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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은 비트코인, 6만 달러 코앞…'개당 10만 달러' 갈까?

중앙일보

입력

비트코인 가격 12일 사상 최고치 경신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다시 투자에 불이 붙었다. 1조9000억 달러(약 2150조원)의 ‘미국 구제계획’ 경기부양안을 불쏘시개 삼았다. 비트코인 얘기다.

이번 주 비트코인의 행보는 거침없었다. 암호화폐 사이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지난 5일만 해도 비트코인 값은 개당 4만 6588달러에 머물렀다.

7일부터 움직임이 달라졌다. 이날 5만 달러를 넘기더니, 9일 5만 2000달러를 돌파했다. 11일엔 5만 6000달러를 넘고, 지난 12일 오전엔 5만 8141달러까지 올랐다. 지난달 22일 기록했던 사상 최고치(5만 8012달러)를 경신했다.

美 경기부양안 상원 통과가 결정적 계기

지난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국 구제계획 경기부양안에 서명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미국 구제계획 경기부양안에 서명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왜 7일에 흐름이 바뀌었을까. 6일(현지시간) 미국 구제계획 경기부양안이 미 상원을 통과하며 시행의 9부 능선을 넘었기 때문이다. 미국 상원 의석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대 50으로 양분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 1명이 투표에 불참하며 찬성 50, 반대 49로 가까스로 가결됐다. 상원을 통과한 법안은 신속하게 처리됐다. 10일 하원에서 최종 가결되며 의회에서의 절차를 끝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예상보다 하루 빠른 11일 경기부양안에 서명하며 투자 심리에 기름을 부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의 서명은 비트코인에 대한 금융시장의 낙관론을 강화했다”고 평가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대규모 재정지출이 비트코인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6일 코인데스크는 “경기부양안 같은 대규모 재정지출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이는 비트코인 같은 가치저장 수단에 좋은 징조”라고 평가했다. 자산운용사 샌더스 모리스해리스의 조지 볼 회장도 야후파이낸스 인터뷰에서 “천문학적 부양안이 통과되면서 달러 가치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비트코인이 효과적인 위험회피(헤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60만원 재난지원금으로 비트코인 투자?

지난 2017년 홍콩의 한 비트코인 ATM 기기의 모습.[AP=연합뉴스]

지난 2017년 홍콩의 한 비트코인 ATM 기기의 모습.[AP=연합뉴스]

부양안의 핵심인 1인당 최대 1400달러(약 158만원)의 재난지원금도 주목받는다. 지원금 일부가 암호화폐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3월 미국에서 1인당 600달러 규모의 현금이 지급됐을 때도 비트코인과 기술주 등에 투자가 됐는데 그때보다 두배 이상의 현금이 지급된다”며 “수요도 많은데 돈까지 풀려 비트코인 상승세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채금리 공포가 한풀 꺾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9~11일 10년물 등 미국 국채 입찰은 시장 우려와 달리 성공적이었다. 이후 국채 금리가 안정되자 비트코인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강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5만8000달러 넘긴 비트코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5만8000달러 넘긴 비트코인.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기업과 투자기관의 관심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일 중국의 뷰티 앱 회사 메이투(美圖)는 지난 5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4000만 달러 규모의 암호화폐를 사들였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암호화폐 투자 데스크를 신설하고, 비트코인 ETF 출시를 검토 중이다. 미 자산운용사 서드포인트의 댄 롭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암호자산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고 말하며 비트코인 투자를 시사했다. 서드포인트의 운용 자산 규모는 150억~200억 달러(약 17조~23조원)로 추정된다. 대표적 비트코인 지지자인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10일 자신의 1호 트윗 경매 수익금을 비트코인으로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안에 개당 10만 달러 간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분위기에 터무니없다고 여겨지던 ‘비트코인 개당 10만 달러 설’도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초 미 투자은행 JP모건은 “비트코인이 금을 대체할 가치저장 수단이 될 수 있는 만큼 가격이 14만6000달러(약 1억6000만 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봤다. 마이크 노보그라츠 갤럭시 디지털 홀딩스 대표도 블룸버그에 “시장에 유동성이 넘쳐나기에 비트코인이 연내 10만 달러를 돌파해도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거품론 여전…“국채금리 오르면 하락할 것”

 지난 1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중개인이 주식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 1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중개인이 주식 시세를 살펴보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럼에도 비트코인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블룸버그는 “비트코인은 순식간에 사그라질 거품이란 회의론이 존재한다”며 “특히 각국 금융 당국의 부정적인 평가가 크다”고 전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은 “투기성이 강한 비트코인을 규제해야 한다” “비트코인은 진짜 화폐가 아니다”란 입장을 계속 내놓고 있다.

국채금리도 안심할 수 없다. 경기부양안 재원의 상당 부분은 국채를 발행해 조달해야 한다. 채권이 많이 풀리면 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할 수 있다. 국채금리 상승 공포가 주식시장을 휩쓸면 암호화폐 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미 외환중개업체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주식시장이 조정을 보이면 비트코인도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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