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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우선` 풍조 + 병원과다 경쟁 성형미인 넘쳐

중앙일보

입력

#1 3년 전 대학입학 선물로 쌍꺼풀 수술을 받은 C양. 이후 그녀는 틈만 나면 성형외과를 방문하거나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는 성형중독환자가 됐다. 재수술 횟수만도 다섯 번. 그러나 그녀는 "이제 자연스럽다" 는 의사와 다투며 자신을 수술해줄 여섯 번째 의사를 찾아 강남 일대를 헤매고 있다.

#2 지난 13일 오전 2시, 강남의 한 성형외과. 응급환자가 없으련만 수술실은 대낮처럼 불빛이 환하다. 낮에 소화하지 못한 성형환자를 처리하기 위해 야간에도 무리한 시술을 하고 있는 것. 의사는 "사람들 출입이 많은 시간을 피하려는 환자들이 있어 할 수 없다" 고 하지만 이곳에는 낮에도 수술실이 비어 있는 날이 없다.

성형 열풍이 불고 있다. 예전같으면 성형수술은 방학 때나 반짝하던 계절형 `상품` . 그러나 요즘 성형수술은 비.성수기가 따로 없는 사계절형으로 자리잡았고, 연령층도 20대에서 10~60대로, 심지어 남성들에까지 확산하고 있다.

성형을 부끄러워하며 남에게 숨기는 것도 옛날 얘기. 헤어스타일을 바꾸듯 기분전환용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위험한 풍조에서부터 끊임없이 얼굴을 뜯어고치려는 정신질환도 늘고 있는 실정이다.

◇ 늘어나는 성형강박증〓요즘 신촌의 이정성형외과원장은 한 여성에게서 시달림을 받고 있다. 쌍꺼풀 수술에서 코.가슴.주름살제거 수술까지 받은 이 여성은 의사의 만류에도 광대뼈를 깎아달라고 조른다는 것. 이원장은 "몸에 열번 이상 칼을 댄 환자들과 승강이를 벌이는 일이 한 달에 10여 차례나 된다" 고 말했다.

성형수술 러시와 함께 증가하는 것이 신체추형장애다. 처음에는 예뻐지겠다는 단순한 동기에서 수술을 받지만 수술부위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 계속해 얼굴의 변화를 추구한다.

아주대 의대 이호영 교수(정신과)는 "신체추형장애는 의사가 손을 대고부터 발생하는 일종의 성형강박증" 이라며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의 경우 하루종일 특정한 부위만을 생각하며 인생을 망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 성형 부추기는 사회〓여성들의 성형 붐은 기업의 상혼과 경쟁적으로 환자를 유치하려는 성형외과가 한몫을 한다. 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 윤리위원회는 월 2회 불법광고 등 의료법위반행위를 심의한다. 심의 건수는 매회 15~20건.

협의회 국광수 홍보이사는 "성형수술을 경품으로 내건 인터넷 회사가 늘고, 심지어 어학원.백화점.이동통신회사들까지 참여하면서 의료계가 걷잡을 수 없이 혼탁해지고 있다" 고 말했다. 모 방송국은 `성형프로젝트, 페이스오프` 라는 프로를 통해 한 여성의 성형과정을 몇 주에 걸쳐 보여주겠다고 야심찬(?)계획을 세웠다가 비난을 받고 중도하차했다.

서울 강남에는 하루가 다르게 성형외과가 들어서고 있다. 현재 강남구에 등록된 성형외과는 1백67개.

지난해 3월 말에 비해 61곳이 늘었다. 강남구보건소 관계자는 "성형.피부.안과와 같이 돈이 되는 의원들이 급증하면서 고급화 경쟁, 치열한 광고전, 브로커를 내세워 환자를 유인하는 행위가 늘고 있다" 고 말했다.

◇ 인조미인 붐 막을 수는 없어도 부작용은 줄여야〓강북삼성병원 신영철 교수(정신과)는 "인간관계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겉모습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며 "성형수술 증가는 외모가 경쟁의 수단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성형외과의 과당 경쟁과 대량 수술에 따른 부작용 속출. 대표적인 수술이 장딴지로 가는 신경을 잘라 날씬한 다리를 만들어준다는 근육퇴축술.

성형외과학회에서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아직도 광고까지 하며 환자를 유치하는 의사들이 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의뢰된 성형외과 불만 상담건수는 지난해와 올 1~3월 같은 기간에 1백95건에서 3백72건으로 52%나 늘었다.

획일화된 얼굴을 좇는 몰(沒)개성도 문제다. 이는 자신의 가치를 중시하기보다 남의 시각으로 자신을 평가하려는 자아 정체성의 결여 때문.

신교수는 "의술의 힘을 빌려 손쉽게 겉모습만을 바꿔 남보다 우월해지려는 것보다 스스로 노력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인정받는 것이 인생을 훨씬 값지게 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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