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은 의사 "이까지 덜덜 떨려, 병동 전체 불바다 됐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16 15:35

업데이트 2021.03.16 16:00

지난달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16일 0시 기준 전국에서 약 60만명이 백신을 맞았다. 뉴스1

지난달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16일 0시 기준 전국에서 약 60만명이 백신을 맞았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3주째, 전 국민의 1%를 넘는 60만여명이 주사를 맞았다. 코로나19 대응의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도 속속 1차 접종을 완료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는 요양병원·시설 등의 65세 이상 노인 접종도 시작된다.

"힘들다" 접종자 반응에 '백신 휴가' 검토
AZ 접종 의사 13명이 말하는 '접종 그 후'

'집단면역' 속도전이 빨라질수록 접종 후 이상 반응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AZ)와 화이자, 백신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누적 신고는 16일 0시 기준 8650건. 근육통, 발열 같은 경증이 대부분이지만 아나필락시스(중증 전신 알레르기 반응)나 중증 의심 사례도 적지 않다. 접종 후 사망 신고도 나왔다.

접종자 사이에선 통계에 잡히지 않는 이상 반응이 훨씬 많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당국은 "면역이 형성되는 과정이라서 괜찮다"지만 접종 후 고열, 근육통 등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정부도 '백신 휴가'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6일 "국민들이 안심하고 접종에 참여하도록 백신 휴가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검토를 지시했다.

코로나19 백신은 휴가를 내고 쉬어야 할 정도로 아픈걸까. 중앙일보가 AZ 백신을 직접 맞은 의료진 13명에게 접종 후 증상을 물어봤다. 대부분 "거의 하루 정도 심한 몸살기로 끙끙 앓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까지 덜덜 떨려, 온 병동이 '불바다'"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회차 접종을 마친 시민이 안내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1회차 접종을 마친 시민이 안내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접종 후엔 15분 이상 대기하면서 부작용이 있는 지 살핀다. 별 이상 없으면 돌아가서 자가 체크를 하면 된다. 그런데 의사들은 대개 접종 후 12시간 즈음부터 열과 근육통, 오한 등 몸살기가 찾아왔다고 밝혔다.

특히 13명 중 9명은 해열제 타이레놀을 주기적으로 먹었는데도 심한 몸살기를 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힘겹게 근무를 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의사 조모(31)씨는 "열은 38.1도 정도였는데, 오한이 심해 이가 부딪힐 정도로 덜덜 떨렸다"며 "10명이 주사 맞으면 10명 모두 열‧근육통‧오한 중 하나는 무조건 있었다. 같은 과 간호사들도 전부 열이 펄펄 나서 병동 전체가 불바다가 됐다"고 전했다.

서울 지역 중소병원 의사 이모(35)씨는 "체온이 38.9도까지 올라갔다. 다들 두들겨 맞은 것처럼 아픈데 좀비처럼 일했다"고 밝혔다. 다른 의사 이모(33)씨는 "독감 백신을 맞은 걸 넘어서 독감에 걸린 수준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전했다.

"12~36시간 피크... 통증에 자다 깼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세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 복용을 권고했다. 면역세포 형성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해열, 진통 효과를 보기 위해 AZ 백신을 맞은 국내 의료진들은 거의 기본적으로 타이레놀을 복용해 증상을 조절하고 있다. 뉴스1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세에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 복용을 권고했다. 면역세포 형성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해열, 진통 효과를 보기 위해 AZ 백신을 맞은 국내 의료진들은 거의 기본적으로 타이레놀을 복용해 증상을 조절하고 있다. 뉴스1

낮에 접종받고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호소도 많았다. 지방의 한 대형병원 의사 최모(31)씨는 "접종 13시간 뒤인 새벽부터 온몸이 으슬거리고 아파서 깼다. 겨울에 감기도 안 걸리는데 통증이 심해서 끙끙 앓았다"고 말했다.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일하는 김모(28)씨도 “백신 맞은 뒤 일부러 타이레놀을 먹고 퇴근해 바로 잤다. 그런데도 새벽 3시부터 춥고 덜덜 떨려서 깼다"고 전했다.

