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시간새 美스파 3곳서 최악 총기난사…한인 4명 등 8명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의 마사지 업소 세 곳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으로 8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인인 것으로 밝혀지며 현지에선 증오 범죄 가능성을 놓고 수사 중이다.

미 애틀랜타서 아시안 여성 6명 사망 #한인 매체 "직원 대부분이 한인 여성" #인종 겨냥 증오범죄 가능성 수사 중 #

美 애틀랜타 연쇄 총격사건 용의자 로버트 아론 롱. [AP=뉴시스]

美 애틀랜타 연쇄 총격사건 용의자 로버트 아론 롱. [AP=뉴시스]

미국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첫 번째 총격은 16일(현지시간) 오후 5시쯤 애틀랜타 북동부 애쿼스(Acworth)의 ‘영스 아시안 마사지’에서 일어났다. 총소리와 함께 여성의 비명을 들은 이웃 옷가게 주인이 911에 신고했지만 범인은 현장을 빠져나간 뒤였다.

현장에 출동한 부보안관들은 총에 맞은 피해자 5명을 발견했다. 2명은 현장에서 즉사했고, 부상이 심했던 다른 2명은 병원으로 후송된 뒤 숨졌다. 애쿼스를 관할하는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서는 총격 사건 직전인 오후 4시 50분쯤 업소 앞 감시 카메라에 포착된 백인 남성을 용의자로 지목하고 추적을 시작했다.

이후 오후 5시 47분 첫 번째 현장에서 남동쪽으로 약 48㎞ 떨어진 애틀랜타시 북동부에서 두 건의 신고가 연이어 접수됐다. ‘골드 스파’에서 들어온 강도 신고로 현장에 출동한 애틀랜타 경찰은 총상을 입고 숨진 여성 3명을 발견했다. 이어 경찰이 현장 조사를 벌이던 중 길 건너편 ‘아로마세러피 스파’에서도 또 다른 총격 신고가 접수됐고, 이곳에선 여성 1명의 시신이 발견됐다.

애틀랜타 총기 사건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애틀랜타 총기 사건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사고 직후 체로키 보안관서는 용의자 차량을 수배했다. 오후 8시쯤 용의자가 차를 타고 이동 중이라는 보고를 받은 조지아 주 순찰대는 고속도로에서 용의자 차량을 뒤쫓아 30분의 추격전 끝에 용의자를 체포했다.

용의자는 애쿼스 인근 도시 우드스톡에 사는 로버트 애런 롱(21)이란 백인 남성으로 밝혀졌다. 애틀랜타 경찰국은 그가 첫 총격 사건 외에 시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2건의 총격 사건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총격 소식을 접한 현지 주민들은 “사고 발생 지역은 대체로 조용하고 평화로운 상가 지역들이었다”며 “이번 사건은 충격적이다. 만일 코로나19로 인한 아시아인 혐오 범죄라면 더욱 그럴 것 같다”고 밝혔다.

애틀랜타 경찰은 총격 사건 인근 지역의 순찰을 강화한 상황이다.

 1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16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애틀랜타 총격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한편 외교부는 “주애틀랜타총영사관 영사가 현지 경찰에 확인한 결과 사망자 4명이 한국계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다만 이들 4명이 한국 국적자인지는 추가로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애틀랜타 현지의 한인 언론인 애틀랜타K는 현지 한인 관계자를 인용해 “총격이 벌어진 골드 스파와 아로마세러피 스파는 도보로 2분 거리로 직원 대부분이 한인 여성”이라며 “골드 스파에서 숨진 한인 여성 중 2명은 70대 중반의 박모씨와 50대 초반의 또 다른 박모씨로 둘 다 이곳 종업원이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번 범행에 인종적인 동기가 있었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인권단체들의 혐오범죄 신고 사이트인 ‘스톱 AAPI 헤이트(아시아계 혐오를 멈춰라)도 “피해자 가족은 물론 인종차별 범죄 피해를 입고 있는 아시아계 사회 모두에 형용할 수 없는 비극”이라고 규탄했다.

지난 9일 미국 뉴욕의 거리를 걷던 낸시 도 (83)에게 괴한이 다가와 얼굴에 침을 뱉고 주먹을 휘둘렀다. [ABC홈페이지 캡처]

지난 9일 미국 뉴욕의 거리를 걷던 낸시 도 (83)에게 괴한이 다가와 얼굴에 침을 뱉고 주먹을 휘둘렀다. [ABC홈페이지 캡처]

AAPI는 이날 지난해 3월19일부터 지난달 28일까지 3795여 건의 혐오범죄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중 중국계가 42.2%였고, 한국계가 14.8%로 두 번째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주애틀랜타총영사관은 사건·사고 담당 영사를 현장에 급파해 연쇄 총격 사고 관련해 재외국민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필요 시 신속한 영사 조력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홍범 기자 kim.hongbu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