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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부부 인터뷰 충격에 쪼개진 英언론…"마클 못믿겠다" 깎아내리다 역풍

중앙일보

입력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 충격에 영국 언론도 갈라지고 있다. 부부가 인종차별적 행위를 한 당사자로 영국 왕실과 함께 언론을 지목하면서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소사이어티 오브 에디터스(SoE) 이사인 이안 머리가 메건 마클(39) 왕자비를 비난했다가 자리에서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SoE는 영국 내 400개 언론사를 대표하는 언론 단체다.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 파문을 다룬 영국 신문들. [EPA=연합뉴스]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 파문을 다룬 영국 신문들. [EPA=연합뉴스]

머리 이사는 "SoE의 명성을 이어가기 위해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면서 "SoE가 인종차별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머리 이사는 지난 8일 SoE를 대표해 '영국 언론은 편협하지 않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가 역풍을 맞았다. 그는 성명에서 "영국 언론은 인종차별을 비판해온 자랑스러운 기록이 있다"면서 "마클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며, 우리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해리 왕자 부부가 지적한) 타블로이드 신문은 단지 권력자, 유명인 또는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 주목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7일 마클이 오프라 윈프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영국 언론은 인종차별을 조장하고, 우리 부부를 차별 대우해 왔다"고 말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와 단독 인터뷰 중인 해리 왕자 부부. [로이터=연합뉴스]

오프라 윈프리와 단독 인터뷰 중인 해리 왕자 부부. [로이터=연합뉴스]

하지만 가디언,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의 편집자와 언론인 160여명은 SoE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공동 반박문을 냈다.

영국 방송사 ITV의 뉴스 진행자인 샬린 화이트는 SoE와 결별을 선언하기도 했다. ITV 최초의 흑인 여성 뉴스 진행자인 화이트는 "SoE 주최로 매해 열리는 영국 언론인상의 수상자는 언제나 백인이었다"면서 "앞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을 향해서는 "지난해 BLM(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일어나면서 인종차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영국 언론은 이유 없이 그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면서 마클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반면 데일리메일, 스카이뉴스, 더타임스 등은 마클 부부에 냉담한 여론 조사를 발표하거나 인터뷰 내용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며 부정적 논조 이어갔다.

마클 왕자비 발언을 비판했다가 역풍을 맞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영국 방송사 ITV 진행자 피어스 모건. [로이터=연합뉴스]

마클 왕자비 발언을 비판했다가 역풍을 맞고 프로그램에서 하차한 영국 방송사 ITV 진행자 피어스 모건. [로이터=연합뉴스]

해리 왕자 부부의 인터뷰 파문에 휘말린 언론인은 머리만이 아니다. 전날인 9일에는 ITV 아침 뉴스 프로그램 '굿모닝 브리튼'의 진행자 피어스 모건(56)이 설화로 6년간 진행하던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그는 방송에서 "미안하지만 마클의 말을 한마디도 신뢰하지 않는다"며 "그가 일기예보를 읽어준 데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위터에서는 마클을 "피노키오 왕자빈"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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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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