

중앙일보

입력 2021.03.19 12:00

애틀랜타 총격 사건의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하원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집중 조명하는 청문회가 18일(현지시간) 열렸다. 미 하원에서 이런 청문회가 열린 것은 30여년 만이다.

한국계인 영 김 의원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 청문회에 출석해 증오와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국계인 영 김 의원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 청문회에 출석해 증오와 공격을 멈춰야 한다고 호소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공영라디오방송 NPR에 따르면 이날 미 하원 법사위 헌법·민권·시민적 자유 소위원회가 연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차별과 폭력' 청문회에는 한국계인 영 김·미셸 박 스틸, 중국계인 주디 추, 태국계인 태미 덕워스 상원의원 등 아시아계 여성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美 곳곳 애틀랜타 총격 사건 희생자 추모 시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과 맞물려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급증하는 가운데 열린 청문회였는데 이틀 전 발생한 애틀랜타 총격 사건으로 한층 이목이 쏠렸다.

미셸 박 스틸 의원(한국명 박은주·캘리포니아) [연합뉴스]

미셸 박 스틸 의원(한국명 박은주·캘리포니아) [연합뉴스]

영 김 의원은 "애틀랜타 총격 사건은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과 공격이 늘어나는 시점에 발생했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대한 증오와 선입견, 공격은 용납할 수 없고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디 추 의원 [AP=연합뉴스]

주디 추 의원 [AP=연합뉴스]

미셸 박 스틸 의원도 "지난해 아시아계를 상대로 한 언어적·물리적 괴롭힘과 차별 신고가 (민간단체에) 4000건 가까이 들어왔다"면서 "증오와의 싸움은 당파적 사안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주디 추 의원은 "애틀랜타 총격 사건의 범인이 아시아계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결코 '(우연적인)사고'가 아니었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는 무시할 수 없는 위기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미국 드라마 '로스트', 'ER' 등에 출연한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김도 나와 여론조사원에게서 "아시아계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들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일이 우리가 중요한 사람들인지 아닌지, 우리가 보금자리라고 부르는 국가(미국)가 우리를 묵살할 것인지 존중할 것인지 후대에 메시지를 보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스티브 코언 소위원장은 "상처받고 두려움을 느끼는, 미국에서 누가 신경이나 쓸지 의문스러워하는 모든 아시아계 미국인에게 분명히 하고 싶다. 의회가 여러분을 보고 있고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하며 여러분을 보호하기 위해 권한 내에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계 배우인 대니얼 대 김 [로이터=연합뉴스]

한국계 배우인 대니얼 대 김 [로이터=연합뉴스]

"아시아계 여성·청소년·노인 주로 표적" 

최근 급증한 아시아계를 향한 폭언과 폭행은 특히 여성과 노인에 집중되고 있다.

백인 남성에게 공격을 당한 중국계 미국인 셰샤오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백인 남성에게 공격을 당한 중국계 미국인 셰샤오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19일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에서 26년간 살아온 중국계 미국인 셰샤오전은 17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자택 부근을 산책하던 중 30대 백인 남성으로부터 공격을 당해 부상을 입었다. 미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 남성은 80대 아시아계 남성을 폭행한 뒤 보안요원을 피해 도망치는 과정에서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NPR은 최근 미국 내에서 아시아인들에 대한 공격이 전국적으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로스앤젤레스에서 폭행을 당한 27세 남성과 지난주 뉴욕주에서 공격을 당한 83세 여성 모두 아시아계였다. NPR은 "아시아계 미국인 노인들이 캘리포니아주에서 표적이 됐다"고 전했다.

인권단체인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자'(Stop AAPI Hate)에 따르면 아시아계 미국인 중에서도 여성·청소년·노인이 특히 증오 범죄에 취약한 집단으로 지목했다. 아시아계 미국인 공격 사건의 70%는 여성이 피해자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 기구인 AAAJ(아시안 아메리칸 정의 진흥협회)는 "의회 청문회를 통해 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그렇게 충격을 주고 있는지 이해하고,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를 보호할 수 있는 가시적인 대책이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고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과 증오에 저항하는 시위도 확산하고 있다.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총격사건 이틀째인 17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뉴욕시, 애리조나주 피닉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각각 추모 시위가 열렸다.

워싱턴DC의 차이나타운에서는 약 200명이 모여 집회를 열고 밤늦게까지 시위했다. 시위대는 '아시아계 목숨도 소중하다'(Asian Lives Matter), '아시아계 증오를 멈춰라'(#StopAsianHate)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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