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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집 웃고, 게스트하우스 울었다…코로나에 희비 갈린 골목상권

중앙일보

입력

서울 외곽의 한 주택가에서 15년 넘게 치킨전문점을 하는 A씨 부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이 급증하면서 매출이 2배나 뛰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가 늘어난 데다 배달주문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A씨는 튀김기를 추가로 주문했다. 장사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아르바이트생도 뽑았다.

똑같이 코로나19를 1년간 겪었지만 B씨의 사정은 정반대다. 서울 도심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그는 ‘외국인 맞춤형 서비스'를 하며 비성수기에도 빈방이 없을 정도로 인기몰이를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관광객이 뚝 끊기면서 B씨는 1년 넘게 개점휴업 상태다.

지난 1월 서울의 핵심 상권 중 하나인 중구 명동 거리의 상점이 곳곳 휴업과 폐업을 해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서울의 핵심 상권 중 하나인 중구 명동 거리의 상점이 곳곳 휴업과 폐업을 해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코로나19가 불러온 골목상권의 변화는 컸다. 서울 골목상권 10곳 중 6곳은 매출이 줄었지만, 4곳은 코로나 와중에도 매출을 유지하거나 되레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는 18일 서울신용보증재단 소상공인 정책연구센터와 함께 서울의 1009개 골목상권 월매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내놨다. 데이터는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의 신한카드 매출로 분석했다. 상권이 도심에 있는지, 주택가에 있는지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집콕에…치킨집, 복권방 활짝 웃었다

서울 골목상권 매출은 코로나19 전 2조원대 규모에서 1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월평균 점포당 매출도 1900만원에서 1700만원으로 13.8% 낮아졌다. 골목상권 58.7%(592곳)는 매출이 줄고, 41.3%(417곳)는 코로나에도 매출이 오르거나 유지했다. 서울시내 10곳 중 4곳의 가게가 선방한 씨앗은 '집콕'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재택근무 확산으로 외식소비는 줄었지만,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소비패턴이 달라졌다.

자료 서울시

자료 서울시

서울시는 “주거지·생활권에 가까울수록 매출이 상승·유지된 골목상권이 많았다”며 선방한 상권은 중고가구, 조명, 식자재 같은 소매업 비중(41.5%)이 컸다고 밝혔다.

선방한 골목상권 월평균 매출은 기존 1928만원에서 코로나 후인 지난해 12월엔 2086만원으로 8.2% 늘었다. 선방한 골목상권에서 외식업 중 상위 업종은 치킨전문점과 제과점, 패스트푸드점이었다. 포장과 배달이 쉬운 곳으로 위기대응이 수월했던 것이 선방의 원인으로 꼽혔다. 서비스업에선 복권방과 미용실, 세탁소, 자동차 수리, 부동산 중개업 등이 형편이 좋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매업종 중에선 중고가구, 자동차부품, 조명 용품, 수산물, 청과상 등이었다. 서울시는 “재택근무 등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가사 중심의 소비지출이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타격을 입은 골목상권 매출액은 24.5% 감소했다. 특히 가장 많은 매출이 줄어든 곳은 서울 마포구 성미산 골목상권으로 코로나 후 매출이 78.4%나 줄었다. 성미산 상권은 외식업 비중이 40.7%에 달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서울 을지로 지하상가 내 코로나19로 폐쇄된 휴게공간 벽에 주변 상점 안내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월 서울 을지로 지하상가 내 코로나19로 폐쇄된 휴게공간 벽에 주변 상점 안내판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타격을 많이 받은 충격 상권에서 가장 큰 피해를 외식업종은 양식당과 중식 음식점, 일식음식점으로 조사됐다. 서비스업에선 게스트하우스, 변호사사무소, DVD방, 여행사 등이 꼽혔다. 소매업종 가운데선 악기와 예술품, 신발, 안경, 서적, 화장품 등이 코로나 후 매출이 줄었다.

이원목 서울시 스마트도시정책관은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수립을 위해 이번 분석결과를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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