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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작 30분전 "폐강" 문자…학생들 날벼락 "졸업 미룰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3일 오후 서강대 정문. 전날 개강을 했지만 북적이는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함민정 기자

3일 오후 서강대 정문. 전날 개강을 했지만 북적이는 학생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함민정 기자

지난 2일 개강 첫 날 ‘운영체제 입문’ 수업을 들으려던 서강대 융합소프트웨어 연계전공 학생들은 수업 시작 30분 전에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과목이 폐강됐으니 다른 과목을 수강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수업 직전에 일방적인 폐강 통보를 받은 학생들은 황당했다. 한 학생은 서강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금까지 공지 하나 없이 이러는 게 말이 되느냐”는 글을 올렸다. 해당 연계전공 홈페이지에는 개강 일주일 전에야 해당 과목의 강사를 구한다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개강일인 2일 학생들이 학교로부터 받은 문자. 10시 30분에 시작되는 2교시 수업을 30분 앞두고 폐강을 통보했다. 제보자 제공

개강일인 2일 학생들이 학교로부터 받은 문자. 10시 30분에 시작되는 2교시 수업을 30분 앞두고 폐강을 통보했다. 제보자 제공

폐강된 과목은 학생들에게 필수적인 과목이었다. 융합소프트웨어 연계전공은 주로 IT 분야에 진출하려는 경영·인문계 학생들이 신청한다. IT 분야로 진로를 바꾸려는 학생들에겐 중요한 수업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A씨(26)는 “취업 등 앞으로 커리어를 생각하면 ‘운영체제 입문’을 안 듣는다는 건 말이 안 될 정도로 필수적인 과목”이라며 “졸업이 급한 학생들은 사설 인터넷 강의로라도 공부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하지만 사교육에선 프로젝트 수업을 해주지 않는 데다 꼭 듣고 싶은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는 것은 수업권 침해 아니냐. 등록금을 내는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 "졸업에 문제없다"…학생들 "졸업 연기할 판"

학교는 해당 과목을 듣지 않아도 ‘시스템프로그래밍’ ‘프로그램 언어’ 등의 다른 과목을 들으면 졸업은 가능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강대 관계자는 “개강 첫 주에 폐강되는 경우는 종종 있고, 학과에서 강사 섭외가 어려워 폐강됐다”며 “대체 과목을 제시해 해결된 일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부 학생들은 졸업을 미뤄서라도 ‘운영체제 입문’을 듣겠다는 반응이다. 커뮤니티엔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수업인데, 졸업 1년을 미루게 생겼다”, “행정 무능력 때문에 등록금만 더 내게 생겼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멋대로 폐강 고질적 문제…"기준 필요"  

대학이 개강 전에 급하게 폐강하는 것은 서강대 뿐만이 아니다. 대부분 대학은 학사 규정상 학교 사정에 따라 일방적으로 폐강을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일방적인 폐강을 막아야 한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박재천 변호사는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일방적 폐강의 근거가 되는 학사규정을 바꾸자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다음 달까지 학생들의 동의를 모아 교육부에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다. 폐강 기준을 사전에 상세히 제시해 학생들이 폐강 과목을 예측할 수 있게 하고, 폐강은 최소한 개강 전에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주장이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 홈페이지 캡쳐.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 홈페이지 캡쳐.

박 변호사는 "법에서도 폐강은 학교 학칙에 위임했기 때문에 학교는 사정에 따라 얼마든지 폐강할 수 있어 피해와 위험은 학생들이 부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학생 수가 줄어 학교 운영이 어려워질수록 이런 일은 더 많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학교에서 여건이 안 맞는다는 이유로 강사와의 계약을 손쉽게 종료하고 폐강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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