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38세 LG 고효준, 은퇴 대신 육성선수로 재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LG 왼손투수 고효준. [사진 LG 트윈스]

LG 왼손투수 고효준. [사진 LG 트윈스]

불혹을 바라보지만, 여전히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싶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에 둥지를 튼 프로 20년 차 고효준(38·사진) 목소리에서는 힘이 넘쳤다.

방출된 뒤 개인훈련하다 테스트 #시속 140㎞ 중반대 빠른공 자랑

LG는 2일 왼손 투수 고효준과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1년간 총액 1억원(연봉 5000만원, 인센티브 5000만원)의 조건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롯데 자이언츠에서 방출된 그는 자신의 스무 번째 시즌을 마운드에서 맞이할 수 있게 됐다.

고효준은 “롯데와 계약이 안 돼 다른 팀을 알아봤다. 열심히 나를 세일즈했는데, 반응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포기하기는 싫었다. 제주에서 진행된 선수협 훈련캠프에 참가해 1월 말까지 훈련했다. 프로 동기생인 김백만 감독의 부산정보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함께 훈련했다. 그러다가 2월 초 LG 노석기 데이터 분석팀장한테 전화를 받았다”고 그간의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설 연휴에도 쉬지 않고 테스트를 준비한 고효준은 2주 뒤 강릉의 LG 2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다. 결과는 합격. 롯데(2002, 18~20년), SK 와이번스(03~15년), KIA 타이거즈(16~17년)에 이어 네 번째 유니폼을 입는다.

류지현 LG 감독은 “우리 팀이 지난 5년간 진해수(연평균 73경기 등판)에게 많이 의존했다. 뒤를 받쳐줄 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안으로 고효준을 영입했다. 다른 왼손 투수와 함께 기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효준은 “LG에 왼손 투수가 해수, (최)성훈, (김)대유가 있다. 노하우를 알려주면서도 치열하게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40대가 코앞인데도 고효준의 매력은 역시 빠른 공이다. 2019년 직구 속도가 시속 144.1㎞(스탯티즈 기준)였다. 최고속도가 아니라 평균속도다. 컨디션이 좋을 땐 시속 150㎞도 찍었다. 그러면서 75경기에 등판했다. 탈삼진율도 리그 최상위권(25.7%)이다. 하지만 지난해 구속(평균 시속 142.5㎞), 삼진율(14.3%)이 모두 하락했다. 계약이 늦어져 전지훈련에 불참한 여파였다.

고효준은 “지금 몸 상태는 70% 정도다. 테스트 때는 몸이 완벽하지 않았는데도 시속 143㎞까지 나왔다. 2019년의 느낌을 받았다. 열심히 한 뒤 또다시 선택을 기다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육성 선수로 계약한 그는 개막(4월 3일) 이후인 5월 1일부터 정식 선수로 등록할 수 있다. 남보다 늦지만 그만큼 준비할 시간이 있다. 류지현 감독도 “2군에서 던지는 걸 확인한 뒤, 좋다면 5월 1일에도 1군에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고효준은 이른바 인기구단의 대명사인 ‘엘롯기’(LG·롯데·KIA)에서 모두 뛰게 됐다. 그는 “팬이 많은 팀에서 뛰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잠실에서 경기하면, LG 팬의 사랑이 좋아 보였다. 코로나19가 끝나고 나도 그런 환호 속에 던지고 싶다”고 바랐다. 그는 “일구이무(一球二無, 두 번째 공은 없고, 공 한 개로 승부한다)의 마음으로 투구 하나하나에 온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