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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 규제 꼼꼼히, 제2 라임사태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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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금융당국이 사모펀드가 투자설명서와 다르게 투자하는 것을 금지한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를 일으킨 원인이었던 ‘레버리지(지렛대) 한도’ 등에 대한 규제는 강화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의결해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투자설명서와 다른 투자 금지 #환매중단 원인 레버리지 통제 #같은 운용사 펀드 간 거래 제한

현재 사모펀드는 순자산의 400%까지(레버리지 한도)만 남의 돈을 빌려 투자할 수 있다. 이보다 많은 돈을 빌리면 투자위험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증권사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으로 돈을 빌릴 때는 400% 한도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예컨대 사모펀드가 TRS로 100만원을 빌려서 투자한 뒤 10만원의 손해를 봤다면 빌린 돈은 10만원이라고 봤다. 만일 손해가 없거나 이익이 생겼다면 빌린 돈은 한 푼도 없다고 쳤다. TRS 계약에서 형식적으로는 사모펀드가 아닌 증권사의 이름으로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남의 돈을 많이 빌려서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투자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라임펀드의 환매중단 사태에서도 과도한 TRS 거래가 펀드의 부실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였다고 금융계에선 보고 있다.

금융위 개정안에 따르면 18일부터는 사모펀드가 TRS로 100만원을 빌렸다가 10만원의 손해를 봤다면 빌린 돈은 110만원이라고 본다. 만일 손해가 없거나 이익을 얻었어도 빌린 돈을 100만원으로 계산한다. 규제의 빈틈을 노려 지나치게 투자 위험을 확대하는 것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다.

같은 운용사의 펀드 간 거래인 자전거래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예컨대 A펀드에 있는 자산을 B펀드로 옮기는 식의 거래다. 원칙적으로는 이렇게 하면 안 되지만 당장 투자자에게 돌려줄 현금이 필요한 경우 등에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문제는 자전거래를 하는 자산이 얼마짜리인지 평가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일 펀드매니저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부실한 자산을 멀쩡한 자산인 것처럼 다른 펀드로 떠넘길 수 있었다.

금융위는 비상장 주식처럼 정확한 시세를 알 수 없는 자산을 자전거래로 넘길 때는 회계법인이나 신용평가회사 등이 평가한 공정가액으로 거래하도록 의무화했다. 월간 자전거래 한도도 설정했다. 직전 3개월간 수탁고의 20%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이다. 금융위는 사모펀드가 투자설명서와 다르게 돈을 굴리면 불건전 영업행위로 규제하는 규정도 추가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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