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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일상생활 불가능"…자폭으로 끝난 공포의 스토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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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 이미지. [중앙포토]

스토커 이미지. [중앙포토]

"죽어버리겠다" 문자 보낸 후 범행

교제를 거부한 여성이 사는 아파트에 찾아가 사제 폭발물을 터뜨린 20대 스토커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전주지법, 폭발물 터트린 20대 실형 #SNS 보고 폭발물 제조 방법 익혀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 강동원)는 17일 폭발물 사용과 특수주거침입 등 혐의로 기소된 A씨(28)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7일 오후 8시5분쯤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한 아파트 3층 계단에서 자신이 직접 만든 사제 폭발물을 터뜨린 혐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행 전 폭발물을 제조하고 여차하면 (아파트) 공동 현관을 폭파하려고 했다"며 "범행 위험성과 동기 등에 비춰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신적 후유증을 겪고 있으며 가족도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피해자로부터 아직 용서도 받지 못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전주서 원룸 구하고 배달업체 취직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전북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부모와 함께 살다 범행 일주일 전쯤 피해 여성 집이 있는 전주에 왔다. 그는 원룸을 구한 뒤 모 배달업체에서 일하며 범행을 준비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전날 피해 여성에게 "나와 사귀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그는 이튿날 피해 여성의 집을 찾았다가 그와 마주친 가족이 "(피해 여성은) 집에 없다"고 하자 아파트 계단에 올라가 손에 들고 있던 폭발물 심지에 불을 붙였다.

 A씨는 학창시절부터 알던 피해 여성을 3년 전에도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만남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당시 피해 여성 아버지가 A씨를 만나 "교제는 안 된다"고 말린 뒤로는 연락이 끊겼다. 경찰은 범행 며칠 전에도 A씨가 피해 여성 아버지를 찾아가 "딸과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거절당하자 범행을 한 것으로 봤다.

"여성 차별·혐오 전제한 스토킹 범죄"

 경찰과 검찰은 A씨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폭발물 제조 방법을 익히고 폭발물 재료를 산 사실을 바탕으로 계획범죄로 결론 냈다. A씨는 폭발 당시 왼손을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

 성폭력 상담 전문가들은 A씨의 범행을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전제한 스토킹 범죄"라고 분석했다. 스토킹(stalking)은 타인의 의사에 반해 다양한 방법으로 공포와 불안을 반복적으로 주는 행위를 말한다.

 황지영 전주시 인권옹호관(전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공동대표)은 "폭발물 사용은 '내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을 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감정을 드러냄으로써 상대방과 그 가족에게 공포심과 불안을 준다는 점에서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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