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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할 뻔" 종부세 가구수 70배 늘었다···세종 공시가 분노 [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주택자에는 징벌적 과세" 

“아파트 공시가격을 확인한 순간 기절할 뻔했습니다.”
16일 오전 세종시 새롬동에서 만난 박모(68)씨는 "아침 일찍 아파트 공시가격을 열람하고 깜짝 놀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5억5500만원이던 공시가격이 올해 68% 오른 9억3300만원으로 급등해서다. 박씨 집은 이 가격이 확정되면 종합부동산세 대상이 된다. 1주택자인 그는 전용면적 98.18㎡(40평형)인 아파트를 5년 전 샀다.

공시가격 70% 급등 “집값 확인한 순간 기절할 뻔”

박씨는 대전에서 공직생활을 하다 8년 전 퇴직했다. 무직인 상태로 월 300여만 원의 공무원 연금이 소득의 전부다. 건강보험료는 월 25만원을 내고 있다. 아내와 단둘이 살고 있는 박씨는 “지난해 재산세를 100만원 정도 냈는데 올해는 237만원 이상 낼 것 같다”라며 “정부가 1주택자를 보유하고 있는 중산층을 외면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주변 아파트와 상가 모습. 프리린서 김성태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주변 아파트와 상가 모습. 프리린서 김성태

정부가 이날 공식 사이트를 통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안을 공개하자 세종 시민은 반발했다. 많은 시민은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공시사격을 확인했다.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부동산공시가격 사이트는 한때 마비되기도 했다. 일부는 세무사 등을 통해 재산세 등 세금이 얼마나 오르는지 문의했다.

"재산세, 작년 100만원…올핸 237만원"

새롬동 주민 이모(41)씨는 “정부가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공동주택 특별공급까지 하면서 세종시로 오라더니 이제는 집값 올려놓고 세금 폭탄을 던졌다”고 말했다. 이씨가 거주하는 새롬동 100.5㎡(39평형) 규모의 아파트 공시가격은 지난해 3억4400만원에서 올해 6억300만원으로 75.2% 올랐다.

이씨는 “시세 차익에 따른 이득은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면 되는데 1주택 실거주자에까지 공시가격 부담을 안기는 것은 징벌적 과세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의 모의분석 자료에 따르면 이씨의 재산세는 지난해 60여만원에서 올해 90여만원으로 30만원 정도 오른다.

세종시민 A씨는 “달랑 집 한 채 있는데 공시가격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올라 당혹스럽다”며 “재산세도 지난해 100만원에서 올해는 160만원 정도 낼 것 같다”고 말했다. A씨가 거주하는 세종시 호려울마을 아파트(전용면적 84㎡)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4억3200만원에서 올해 7억1200만원으로 64.8% 올랐다. 고운동 가락마을10단지 72.49㎡는 1억7300만원에서 3억2800만원으로 89.6% 상승하기도 했다.

16일 정부세종청사 주변 상가에 들어선 부동산 중개업소. 프리랜서 김성태

16일 정부세종청사 주변 상가에 들어선 부동산 중개업소. 프리랜서 김성태

올해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이 된 세종시민 B씨는 “정부가 상가 임대료 등은 다른 부동산 가격은 묶어 두면서 유독 주택 공시가격만 급격히 올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세종시민 멍충이로 보나" 

세종시에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아파트는 지난해 25채에서 올해 1760채로 70배 증가했다. 이는 세종시 공동주택 12만699가구 가운데 1.45%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9억원에서 12억원 이하가 1722채, 12억원에서 15억원 사이는 36채, 15억~30억 2채 등이다.

세종시민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불만의 글이 쏟아졌다. 한 시민은 “단순 보유세뿐만 아니라 건보료, 기초 연금 등 여러 면에서 타격을 받을 것이다. 세종시민을 가마니로 멍충이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는 국민을 배려하는 정부가 아니다. 공시가격이 올랐으니 전월세 가격도 상승할 것 같다” 등의 글도 올라왔다.

16일 정부세종청사 부동산 업소. 프리랜서 김성태

16일 정부세종청사 부동산 업소. 프리랜서 김성태

부동산업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세종시 보람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대표는 “공시가격을 한꺼번에 올리면 주택 거래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가뜩이나 거래가 중단되다시피 한 세종지역 부동산 시장이 더욱 꽁꽁 얼어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세종시지회 김동호 회장은 “지난해 민주당이 수도이전과 국회 이전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한 이후 세종지역 집값이 폭등했다”며 “집값이 폭등한 만큼 공시가격도 오른 것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 회장은 “집 한 채만 가진 실거주자나 은퇴자, 노령자 등은 건강보험료가 오르고 기초연금이 낮아지는 등 부담은 커질 것”이라고 했다.

업계선 "집값 올랐으니 당연한 것" 

정부는 전날 공동주택 공시가격 안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 안에 따르면 세종시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작년보다 70.68% 올랐다. 전국 17개 시·도 중에서 압도적인 상승률 1위로 2위인 서울지역 공동주택 공시가격(27.1%)의 2.6배에 달한다.

정부 공시가격 안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공시가격 상승률(안)은 19.08%로 나타났다. 2006년(22.7%)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다. 지난해 상승률은 5.98%였다. 올해 시·도 별 상승률은 ▶세종(70.68%) ▶경기(23.96%) ▶대전(20.57%) ▶서울(19.91%) ▶부산(19.67%) 순이다.

2021년 전국 시도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안).  자료 제공=국토교통부

2021년 전국 시도별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안). 자료 제공=국토교통부

국토교통부는 "올해 공시가격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일정)'을 적용했다"며 "하지만 지난해에는 전국적으로 시세가 워낙 많이 올랐기에 공시가격도 예년보다 많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재산세 과세 표준은 공시가격의 60%, 공시가격은 시세의 약 70%"라고 덧붙였다.

세종=김방현·최종권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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