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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했는데 그게 보이스피싱?…유학생 범죄 피해 막는 유학생들

중앙일보

입력

"한 친구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보이스피싱 사기죄로 경찰에 잡혀갔어요. 그 친구는 중국으로 송환당했습니다. 제 주변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받은 친구였죠."

중국인 유학생 진위에(金玥·정치외교학과 18)는 유학생들이 겪는 범죄 피해의 예로 친구의 경험을 소개했다. 숭실대학교 유학생 범죄예방 홍보단 1기인 진위에는 "(업체 측에서) 친구에게 '노트북을 보관해주고 로그인 상태만 유지해주면 사례금을 하루당 5만원을 지급한다'고 약속했는데, 알고 보니 이 노트북이 보이스피싱 단체의 주 IP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학생들은 보통 보이스피싱 범죄에 연루되는 피해를 가장 많이 본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유학생들의 범죄 연루 피해가 진위에를 홍보단으로 이끌었다. 진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범죄에 연루되고 사기를 당하는 친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보단의 정식 명칭은 '언택트 SNS 유학생 범죄 예방 홍보단'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인해 비대면 방식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유학생들이 범죄에 연루되는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다. 동작경찰서와 숭실대 국제처가 협업한 홍보단에는 진위에 외에도 중국인 유학생 5명, 베트남인 유학생 5명, 일본인 유학생 1명 총 12명의 유학생이 참여했다.

지난 3일, (왼쪽부터) 중국인 유학생 션전환(沈镇焕 ·언론홍보학과 20)학생과 진위에(金玥·정치외교학과 18)학생이 홍보단 대표로 동작경찰서(서장 박영수) 감사장을 받았다. 진위에 학생 제공

지난 3일, (왼쪽부터) 중국인 유학생 션전환(沈镇焕 ·언론홍보학과 20)학생과 진위에(金玥·정치외교학과 18)학생이 홍보단 대표로 동작경찰서(서장 박영수) 감사장을 받았다. 진위에 학생 제공

“비자 연장 보이스피싱에 도움 요청”

진위에는 "실제로 친구한테 도움이 되는 순간에 가장 뿌듯했다"며 "주변 유학생 친구들이 유익한 활동 해줘서 고맙다고 한다"고 말했다. 올해 성균관대 대학원에 입학한 진은쯔(金恩子·국어국문학과 21)는 지난 1월 영사관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고 한다. "제 비자에 문제가 생겼다며 번호 하나를 남겨주길래 그 번호로 전화하니 자신이 출입국 유학생 담당자라며 비자 연장 수수료를 요구했다"고 했다. 이어 "이상함을 느껴 친구인 위에한테 물어봤고 덕분에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수법과 신고 방법에 대한 자료. 왼쪽부터 홍보단이 번역한 베트남어, 일본어, 중국어로 만든 안내문이다. 숭실대 국제처 제공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수법과 신고 방법에 대한 자료. 왼쪽부터 홍보단이 번역한 베트남어, 일본어, 중국어로 만든 안내문이다. 숭실대 국제처 제공

홍보단은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중국어·베트남어·일본어로 번역해 SNS에 올렸다. ‘도우미’ 역할에는 물론 한계가 있었다. 진위에는 "막상 피해를 봤을 때 누구를 찾아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와 언어적 장벽에 한계를 느꼈다"고 말했다. 진은쯔도 "홍보단 존재 자체는 유학생에게 너무 좋지만, 직접 아는 사이가 아니면 바로 연락하기가 쉽지는 않다"고 했다.

"고수익 알바 유혹 주의해야"

이들과 협업한 동작서 관계자는 "고수익 아르바이트 사기의 경우 보이스피싱 연락책이나 ATM기에서 돈을 갖고 오는 등의 심부름을 해주면 몇십만원 주는 건데, 유학생들 입장에선 범죄의 공범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을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 활동을 시작하고 보이스피싱 범죄를 가장 많이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는 홍보단을 관내 대학들로 확대하고 언어권도 늘리고 싶다"고 했다. 한재필 숭실대 국제처장은 “동작서와 긴밀하게 협조하고 더 많은 국적의 유학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소통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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