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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애너처럼 英왕실 민낯 까발렸다…메건의 100억짜리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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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에 응하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로이터=연합뉴스

오프라 윈프리와 인터뷰에 응하는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로이터=연합뉴스

“더 살고 싶지 않았다.”

2018년 영국 해리 왕자와 꿈의 결혼식을 올린 미국인 혼혈 배우 메건 마클이 7일(현지시간) 방영된 오프라 윈프리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마클은 이날 인터뷰로 영국 왕실과 루비콘 강을 건넜다. 화해는 더 이상 불가능해보이고, 화해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영국 왕실은 공식 반박 입장을 8일 오후 현재 내놓지 않았다.

마클은 그를 자살 충동으로 이끌었던 건 영국 왕실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라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첫 아이인 아치 출산을 앞두고 왕실의 모 유력인사가 “그래서 그 아이는 얼마나 까말(dark) 것 같냐”고 물었다고 주장했다. 마클은 백인과 흑인 혼혈이다. 흑인인 오프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헉’소리를 내며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마클은 그가 왕실의 일원으로 합류했을 때 “동화 속 이야기 정도밖에 몰랐고, 순진했다”며 자신이 우울감을 토로해도 왕실이 그를 돕지 않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2019년 첫 아들 아치를 막 출산한 해리 왕자 부부. 마클 왕자비는 현재 임신 중인데, 딸이라고 한다. AFP=연합뉴스

2019년 첫 아들 아치를 막 출산한 해리 왕자 부부. 마클 왕자비는 현재 임신 중인데, 딸이라고 한다. AFP=연합뉴스

흥미로운 건 이 날 메건이 자신의 시어머니인 고(故) 다이애너 비를 연상시키는 상징적 장치를 해놓았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례가 메건이 착용한 팔찌로, 다이애나비의 유품이었다. 해리 왕자는 마클에게 청혼하면서 이 팔찌에서 다이아몬드 세 개를 빼서 반지를 제작시켰다. 영국 가디언부터 미국 워싱턴포스트(WP)까지 영미권 언론은 앞다퉈 “다이애너의 팔찌를 일부러 차고 나왔다”고 풀이했다. 1997년 파파라치를 피하려다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다이애너를 마클이 자기편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이 1987년 8월 스페인 마요르카섬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어린 윌리엄과 해리 왕자와 함께 왕궁 앞 계단에 앉아 있는 모습. AP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빈이 1987년 8월 스페인 마요르카섬에서 휴가를 보내면서 어린 윌리엄과 해리 왕자와 함께 왕궁 앞 계단에 앉아 있는 모습. AP

독점 인터뷰를 통해 왕실을 비판하는 폭로 인터뷰를 한 것도 다이애너와 판박이다. 다이애너 역시 이혼 1년 전인 1995년 유명 언론인 마틴 바쉬르와의 인터뷰에서 남편 찰스 왕세자를 비판했다. 당시 다이애너는 찰스 왕세자가 카밀라 현 콘월 공작부인과 불륜을 계속해왔다면서 “우리 결혼생활은 세 명이 있었고 그래서 좀 복잡했죠(a bit crowded)”라고 말했다.

다이애너를 소환한 건 해리 왕자도 마찬가지다. 해리 왕자도 이날 오프라에게 맘먹고 왕실을 비판했다. 아버지 찰스 왕세자에 대해선 “어느 순간부터 내 전화를 아버지가 받지 않았다”며 “도움도 없고 지원도 없는 상황 때문에 왕실과 인연을 끊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갇혀있는 기분이었다(trapped)”라는 표현을 쓰면서 “어머니가 이 상황을 아신다면 매우 분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클의 결혼반지. 다이애너 비의 유품을 활용했다고 한다. AP

마클의 결혼반지. 다이애너 비의 유품을 활용했다고 한다. AP

마클 왕자비가 다이애너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시누이에 대한 비판도 더했다는 점. 남편의 형인 윌리엄 왕세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에 대해 마클은 “내가 케이트를 울렸다고 하는데, 사실 그 정반대”라며 “케이트가 (내가 자기를 울렸다는) 타블로이드 보도를 정정하지 않으면서 일을 더 키웠다”고 주장했다. 문제의 사건은 마클의 결혼식이었는데, 당시 영국 타블로이드 매체들은 마클과 미들턴이 화동(花童)의 드레스 문제로 다퉜다고 보도했다. 마클은 이를 공식 인정한 셈이 됐다.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이들이 싸운 건 아이들에게 스타킹을 신기느냐 마느냐였다고 한다.

해리 왕자 결혼식에 참석한 샬럿 공주. 윌리엄 왕세손의 딸이다. 스타킹을 신기느냐 마느냐로 싸웠다고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해리 왕자 결혼식에 참석한 샬럿 공주. 윌리엄 왕세손의 딸이다. 스타킹을 신기느냐 마느냐로 싸웠다고 한다. 로이터=연합뉴스

이 인터뷰를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해리 왕자 부부는 아들 아치에게 영국 왕실이 공식 왕실 직함인 ‘HRH(His Royal Highness)’를 주지 않았다는 데 대해 인종 차별적 요소가 있는 것처럼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영국 왕실은 수년 간 직계가족에게만 이 칭호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계급 다이어트’를 해왔다. WP는 “해리 왕자가 왕위를 계승할 가능성은 이 기사를 쓰고 있는 나 정도 수준, 즉 0%”라며 “그는 ‘스페어(여유분) 왕족’이 겪는 일들을 겪을 뿐”이라는 견해를 소개했다.

마클은 영국 왕실을 두고 ‘더 펌(the Firm)’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영국 왕실이 감정이나 감성과 같은 인간적 면모를 극히 제한하고 제압한다는 주장을 위해서다. 짐 불리 코리아 중앙데일리 에디터는 “‘더 펌’이란 말은 필립공이 만들어낸 말로 알고 있는데, 왕족 일가 모두가 기업의 임원처럼 처신해야 한다는 일종의 행동 규범을 중시하는 말”이라며 “개인의 감정보다 왕족의 평판을 앞세워야 한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영국 왕실을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개인적 감정은 희생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장면이 수차례 나온다.

넷플릭스 '더 크라운’에서 엘리자베스 2세역을 맡은 클레이 포이. [넷플릭스]

넷플릭스 '더 크라운’에서 엘리자베스 2세역을 맡은 클레이 포이. [넷플릭스]

모두가 궁금해하는 질문은 해리 왕자 부부가 이 인터뷰로 얼마를 벌었는지다. CBS는 오프라의 영상 제작사인 하포 스튜디오로부터 이 2시간짜리 인터뷰를 약 100억원에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영미권은 물론 전 세계에서 뜨거운 관심사인만큼 광고비 등으로 더 큰 수익을 올렸을 것이란 후문이다. 그러나 정작 해리 왕자 부부는 “우리는 직접적으로 돈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상 오프라가 최종 승자라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오프라 윈프리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 해리 왕자 부부와의 인터뷰 공개를 앞두고 ″바로 오늘″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페이스북 캡처]

오프라 윈프리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 해리 왕자 부부와의 인터뷰 공개를 앞두고 ″바로 오늘″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페이스북 캡처]

영국 텔레그래프는 오프라가 이 인터뷰에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좋은 인터뷰를 리드하는 대신, 인터뷰이에게 아첨이나 하는 정도 수준밖에 안 됐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120분으로 수십억원의 이윤 창출을 한 인물은 오프라다. 해리 왕자 부부와 친분이 있던 오프라는 2018년 이들이 결혼식을 올리던 시절부터 공동 인터뷰를 읍소했고 이번에 성공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 보도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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