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LH투기 특검하자" 野 "시간끌기용…검찰 수사 부터"

중앙일보

입력 2021.03.12 11:56

업데이트 2021.03.12 16:30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경질 여부로 전선을 형성해온 여야가 12일엔 특별검사 도입을 놓고 대립했다. 
이날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전격적으로 특검 카드를 꺼내들었다. 4ㆍ7 재보궐 선거의 최대 이슈로 부상한 LH 사태의 파고를 넘기 위해 통상 야권의 카드인 특검을 역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은 "당장의 위기모면이나 시간끌기를 위한 것"이라며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 사무소에서 열린 '합니다! 박영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에서 LH 투기 의혹에 대해 "특겁합시다"라고 제안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 사무소에서 열린 '합니다! 박영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에서 LH 투기 의혹에 대해 "특겁합시다"라고 제안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 후보는 이날 선거대책위원회 공식 출범식에서 “특검 합시다”라고 말했다. 그런 뒤 “저 박영선, 특검을 정식으로 건의한다. 김태년 원내대표님. 대표님의 답을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어제 정부 합동조사단 발표가 있었다. 투기 의심사례가 추가로 확인됐다. 참담하다. 그래도 시민들이 신뢰하지 않는다”며 꺼낸 제안이다.

박 후보는 특검의 수사범위에 국회의원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대위 출범식 직후 기자들에게 “찌든 투기와 찌든 때와 절연하기 위해서 이번에 검찰과 경찰이 공조해야 한다. 특검을 해서 확실하게 빨리 수사해야 한다”며 “국회의원의 경우 정보를 충분히 접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느냐. 특검을 통해 깨끗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제안에 민주당 대표 권한대행을 겸하고 있는 김태년 원내대표도 즉각 응답했다. 김 원내대표는 박 후보의 제안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특검이 국민들께 정말로 한점 의혹 없이 LH 불법 투기와 관련해 다 밝혀졌다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당연히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야당과 즉시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도 페이스북에 “특검을 통해 더 강력한 수사가 이뤄진다면, 부동산 범죄를 확실하게 색출하고 처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 사무소에서 열린 '합니다! 박영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특검 제안은 박 후보의 승부수"라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 사무소에서 열린 '합니다! 박영선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었다. 박 후보 캠프 관계자는 "특검 제안은 박 후보의 승부수"라고 말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나 야권은 박 후보의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특검 추진을 제안했지만 합의는 불발됐다. “특검 발족까지는 몇 달이 걸리기 때문에 (박영선 후보의) 특검 제안에는 시간끌기 의도가 있다고 본다”는 게 회동에 앞서 드러낸 주 원내대표의 시각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우선은 검찰 중심의 신속한 수사 이후에 논의할 문제"라고도 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별도의 입장문에서 "우리 당은 특검을 반대하지 않지만, 출범에만 몇 개월이 걸릴지 모르는 특검으로 황금같은 시간을 놓치면 안된다"며 "즉각 검찰수사부터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 특검 출범 이후 검찰수사 중이었던 내용을 이첩하면 된다"고 했다. 또 "청와대와 여당이 무엇이 두려워 검찰수사를 피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빠른 길을 두고 왜 돌아가는 길들을 국민께 내놓는지 묻고 싶다"고도 말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역시 “특검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동안 중요한 증거들은 다 인멸이 될 것”이라며 “바로 압수수색하고 제대로 수사할 수 있었던 검찰 수사권을 지금처럼 일을 못하도록 한 게 올바른 일인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검 합의 불발 소식이 전해지자 박 후보 측 캠프에선 “숨길 것이 없으면 두려울 것이 없다. 국민의힘 김종인 대표와 주호영 원내대표는 특검을 즉각 수용해야 한다”(고민정 대변인)는 입장을 냈다.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특검을 합의하면 경찰 국가수사본부도 자존심을 걸고 수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검의 수사 대상과 범위, 수사 주체 등은 특검법 합의 과정에서 논의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여야는 전날 민주당측이 요청한 국회의원 투기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국민의힘 측은 원내대표 회동에서 "(하고 싶으면)여당이 먼저하시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박 후보의 특검 제안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STI 이준호 대표는 “LH 직원들의 불법 투기가 촉발한 민심의 쓰나미가 재보선판을 순식간에 집어 삼키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는 기존 지지층의 결집조차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절박함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한국 갤럽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물은 결과 긍정평가는 지난주 대비 2%포인트 떨어진 38%였고,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3%포인트 오른 54%로 나타났다. 부정평가의 이유는 ‘부동산 정책’(31%), ‘경제ㆍ민생 문제 해결 부족’(10%), ‘전반적으로 부족하다’(7%), ‘독단적ㆍ일방적ㆍ편파적’(6%), ‘인사(人事) 문제’(5%), ‘공정하지 못함ㆍ내로남불’, ‘코로나19 대처 미흡’(이상 4%), ‘LH 땅 투기’(3%) 순으로 ‘부동산ㆍLH 문제’ 언급이 늘었다. 세대별로는 2030에서 부정평가가 크게 늘었다. 20대의 부정평가는 44%→54%로 30대의 부정평가는 44%→51%로 각각 증가했다. (※ 응답률 14%,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또는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임장혁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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