질병관리청은 근육통, 메스꺼움 같은 가벼운 증세가 나타나도 사흘 안에 대부분 사라진다고 안내한다. 접종받은 의사들도 이상 증세가 36시간이면 거의 사라졌다고 밝혔다. 다만 가끔 더 오래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의사 김모(28)씨는 "8일 오후 6시에 백신을 맞았는데 이틀간 아프다가 11일 낮부터 좋아졌다. 일이 힘들어서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맞아 남들보다 오래 간 것 같다"고 했다.

젊을수록 증상 심하다? "사람마다 달라"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팔 위쪽 삼각근 부위의 통증도 뻐근하게 2~3일 지속된다는 사람이 많았다. 일부는 승모근까지 통증이 이어지기도 했다. 뉴스1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팔 위쪽 삼각근 부위의 통증도 뻐근하게 2~3일 지속된다는 사람이 많았다. 일부는 승모근까지 통증이 이어지기도 했다. 뉴스1

접종 후 증세는 동일하지 않았다. 몸살기, 관절통에다 열과 두통에 동반되는 눈·귀 증상도 있었다. 눈 핏줄이 터지는 느낌이 들거나 귀 고막이 따끔거리는 식이다. 접종 직후 약간 어지럽다는 경우도 꽤 나왔다.

온라인에선 '젊은 사람의 이상 증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나이가 들수록 덜하다'는 속설이 퍼져 있다. 하지만 백신을 경험해본 의료진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마다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의사 조모(33)씨는 "주사 부위가 사나흘 뻐근한 것 빼고는 별 증상이 없었다"고 전했다. 반면 지역 의료기관 의사 허모(32)씨는 "주변에 가장 증상이 심했던 사람 중 2명은 50대"라며 "대체로 젊은층이 더 심하게 앓긴 하지만, 명확하게 나이로 증상이 갈리진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의료진 "접종 후 증상 더 정확히 알려야"

지난달 26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이어 다음날인 27일 화이자 백신도 접종이 시작됐다. 의료진, 요양병원 및 시설에 이어 일반인으로 접종이 확대되면서 접종 후 대처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에 이어 다음날인 27일 화이자 백신도 접종이 시작됐다. 의료진, 요양병원 및 시설에 이어 일반인으로 접종이 확대되면서 접종 후 대처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뉴스1

접종이 시작됐음에도 일부 국민은 여전히 '안전성'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별도의 예방접종 홈페이지를 만들어 각종 안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AZ 백신을 맞은 뒤 체온이 38.5도 미만이고 참을 수 있는 수준이면 굳이 해열제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 대국민 권고문을 냈다.

반면 AZ 백신을 맞은 의사들은 보건당국이 접종 후 증상을 보다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독감 백신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신체 변화가 올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해야 한다는 취지다. '경증 반응은 자연히 사라지니 문제 없다'보단 '접종 직후 하루 정도는 무조건 힘들다고 봐야 한다'고 말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이들은 2분기부터 접종 대상이 대폭 확대되는만큼 이상 반응 정보를 잘 공유해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의사 최모(30)씨는 "직접 겪어 본 입장에서 증상 관리는 미리 하는 게 좋다. 일반인 접종을 시작할 때 사람들이 '기껏해야 독감 백신 정도겠지'라고 생각하면 당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 의료원 의사 이모(31)씨는 "백신 맞고 안 아픈 사람이 이상할 정도로 대부분 심하게 아팠다"면서 "지금은 의료진 접종이 많아 자가 모니터링하고 타이레놀 먹으면서 버티는 경우가 많지만, 접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열 나는 사람들로 온 나라가 패닉에 빠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씨는 "무조건 백신에 대한 공포를 심자는 게 아니다. 접종시 설명 시간을 충분히 두고 이런저런 정보를 미리 알려줘야 사람들이 당황하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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