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문화 카페] 대전 계룡문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서울 대학로에 비유되는 대전 '으능정이 문화의 거리'(중구 은행동) 바로 옆에 자리잡은 계룡문고(사장 이동선.41)는 지역 젊은이와 주부.직장인들에게 문화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8백여평의 넓은 매장에서 약속 시간을 기다리며 20여만권의 책을 자유롭게 열람하는 것은 물론 2층 매장 한쪽에 자리잡은 40여평의 북카페에서 5백원짜리 고급 커피를 마시며 독서를 하는 여유를 즐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동선 사장이 자신의 서점을 무대로 벌이는 문화사업은 상당히 알차다.

1991년부터 서울에서 형과 함께 대형서점을 운영하던 그는 어느 날 갑자기 고향(충남 예산) 부근에서 문화활동을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96년 대전에서는 규모가 가장 큰 계룡문고를 인수했다. 그리고 '독자와 함께 하는 서점'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당시만 해도 지역민들에게는 생소한 북카페를 개설, 청소년 동아리 모임장.전시회장 등으로 무료 개방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98년 12월부터는 북카페에서 한두달에 한번꼴로 '저자와의 대화'를 열어 문학 소녀.주부 등의 발길이 더욱 잦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이곳을 다녀간 저자는 시인 용혜원.안도현.도종환.박노해.황대권과 소설가 은희경.신경숙.김진명, 만화가 이원복.박광수씨 등 30여명에 이른다. 이씨는 "인기 작가가 올 때는 카페 공간이 비좁아 매장의 거의 절반까지 청중이 들어찬다"고 말했다.

아동문학과 어린이 교육에 특히 관심이 많은 그는 2000년 6월에는 주부 12명과 함께 '책 읽어 주는 엄마'(회장 하은숙.42)란 모임을 결성, 자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회원이 30여명으로 늘어난 이 모임은 매주 월요일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가정에서 자식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것은 물론 대전시내 초등학교.공공도서관.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수시로 봉사 활동도 한다.

그는 지난해 7월에는 '책 읽어 주는 아빠'란 이색 모임을 결성, 회장을 맡았다.

1년여 만에 회원수가 15명으로 늘어난 이 모임은 격주로 정기모임을 연다. 모임에서는 (좋은)책을 골라 어린이들에게 읽어 주는 기술을 공부한 뒤 가정에서 부인을 대신해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 준다. 회원 고제열(30.회사원)씨는 "요즈음 대부분의 가장들이 가정일에 무심한 탓에 부인과 자녀들에게 무시당하고 있지만 우리 회원들은 모두 만점 아빠"라고 자랑했다.

계룡문고에서는 단체 견학을 온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들도 수시로 볼 수 있다. 이씨는 이달부터는 아동문학가들을 초청, 대전시내 초등학교들을 순회하며 '저자와의 대화' 행사를 하는 한편 대규모 책잔치도 열 계획이다.

대전=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